공예의 영토

20250422

by mujinsoil

공예의 영토


공예는 ‘노동적 예술’이다. 이는 곧 노동의 시간과 밀도에 따라 그 가치가 판단된다는 뜻이며, 결과적으로 가치가 계승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체계적인 학문적 자산의 부재 또한 그 원인 중 하나다. 공예는 노동으로 만들어낸 물질 외의 무형의 개념적 가치를 축적하기 어렵다. 작가 개개인의 작품이 지닌 예술적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공예’라는 이름으로 보편적 가치를 갖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공예의 영토를 넓히기 전에, 먼저 “무엇이 우리의 영토인가”를 묻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이 영토를 ‘쓰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공예의 쓰임은 단순한 기능성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물과 사람 사이의 감각적인 경험을 동반하며, 사용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만든 사물이 사용자와 맺는 감정적 연결,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쌓이는 감각의 축적, 그 모든 과정 속에 공예는 존재한다.


물론 단순히 물건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공예는 그보다 더 분명한 방식으로 관계를 호출한다. 그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닌 ‘사용’과 ‘마주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공예의 쓰임은 도구적 기능을 넘어 공간에 머무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도하고, 감각적으로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개한다.


그렇기에 공예의 영토는 단순히 물건의 경계를 넘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 사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 경험, 감정의 층위에서 형성된다. 이 감응의 구조야 말로 공예가 오늘날 새롭게 획득할 수 있는 고유한 영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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