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특별히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는 더욱더. 그도 그럴 것이 메시라는 신계에 있는 한 선수를 위해서 너무나 많은 팀단위의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특별히 월드컵 같은 큰 무대는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자리니 다들 죽기 살기로 뛰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1명이 자기 몫을 온전히 뛰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기고, 그곳에서 부터 균형은 무너진다.
이런 맥락에서 메시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었다. 극도로 절제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에만 모든 것을 폭발 시켜야 했다.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질 수록 이 부분은 더더욱 선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메시가 뛰지 못하는 영역을 다른 선수들이 1.5배 가까이 뛰면서 메꾸어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가 공격 진영에서 편하게 공을 잡기만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기 때문에, 아니 해내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 자체를 지배해버리니, 팀을 위해 메시를 포기 하느냐, 메시를 위해 팀을 포기하느냐 이것은 늘 거대한 유혹이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시절 모든 팀 전술이 메시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산책 수준인 메시의 활동량을 메꾸어 주기 위해서 2,3선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였는지 모른다. 이런 특화된 바르샤 라는 팀 안에서 메시는 자주 무쌍을 찍곤 했다.
이러니 팀으로 움직이는 국대만 오면 메시는 자신이 가진 능력치의 반도 사용하지 못했다. 파리생제르망으로 이적해서도 네이마르, 음바페, 메시 이런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라인이 형성 되었을 때, 사람들은 와 이 팀은 정말 역대급 성적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예상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리 수준이 높지 않은 리그앙에서도 겨우겨우 승점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왜 그랬을까? 네이마르, 음바페, 메시 이 3명이 수비를 거의 안하다 보니까 그 빈자리를 채우는 다른 팀원들을 죽어나고, 그 균열을 통해서 계속해서 상대방은 공격을 성공 시켰던 것이다. 축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다 라는 진부한 이야기다.
하지만 또 이게 메시라는 너무나 특별한 선수의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말이 되는데, 축구는 혼자 하는게 분명 아니지만, 팀이 오직 메시를 위해서 뭉치게 될 때 메시는 축구를 혼자 해도 된다. 앞서 열심히 말한건 그럼 뭐가 되냐고?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이 된다. 메시니까. 그게 메시다.
이번 아르헨티나는 사우디라는 복병을 만나 초반에 무척 흔들리기는 했지만, 계속 되는 경기를 할 수록 완성 되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별히 이번 프랑스 전때 아르헨티나는 엄청났다. 팀플레이, 압박, 정신력 모든 면에서 프랑스를 압도 했다. 후반전 15분 까지 거의 반코트로 두들겨 패고, 프랑스는 유효 슛팅 1개도 가져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축구를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을 알텐데, 뭘 해도 되는 ‘그 날’이 있다.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딱 그 날이었다. 저게 된다고? 싶은 것들까지 모조리 다 되어버리는 우주의 기운이 메시를 밀어주는 것 같았다.
데파울, 엔조, 훌리안, 에밀신은 난 이날 오직 메시를 위해서 뛰고 그냥 죽어버릴꺼다 라는 광기가 느껴졌다. 도핑 테스트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골대 끝에서 골대 끝을 몇번을 왔다 갔다 하며 강도 높은 활동량과 압박을 보여주었다. 앞서 말한 메시의 절제된 활동량을 이들이 1.5배씩 뛰어주며 채워주었다. 심지어 메시가 수비도 나름 열심히 했으니 프랑스 입장에서는 더 번거로웠을 것이다.
특별히 디마리아는 이 날 마치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 처럼, 매 대회때 마다 메시의 발목을 그렇게 잡더니, 마침내 그의 이름처럼 천사가 되어 메시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처음 메짤라(공격형 미드필더를 말하는 축구 용어로, 미드필더가 중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측면에서도 공격에 참여하는 포지션을 말한다 _ 네이버 국어사전)라는 룰을 완벽하게 소화했을 그의 전성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뎀벨레를 가지고 놀듯 하며 녹여버렸고, 저렇게 잘할 수 있다고? 미쳤다 디마리아 오늘, 이라는 말을 반복하게 할 정도로 대단한 활약이었다. 이 날 디마리아가 없었다면 전반에 아르헨티나가 이런 흐름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균열은 이 잘하는 미친 디마리아를 감독이 굳히기 하겠다고 교체 했을 때 부터 시작되었다. 메시에 대한 견제도 늦출수 없는데, 디마리아가 메시 급으로 잘해버리니까 수비가 계속 뒤로 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디마리아를 빼니 수비 라인은 자연스레 올라가고, 메시와 연계는 사라지고, 메시에 대한 압박은 더 밀도가 높아지고 프랑스가 흐름을 가지고 오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그리고 전반의 메시의 활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승전에서 거의 메시를 담그려고 하는 마음으로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치는데도, 메시는 정말 뒤에 눈이 달렸나 저걸 언제 봤지 할 정도의 반응 속도로 모든 것을 수비수 보다 0.5초 정도 빠르게 정확하게 처리해서 수비가 비빌수도 없는 상황만이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신계의 영역이었다.
아마 디마리아를 교체 하지 않았다면 이 위대한 결승전이 반코트 게임으로 싱겁기 짝이 없게 끝났을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지루와 그리즈만은 컨디션이 몹시 좋지 않아 보였고, 범죄마 이녀석은 전반 끝나고 전용기라도 타고 날라왔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뻥 차버리다니 참 … 무튼, 디마리아의 교체 후에 아르헨티나는 세컨 볼 점유에 실패하고, 전반에는 1차례도 없었던 턴오버가 계속 일어나면서 결국 패널티킥을 주었고, 음바페의 골로 흐름이 바뀌었다.
3분 후에 음바페의 추가 골이 터졌을 때, 메시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아 제발 이라는 탄식이 나왔지만, 객관적인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는 그래 이게 결승전이지, 프랑스가 이렇게 끝나면 안되지, 치고 박으면서 아주 끝장을 봐야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목격한 바 처럼 역대 최고의 결승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음바페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처럼, 인피니티워의 타노스 처럼 최강 빌런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음바페가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그 어린 나이에 완벽한 크랙이 된 것도 있지만, 솔직히 패널티킥을 세번이나 찼는데, 그것도 같은 방향으로 모조리 성공 시킨 그 담력이 놀라웠다. 패널티킥 대마왕인 해리케인도 결국엔 그 중압감을 못 이겨서 실축을 해버렸는데 3번이나 성공시키다니 놀랍기 짝이 없었다.
승부 차기로 들어갈 때 까지, 마치 우리 나라가 포르투갈 전 끝나고 가나와 우루과이 결과를 기다릴 때 처럼 심장을 쫄리게 하는 장면들이 계속 연출 되었다. 역대 월드컵 결승전들은 항상 소문한 잔치에 먹을 것 없을 때가 많았는데 이건 포식 자체였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펠레, 마라도나를 이미 능가한 기량과 커리어에서 월드컵 우승 단 하나가 없어서 신이 되지 못했던 메시가 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그동안 봤던 월드컵 결승전 중에, 아니 모든 축구 경기 들 중에서 최고의 경기였다. 영원한 미켤로 남았을지도 모르는 메시의 서사가 마침내 종결 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어지는 음바페의 황제 대관식, 길고 길었던 메호대전의 종결까지 여러므로 완벽했다.
이 말을 꼭 하며 마무리 하고 싶었다.
“우리는 메시의 시대를 살아왔고, 살고있고, 살아갈 것이다 -”
앞으로도 그를 볼 날이 조금 더 남았다는 사실이 행복의 출구를 끝내 틀어막아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