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정부가 조정할까?

- 한국은 왜 '세계 유일한 직접 규제 국가'인가

by Mulder

우리가 커피를 사거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카드를 꺼내 들면, 그 순간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돈의 흐름이 있다. 고객이 결제하면 신용카드사는 가맹점에 대신 돈을 입금하고, 나중에 고객에게 청구한다. 이때 가맹점이 신용카드사에 내는 것이 바로 가맹점 수수료다. 한국에서는 이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정한다. 즉,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사들의 원가를 분석하고 3년마다 각 업종과 매출 규모별로 적정 수수료율을 고시한다. 이런 제도를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국처럼 정부가 수수료율 자체를 고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시장 자율형' 또는 '간접 규제형'을 택한다. 즉,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이 협상으로 수수료를 정하되, 정부는 그중 핵심인 인터체인지 수수료(interchange fee)만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먼저, 가맹점 수수료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총수수료는 첫째, 카드 네트워크(국제 브랜드사)가 받는 네트워크 수수료, 둘째, 신용카드사가 발급사로서 받는 인터체인지 수수료, 셋째, 결제대행업체(VAN 등)가 받는 결제처리 수수료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은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한 '총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조정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인터체인지 수수료만 상한(cap)을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긴다.


유럽연합(EU): 독점 방지를 위한 상한 규제

유럽연합은 2015년 12월부터 시행된 「Interchange Fee Regulation (IFR)」이라는 법령(Regulation (EU) 2015/751)을 통해 신용카드사 간 정산에 사용되는 인터체인지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EU는 신용카드 거래의 경우 수수료 상한을 0.3%, 직불카드는 0.2%로 제한했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국제 브랜드사가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즉, EU는 정부가 직접 가맹점 총수수료율을 정하지는 않지만, 신용카드사 간의 '도매 요율'인 인터체인지 부분만 규제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수수료 수준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만든 '간접 규제의 원조'

호주는 중앙은행인 호주준비은행(RBA)이 카드 수수료 구조를 처음으로 제도적으로 개입한 나라다. 1990년대 후반, 호주 공정거래위원회(ACCC)와 RBA는 국제 브랜드사들이 수수료를 담합한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2003년부터 신용카드 인터체인지 수수료의 평균 상한을 0.5%로 제한했다. 직불카드는 이보다 낮은 0.2% 이하 수준이다.

그 결과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완화되었지만, 신용카드사 수익이 줄어들면서 포인트 적립과 같은 리워드 혜택은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즉, 소비자 혜택과 소상공인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캐나다: 정부와 신용카드사의 '자율협약'

캐나다는 법으로 직접 규제하지는 않지만, 2014년 정부와 주요 신용카드사(Visa, Mastercard)가 정책적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목표는 인터체인지 수수료를 평균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정부와 소상공인 단체의 감시 아래 운영되면서 사실상 유도형 자율규제로 작동했다.

이 방식은 시장 자율과 공공 감시를 절묘하게 조합한 형태로, 시장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수수료 상승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었다.


미국: 직불카드만 규제한 '부분 규제형'

미국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의 더빈 수정조항(Durbin Amendment)을 통해 일부 직불카드 거래에 한해 수수료를 제한했다. 대형은행(자산 100억 달러 이상)은 직불카드 결제 시 0.05% + 21센트를 초과하여 받을 수 없다. 다만, 신용카드는 여전히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 조치로 소매점의 부담은 줄었지만, 은행들은 신용카드 포인트와 혜택 프로그램을 강화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했다. 결국 소비자에게는 혜택의 방향이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시장 자율형, 협상 중심 구조

일본은 정부의 직접 규제가 거의 없다. 대신 정부가 캐시리스 결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맹점과 신용카드사 간의 협상을 조정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일본 내 가맹점 수수료율은 일반적으로 2~3% 수준으로 유지되며, 이는 한국보다 높지만 정부가 시장 자율을 존중하는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 세계적으로 드문 '총수수료 직접 통제형'

한국은 금융위원회가 가맹점 규모별로 총수수료율을 직접 고시한다. 이 제도의 근거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에 있으며, 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된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은 0.8~1.3% 수준으로 가장 낮은 요율을 적용받고, 3억~30억 원의 중소가맹점은 약 1.4~1.6%, 그 이상 규모의 일반가맹점은 1.8~2.3% 수준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백화점은 협상을 통해 1.5% 이하로 낮추기도 한다.

이처럼 총 수수료율 자체를 정부가 정하는 구조는 세계 주요국 중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 목표에는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시장 경쟁과 혁신 측면에서는 가격 자율성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각국 제도의 차이를 정리해 보면 한국은 직접 규제형으로 정부 개입이 가장 강하다. EU와 호주는 간접 규제형으로 인터체인지 수수료만 제한한다. 캐나다와 미국은 부분적 자율 협약형이며, 일본은 시장 자율형에 가깝다. 한국의 수수료율은 가맹점 규모에 따라 약 0.8%에서 2.3%까지 다양하지만, EU의 신용카드 상한은 0.3%, 호주는 0.5%, 캐나다는 평균 1.5% 이하, 미국의 직불카드는 0.05% + 21센트 수준이다. 일본은 정부 개입이 거의 없어 2~3% 선에서 유지된다.

즉,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 개입형 제도, EU와 호주는 경쟁 촉진을 위한 간접 규제형, 캐나다와 미국은 시장과 정책의 균형형, 일본은 완전 자율형으로 구분된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총 수수료 직접 규제 국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인터체인지 수수료만 제한하고 최종 수수료율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이 협상으로 정한다. 한국의 제도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 목적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대신 카드산업의 혁신과 수익다변화에는 제약이 있다. 반면 외국의 간접 규제 방식은 시장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와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공정과 효율의 균형 문제다. 한국은 공정을 택했고, 다른 나라는 효율을 택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오늘날 각국 카드산업의 발전 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줄요약:

“한국은 정부가 가맹점 총수수료를 직접 정하는 강한 규제형 구조이고, 대부분의 해외 국가는 인터체인지 수수료만 제한하거나 시장 협상에 맡기는 간접·자율 규제형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