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무엇이든 고치는 손'을 가진 아저씨가 살았어요. 커다란 연구소에서 아주 복잡한 기계들도 뚝딱 고쳐 냈답니다. 고장 난 기계들도 아저씨 손이 닿으면 금방 살아나 '윙윙' 소리를 냈지요. 하지만 연구소 사람들은 기계가 움직여도 웃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도 조금도 기쁘지 않았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뭘까?" 아저씨는 고민 끝에 정든 연구소를 떠났답니다.
아저씨는 커다란 고깃집을 차렸어요. 이번에는 기계 대신 '고기를 굽는 손'이 되었지요. 지글지글 고기를 익히고 바쁘게 불판을 갈았어요. 손님이 많아 아저씨는 바빴지만, 마음은 여전히 텅 빈 것 같았어요. 무언가를 고치는 보람은 없었거든요. 결국 가게 문을 닫고 아저씨는 빈손으로 돌아왔답니다.
아저씨는 할 일 없이 동네를 걸어 다녔습니다. 길가에는 버려진 냉장고와 부서진 의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쓰레기 더미 옆에서 팔이 떨어진 로봇 장난감을 보았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아저씨는 무심코 로봇을 집어 들었습니다. 집으로 가져와 먼지를 닦고 새 나사를 조심스레 끼워 주었답니다. 그러자 로봇은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것처럼 반짝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어요.
아저씨는 로봇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로봇을 본 아이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습니다. "와! 다 고쳐졌다! 아저씨, 이거 얼마예요? 제 용돈으로 드릴게요."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돈은 안 받아도 된단다."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자 아저씨의 가슴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기계를 고치거나 고기를 구울 때보다 마음이 훨씬 더 즐거웠거든요.
아저씨는 집 앞에 작은 책상을 하나 내놓고는 거기에다 ‘장난감 병원’이라고 간판을 달았어요. 다리가 부러진 로봇, 눈이 없어진 곰 인형, 바퀴가 빠지고 소리가 안 나는 자동차들이 줄을 섰지요. 아저씨는 정성껏 장난감들을 치료해 주었답니다. 인형을 꼭 껴안고 가는 아이와 고맙다며 폴짝 뛰는 아이들을 보며, 아저씨의 무뚝뚝했던 얼굴에도 조금씩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동네 사람들은 아저씨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아니, 왜 돈도 안 받고 저런 일을 한대요?"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까요? 먹고살기 힘들 텐데." 하지만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묵묵히 나사를 조이고 부품을 닦을 뿐이었답니다. 아저씨의 손은 한 번도 쉬지 않았고, 병원 앞에는 고쳐야 할 장난감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어요.
어느 날, 아주 심하게 망가진 드론 장난감이 들어왔어요. 프로펠러도 부러지고 전선도 엉망으로 꼬여 있어 고치기가 무척 힘들었지요. 아저씨는 옛날 연구소에서 일하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그때 배웠던 어려운 기술들을 모두 쏟아부어 밤새도록 드론을 고쳤답니다. 다시 붕붕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며 아저씨는 생각했어요.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들이 바로 오늘을 위해 있었구나!"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습니다. "우리 동네에 장난감을 공짜로 고쳐주는 마법사 아저씨가 있어!" 어른들도 더 이상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에 돈 대신 다른 것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답니다. 아저씨가 배고플 때 먹을 빵, 장난감을 고칠 때 필요한 새 도구, 밤을 밝힐 전구 같은 것들이었지요. 장난감 병원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보물창고가 되었답니다.
이제 아저씨의 하루는 아주 평화로와요. 아침에 일어나 장난감을 고치고,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예전에 식당을 하다가 망했던 일이나 연구소에서 힘들었던 기억들은 이제 더 이상 아저씨를 슬프게 하지 않았어요. 아저씨에게는 오늘 고칠 소중한 장난감과 아이들의 미소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어요. "아저씨는 왜 힘들게 이 일을 하세요?"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쳐진 장난감을 건네주며 대답했답니다. "이게 세상에서 제일 잘 고쳐지거든." 아저씨는 무엇이 고쳐졌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저씨의 선반 위에는 깨끗하게 고쳐진 장난감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의 마음도 그 장난감들처럼 말끔히 고쳐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