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이도 나는 간다
노를 젓지 않아도
물은 흐르니 나는 간다
독한 일이다
너도 가고 있다
세상은 또 움직이고
그 위에 떠서 너도 가고 있다
독한 일이다
뒤돌아 보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내가 너를 밀어냈던 것
그것뿐이다
너는 가만히
배 위에 서 있었다
배 위에 서 있는 네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지고 나서
나는 손을 흔들었다
어디론가 간다
나도 어디론가 가고
너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
노를 내려놓아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것은
내가 너를 밀어냈던 것
그것뿐
닿지도 보이지도 않는 그대여
네가 없이도 나는 가고
내가 없이도 너는 가고 있다
이 얼마나 독한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