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란 말을 들으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나 이더리움의 창시자 부탈린이 생각난다. 파티션이 없는 사무실 책상, 노트북 앞에 모여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함께 탁구를 치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며 사람들을 불러보아 화이트보드에 구조도를 그리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컴퓨터 앞에 놓인 침낭. 아침에 사람들이 뭔가 싶어 열어보니 주커버그나 부탈린이 자고있다. 이런 스타트업을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나간다니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설렌다. 웃음이 베어 나온다.
막상 며칠 관련된 교육을 듣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웃음 대신 두려움이 비집고 나온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내 인생 다 망해버리는 건 아닐까? 100개의 스타트업 중 1개가 시리즈 A로 가고 그 100개 중에 1개가 시리즈 B로 가고 그 100개 중에 한 개가 겨우겨우 상장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상장 준비를 할 수 있는 확률은 무려 백만분의 일이란 소리다.
이런 가시밭길을 앞에 두고 나는 과연 스타트업에 대해 이미지를 제외하고 뭘 알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각보다 나는 아는 것이 없었다.
스타트업 startup 이란 무엇인가?
이것저것 읽어본 결과, 스타트업은 6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소규모, 신생 기업, 차별화, 기술(아이디어), 위험, 수직상승
즉, 스타트업 Startup이란 2~3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이 차별화된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기업이며, 앞으로의 여정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성공 시 회사의 가치가 수직 상승할 수 있다.
그럼 벤처 기업은 뭐야?
내가 선발된 프로그램의 이름도 '사내벤처'다. '사내 스타트업'이 아니란 말이다. 도대체 벤처 기업은 스타트업과 뭐가 다른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은 같은 말이다. 벤처는 일본에서 온 말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한다. 스타트업은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Ministry of SMEs and Venture'가 아닌 'Ministry of SMEs and Startups'이라는 영문 명칭을 쓰고 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그냥 스타트업으로 통일하고 싶지만 정부 부처가 벤처를 쓰고 있으니 그럴 수 없을 듯하다. 어쨌든, 스타트업 Startup과 벤처 Venture 기업은 같은 말이다.
그럼 중소기업은 뭐지? 스타트업이랑 같은 말인가?
중소기업은 상시 노동자수 1천 명, 자산 총액이 5천억 원 이하, 직전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 원, 자기 자본 500억 원 이하의 기업의 기업을 뜻한다. 스타트업도 당연히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중 차별화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시작하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 부를 뿐이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말도 어디서 들었는데...
유니콘 기업(Unicorn)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깃허브, 몽고 DB, 슬랙, 에버노트, 중국의 샤오미, 디디 추싱, DJI, 한국의 쿠팡, L&P코스메틱, 크래프톤(前블루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위메프, 지피 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 쏘카 등이 유니콘 기업의 대표적인 예다.
생각이 유니콘 기업에 까지 이르니 더 설레고 더 두려워진다. 백만분의 일의 백만분의 일을 뚫어낸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스타트업을 시작도 못한 나에게 힘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사내에 있으면서 서비스를 개발 할 수 있는 사내벤처라는 거다. 엑셀러레이터가 붙어 코칭하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엑셀러레이터 대표는 스타트업과 플랫폼에 대한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기업 출신들은 이미 정해진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공급자의 마인드로 모든 일을 바라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스타트업입니다. 현업에 대한 버릇, 생각, 관점 등 모조리 버리세요. 공급자가 아닌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며 생각했던 방식으로는 성공하는 서비스나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지금까지는 짜인 업무 틀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고객이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고객이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이며,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내 능력을 발휘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팀원이 모두 모여 전력을 다해만 한다.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 한 시장에 들어와 버렸다.
그럼 소는 누가 키워?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팀 3명은 같은 본부에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사내 벤처로 보낼 수는 없단다. 1명만 사내벤처로 보내고 나머지 2명은 잔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졸지에 1인 기업이 되어 버렸다.
이해한다. 당장 누군가가 빠지면 당연히 일에 지장이 있다. 옆 동료들은 일을 더해야 하고 조직장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조직은 3명이 빠지면서 불편을 겪겠지만, 사내 벤처는 3명 중 2명이 빠지면 존폐의 기로에 선다. 옆 사람은 죽어가도 내 입안의 혓바늘이 더 아픈 법이다.
팀장은 여기에 더해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일부를 가져가라고 했다. 3명 중 2명이 빠진 상황에서 그 한 명도 온전히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오늘 극적으로 모든 업무를 인수인계하기로 결정 났지만 졸지에 1인 기업이 되어버린 건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