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앞 해수욕장에서
안녕, 우리는 얼른 너를 만나고 싶은데, 생각보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구나.
그래도 괜찮아. 매주 의사 선생님을 만나 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어. 이 정도의 거국적인 회의를 몇 차례 더 하다 보면 조금 더 빨리 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는 둘이서도 참 재밌게 살고 있어. 오늘은 변산 해수욕장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맨발로 모래사장도 걸었지.
사실 나는 집에서 에어컨 틀고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너의 엄마가 되실 분이 자꾸 “수영! 수영!”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단다.
수영도 못하면서 바다만 보면 수영하자고 조르는 걸 보면, 참 뻔뻔해. 너도 누구를 닮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런 뻔뻔함을 닮아줬으면 좋겠어. 세상살이에 꼭 필요한 덕목이거든.
나중에 네가 우리 곁에 오면, 특별히 내가 바다도 데려가주고, 수영도 알려줄게.
운동은 엄마보다 내가 좀 더 잘하니까, 이왕이면 나랑 더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이 글을 네가 나중에 글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자라서 보게 된다면, 우리가 너를 얼마나 기다리고, 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를 꼭 기억해 줬으면 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은 잊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