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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Apr 11. 2024

그거 벌어서 회사가 운영되나요?

얼마 전 모 대형 홈쇼핑사 임원분들과 라이브커머스와 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TV 홈쇼핑은 정말 이제 현상 유지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 모바일 쪽에 집중을 해야 하고 대표님 역시 모바일 쪽 강화를 강조하는데 아무래도 라이브커머스가 걱정이라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게다가 테무나 알리 등 저가 쇼핑몰의 출현으로 인해 정말 업계가 말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금까지 라이브커머스 쪽에서 제가 해왔던 일들, 그간 경험을 통해 지금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들,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최신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분이 불쑥 질문을 했습니다.


"작게 사업하신다고 하던데 작년에 얼마 정도 벌었어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꽤 당황하기도 했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 꽤나 무례한 질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궁금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금액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거 벌어서 회사가 운영이 되나요??"


순간 꽤나 불쾌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더 이상 저도 배려하며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라이브커머스 이야기를 하던 중 그걸로 인해 발생한 매출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한 시간 동안 약 3천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답을 하니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 정도 매출로는 본인들 회사에서는 조직이나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방송을 하는 것보다 그냥 상품을 몰에 올리고 고객들에게 앱 푸시를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았겠냐며 한 분이 순수한 표정으로 물어오셨습니다.

저도 솔직하게 답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홈쇼핑에서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 방송 평균 매출이 3천만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말씀대로라면 지금도 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무엇이든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말씀 주신 대로 방송 대신 몰에 상품을 올리고 고객들에게 구매를 유도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홈쇼핑 업계에 그대로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그냥 몰에 올려서 판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 왜 그 비용과 자원을 소비해서 방송을 하는 걸까요? 차라리 방송을 중단하고 스튜디오 운영 비용, 쇼호스트나 방송 스탭 등 직원 인건비 등을 아껴서 몰에서만 판매를 하고 그렇게 절약한 비용을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시는 게 더 판매에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래도 방송으로 상품을 실제로 보고 최종 구매 결정 전에 도움이 되니 30년 가까이 홈쇼핑 업계가 유지되고 있고 또 많은 고객들이 구매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세 분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중히 인사드리고 돌아오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모 홈쇼핑은 작년 적자, 모 홈쇼핑은 영업이익 단 1억 원, 난다 긴다 하던 메이저 홈쇼핑회사 영업이익 100억 원대. 제가 몸 담았고 지금도 애정하는 업계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는 저에게도 슬픈 일입니다. 얼마 전 한 이커머스 회사 대표님과의 술자리에서는 올해 안에 홈쇼핑 회사 하나는 없어진다라는 호언장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제 마음의 고향인  그곳이 냄비 안 개구리처럼, 불붙은 촛불처럼 그렇게 서서히 사라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데 산업의 트렌드가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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