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청소부

한 어머니와 아이를 추모하며

by 의성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됩니다

양손에 납작하고 투박한 검은 상자 두 개를 들고

나는 당신을 찾아 나섭니다


외로운 죽음은 그 후에도 한참이나 외롭다가

마침내 냄새, 죽음의 냄새로 산자를 책망합니다

그리고 나를 당신에게로 안내합니다


당신과 아이가 숨을 거둔 그 방 앞에서 나는

예의를 갖추고자 벨을 누르지 않습니다

안에 있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남긴 것이니까요



문을 열고 굴속 같은 당신의 방을 들어서면

냄새, 당신의 냄새가 달려 나와

나를 사정없이 질책합니다

냄새는 산자의 심장 언저리에 스며들어와

축축한 그림자로 오래도록 머뭅니다


베갯잇에 말라붙은 머리카락

그 위에 올라앉아 앞 손을 비벼대는 비대한 파리는

아직도 당신의 명복을 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불을 들춰내면 당신은 어느새 젖과 꿀이 되어

꿈틀대는 구더기들을 살찌우고 사라지셨군요

오늘부터 나는 당신을 지우겠습니다


당신의 흔적이 세상에서 거의 사라져 갈 때면

나는 당신을 훨씬 더 잘 알게 되겠지요

당신의 자격증들과 먹던 약, 당신과 가족의 앨범, 임대차 계약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안부를 물어온 사람이

가족이 아닌 채권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나의 늙으신 부모님께 지금 당장 전화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일이 모두 끝나고

이 방에 더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가 존재하지 않을 때

검은 상자 뚜껑을 다시 닫으며

문득 나는 깨닫게 되겠지요


당신이 남기고 간 것은

머리카락과 구더기가 아니라

존재의 말 없는 진술이었음을


그리고 나는..

그 묵직한 의미를 가슴에 간직한 채

또 누군가 홀로 죽었다는 전화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유령청소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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