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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Apr 20. 2017

혼표 발생의 문제



"더 플랜"에서 제기하는 K값의 문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님을 이미 이 글에서 얘기했다.

https://brunch.co.kr/@murutukus/98

더 황당한 일은 이어진다.

K값에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미분류표로 분류를 해 내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외부의 개입, 조작, Manipulation 등)가 있다고 가정하자는 것이다.

모종의 조작이 있었고 그 결과로 1이 되어야 할 K값이 1.5라는 부자연스러운 값이 되었다(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아. 오히려 1이 더 이상해.)고 가정을 하자는 것이다. 그 모종의 조작의 목표는 무엇인가? 결국 조작이 있었다면 그 조작은 당선자의 변경이 목표가 된다. 실제 문재인이 당선되었어야 할 것을 박근혜로 바꾸는 것이다.

미분류표 관련 조작으로 이게 가능할까?

더 플랜의 주장은 정상적인 박근혜표를 미분류로 보내고 그 빈자리에 무효표를 채우는 가설을 제기한다. 그러면 미분류로 갔던 정상 박근혜 표가 다시 돌아올 테니 그만큼 박근혜 표는 늘어난다. 얼마나 늘어날까? 맥시멈은 시스템에서 발생한 전체 무효표만큼이다.

물론 전체 무효표가 다 박근혜 표로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아니 왜 이번 선거에는 무효표가 하나도 안 나오지? 하는 의문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논리적 맥시멈이니까 무효표 수 전체가 조작의 한계가 된다.

2012년 대선의 무효표는 126,838 표이다. 전체 투표수 대비 0.3%. 선관위는 이걸 줄이려고 무척 노력을 하지만 잘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부주의함이 쉽게 줄어들진 않는다. 이전 선거에 비해 유달리 많이 나오지도 적게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박과 문의 표차는 백만 표가 넘는다. 이 표차를 달성하기 위해 무효표를 일부러 만들어야 하는 건가? 그건 아예 가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이승만식 조작이 된다.

즉 무효표를 채워서 박근혜의 표를 늘리는 수법으로는 당선자를 바꿔버릴 만큼의 효과를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K 값 타령은 어떤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전개하더라도 당선자를 바꿀 만큼의 확실한 조작 시나리오가 나오질 않는다. 도대체 K값의 의미는 뭘까? 이 K값이 조작의 증거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작 시나리오는 뭘까? 어떻게 조작을 하면 1이어야 할 K값이 1.5가 나옴과 동시에 박근혜와 문재인의 표차를 백만 표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K값은 그냥 의도치 않은 실수고 조작은 다른 방식으로 또 하는 건가? 어떤 조작을 하면 실수로 K값이 나오지?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원래는 문재인이 이기는 판이었을 테니 실제로는 백만 표가 훨씬 넘게 조작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그 점을 궁금해하기 전에 더 플랜의 내용은 슬그머니 "혼표"로 넘어간다.

혼표라면 승부를 바꿀 수 있다. 문재인 표를 박근혜로 분류해 버리면 한 표를 옮길 때 양 후보 간의 득표는 두 표가 바뀐다. 한쪽이 한 표 늘 때 다른 한쪽은 한 표를 잃어버리니까 말이다. 혼표가 가능하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뭐든지 다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혼표만큼은 선관위에서도 사력을 다해서 막으려고 한다. 투표지 분류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개발 업체에 요구한 조건에도 이 혼표 발생은 0을 요구했다. 한 표라도 발생하면 안 되는 조건. 차라리 미분류에 꽂을지언정 다른 후보자 칸에 꽂히는 표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아웃. 이런 조건이다.

미분류는 절차적인 이유로 오히려 늘리라고 주문한다. 미분류가 왜 그리 많은지에 대한 설명은 이미 앞선 글에서 했다.

https://brunch.co.kr/@murutukus/99

그러나 혼표만큼은 안 되는 것이다. 또한 검표 사무원에게도, 참관인에게도 가장 주의를 집중해서 혼표를 찾으라고 요구한다. 박근혜 표 뭉치에 문재인 표가 끼어 있거나 그 반대가 되어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에러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막 난리 난다.

그런 민감한 혼표 문제. 더 플랜은 혼표 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K 값의 문제를 한참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혼표 문제로 화제를 돌린다. 개표기, 아니 투표용지 분류기를 조작해서 혼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왜 그럴까? K값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이 K값 조작으로 뭔가 결론을 봐야 되는 거 아닌가? K값 조작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혼표 문제로 슬그머니 넘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K값은 실제 조작 시나리오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영향력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혼표 문제는 심각한 것 맞다. 그래서 별도로 따져볼 생각이다.

이 글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다.

K값의 문제와 혼표의 문제는 전혀 섞일 수 없는 다른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걸 불투명하게 섞어 놓은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더 플랜이 아주 조악한 음모론으로 추락하는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문제제기로 자리를 잡는가 하는 경계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 더 찾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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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다시 촉발된 개표 시스템 논쟁에 필요한 글로, 글 하나로 마무리 될 문제가 아니기에 별도로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 모음의 일부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v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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