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총파업 예고를 소재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 주장들이 주로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 정리된 질문이 하나 있어 공개적으로 답을 하고자 한다.
아무리 이런 답변 글을 써봐야 이미 "사람에 대한 지지"라는 위험한 상태로 돌입한 분들에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도 않을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설득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쓴다. 가르치려고 든다, 꼰대질이다, 들을 필요 없다 라는 의미 없는 반응이 예측되는 것도 감수하도록 하자.
1) 민주노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질문하면서 민노총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부터 예의 없는 언행이다. 민노총이라는 명칭에 대해 민주노총 쪽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스스로 찾아보시길 권한다. 다만 상대를 정상적인 대화의 상대로 간주하려고 할 때에는 호칭부터 예의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 시민의 양식이다.
2) 민주노총은 촛불시위를 이끌 능력도 없고 그러지도 못했다. 촛불시위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이끌고 갔다. 민주노총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 이명박 정권 시절에 대통령 쫓아냈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한 일은 그저, 촛불시위를 사전에 신고하고 무대설비를 예약하고 집회 참가자의 초기 기본 숫자를 조합원을 동원함으로써 유지해 주는 정도의 바닥에 깔린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을 막고자 새로운 단체의 이름으로 했다. 스스로 일반 시민들이 민주노총에 가지고 있는 거북함을 이백 프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공을 얘기할 때에는 "촛불시위의 필수 요소 중 하나를 채워준 역할" 정도로 인정하고 그만큼의 감사를 하면 될 일이다. 민주노총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촛불시위가 마치 그들의 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칭송할 일도 아니다.
또 참고로 "일사불란" 같은 용어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일사불란하지도 않고 일사불란해서도 안된다.
3) 대통령의 여당이 과반수를 못 넘는다는 생각 자체가 민주주의에서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하는 인식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 입법부인 국회와는 초당적으로 협력 및 견제를 해야 할 자리이다. 비록 대통령을 배출한 당을 여당이라 부르지만 소속당과의 관계보다는 국회 전체와의 관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여당"이라는 표현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들어가건 말건 민주당의 의석수는 변치 않는다. 120석으로는 사소한 법안 하나도 자력으로 통과시키지 못한다. 심지어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져도 국회선진화법의 여파로 마음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 180석 이상을 가지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입법활동을 전개하면 "여당독재"의 상황이 된다.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을 맘대로 통과시키는 상태의 국회는 국회가 아니다. 그런 것은 유신시절 박정희가 만든 유정회가 있던 유신국회의 수준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국회를 국회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맨날 국회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법안 하나 통과 시키지 못하는 것이 보기 싫긴 하지만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요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심지어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민주당 조차 언제나 협조할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가 원하던 법안을 과반의석을 점유한 열린우리당 조차 반대한 적도 많다.
결국 대통령은 원하는 정책을 하기 위해 법의 제, 개정이 필요하다면 직접 국회의 여야 모두를 설득하고 여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그렇게 하라고 만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법안을 반대할 거라고? 그들도 여론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다. 그걸 설득해 내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궁금하다.
4) 꼬투리 잡혀 엎어질까 걱정을 왜 지지자들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못한 게 있으면 비판/비난받아야 하고, 애초에 잘못을 안 하면 된다. 꼬투리 잡힐 일을 했으면 욕을 먹고 벌을 받는 게 맞다.
왜 문재인 정권은 비판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노심초사하지 않는다. 문재인이 받은 득표는 4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자신들을 모든 국민으로 생각하는 버릇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함부로 국민의 뜻을 사칭하지도 말자. 누구나 자신은 1/N일 뿐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민주사회다.
5)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미리 예고되어 있던, 민주노총의 연례행사에 가깝다.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조의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로 헌법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특히 민주노총급의 전국단위 노조연합의 총파업은 매우 상징적인 행사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 대화로 먼저 풀지 않냐는 질문은 그 총파업의 상징성 자체를 모르는 질문일 뿐이다. 왜 서로 도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지 않냐는 질문 속에는 이미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지 않다. 파업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바꾸시길 권한다.
6) 민주노총이 파업을 하면 야당이 정권을 비난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조차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낡은 생각이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안 해도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을 비난한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권 측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더 크다.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이수할 때 재벌 측을 압박할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7) 많은 친노분들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친노는 이제 과거형이 된 것이고 현실 정치를 얘기할 때에 쓸 표현으로는 부적합하다. 굳이 쓰자면 "과거 친노였던 분" 이라는 표현 정도는 가능하겠다.
8) 노통이 민주노총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은 중대한 인식의 오류일 뿐이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참여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의 관점에서는 중대한 실패를 여러 가지 한 정권이며 민주노총은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놓고 정권과 대립한 민주노총 때문에 대통령이 죽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참여정부의 실패의 원인은 결코 누구 하나 때문에 온 일이 아니다. 굳이 실패의 책임을 따지자면 정권 자신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물론 사람은 실패의 책임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으려는 본성이 있긴 하다. 유시민 전 장관 같은 사람도 스스로 정권의 일부였으면서 실패의 책임을 자꾸 정권을 비판하던 외부의 진보 세력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용" 발언을 자꾸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옳지 않은 주장이다.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이 민주노총을 자꾸 적으로 돌리는 이유도 거기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외부의 반대세력을 미리미리 견제해서 정권을 지키자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반대세력이 없는 정권이 성공한 역사는 없다.
성공한 정권은 외부의 반대세력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9) 이번 정권이 실패하면 정권이 다시 보수에게 넘어간다는 걱정은 십분 이해한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예상되는 비판 세력, 그것도 다음번 선거에서는 필연적으로 우군이 되어줄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보수정권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우선이다.
정권의 실패를 바라는 자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때에도 누구나 성공을 바랐다. 박근혜는 뭐 성공 실패의 기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이코패스 정권이었고..
자신이 지지한 정권은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문재인은 뭔가 특별한 정치인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세상에 특별한 것은 없다. 권력을 잡은 사람은 권력자가 되는 것이고, 개인의 품성보다는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진다.
권력은 언제나 잘못 쓰일 수 있고, 그때 비판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진다. 물론 비판을 해도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독주하는 정권은 마찬가지로 무너진다.
권력을 위해, 권력자를 위해 비판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를 함께 할 수 있는 공화국의 시민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10) 궁금한 것은 질문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해 준다면 그 답변이 맘에 드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감사하는 것이 예의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언급해야 할 정도로, 문재인 지지자들이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무례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얘기를 해둬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런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 편이니까 괜찮다고 생각지 말고 먼저 나서서 말리고 야단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 이 글이 공개되면 우르르 달려 들어서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보탤 것이 예상된다. 그런 질문들에게는 일절 답변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소한 이 글에 언급된 질문 정도의 성의를 갖춘 질문이 있다면 답변할지도 모르겠다.
대화는 그렇게 서로 노력하면서 이루어 가는 것이다. 그저 성정이 북받쳐서 한마디 내뱉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침을 뱉는 행위에 불과하며, 민주주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을 줄 아는 것도 공화국 시민의 기본 덕목이라는 점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