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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27. 2017

이재명의 기본소득

큰 틀에서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대선 후보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말 자체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인 사회에서 주목받는 대선 주자가 기본소득을 수시로 언급한다는 것은 그 자체를 널리 알리는 홍보효과가 있으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의 이 후보의 주장이 반복되면서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점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기본소득은 절대 "공짜 밥" 등으로 부르면 안 되는 제도적 개념이다. 실제로 안희정 충남지사는 기본소득 관련된 주장에 대해 "공짜 밥"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의지를 보여준 적도 있다. 공짜 밥이라면 그냥 주는 거다. 실제로 밥을 준다기보다는 당연히 돈을 주는 거다.


기존의 복지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공짜 밥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소득이 모자라면 돈을 주는 기초생활보장, 나이가 들면 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 뭐 이런 식이다. 이런 복지제도를 가지고 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공짜 밥이라고 지적하며 가급적 축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진보 좌파 계열에서는 이런 복지를 좀 더 확대해서 선별 복지를 넘어 보편 복지로 가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점은 다들 아실 것이다.


기본소득은 그런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안이다. 어떤 조건으로 사람들을 분류해서 특정 분류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무조건 돈을 준다는 개념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그 구분 자체를 없애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왜냐면 기본소득은 이 사회에서 살기가 힘든 특정 약자들에게 선심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시민의 권리에 대해 사회가 보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걸 기본소득이 아니라 "시민 배당"이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존재한다. 괜히 사람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원래 이 사회가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지불했어야 하는 대가를 이제야 지급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습지만 이 사회는 그저 아무 일도 안 하고 살아있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신세를 지고 있다.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안 하는 사람조차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는 그런 것이다. "생산-시장-소비-다시 생산"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의 사이클에서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도 "소비"에 확실히 기여하고 있지 않은가? 우스운 논리라고?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소비가 반으로 줄어버린 사회를 상상해 보면 소비가 얼마나 심각하게 필요한 작업인가를 알게 된다. 소비가 줄면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팔 길이 없어지며 시장의 규모 자체가 준다. 판매가 줄면 기업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을 줄이면 인력이 덜 필요해진다. 해고가 늘어난다. 일반 대중 사이에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일반 대중들의 소득이 줄어든다. 그리고 다시 소비가 줄어든다.


단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 네거티브 피드백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 피드백을 막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소비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해야 한다. 즉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소비라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말이다.


즉 바꿔 말하자면 이 사회가 가동되고 있는 기본 원리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시민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자체로 기여하고 있으며 사회는 그 기여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그 보상은 각 시민의 소비능력을 향상시켜 다시 자본주의 시장경제 구조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는 양수겸장의 아이디어가 바로 "기본소득"인 것이다.


이런 기가 막힌 아이디어인 기본소득을 사회에 널리 알려주는 것은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연간 100만 원 정도로 낮게 지급하자거나, 기본소득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한다거나, 기본소득을 연령대 별로 구분하여 지급한다거나 하는 주장은 한편으로는 과도기적으로 유권자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변칙일 수는 있겠으나, 좀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기본소득을 또 하나의 시혜성 복지, 특정 연령층에게 용돈 좀 주는 공짜 밥 복지의 한 갈래로 "오해"를 받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본격적인 기본소득을 하게 될 때, 사람들은 "아, 그 공짜 밥을 좀 더 주겠다고?"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은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이재명 시장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선거 캠프의 논리로, 당장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양념을 치고 식초를 쳐서 뿌려야 한다는 생각에 저런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사회는 이재명이라는 한 명의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 그 어떤 개념도 마구 끌어다가 윤색해서 마구 소비해 버려도 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급하다. 지금 당장 청년실업률은 치솟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은 가차 없이 한 발 한 발 우리 사회를 조여 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일자리 숫자를 백만 단위로 날려 버리게 될 것이고, 이제 세상에 나오는 새로운 세대에게는 정규직 일자리 같은 것은 잠꼬대에 불과한 무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게 된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발언을 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기본소득은 이번 대선에서 한 번 써먹고 버릴 그런 개념이 아니다. 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크고 강력하게, 원대하게 써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 개념이 대중의 머리 속에서 한 번 잘못 자리 잡게 되면 다시 바꾸기는 정말 어렵게 된다. 오해는 생기기 전에 막아야지, 푸는 것은 정말 어려운 법이다.


부디 자중하시길 빌며, 이재명 후보의 건투를 빈다.



참고 기사 : http://v.media.daum.net/v/2017012613373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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