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발언 혹은 차별 발언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흔하다. 나름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에게서도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특정한 발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모든 사람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민주주의의 대 명제와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종류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논리로, 혐오발언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어떻게 일베 등의 혐오발언을 금지시킬 수 있는가? 또는 반대로 일베 등의 혐오발언을 금지시키자고 주장하면서 어떤 논리로 표현의 자유를 동시에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 대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이 문제는 뜻밖에 쉽게 해결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의 가치"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사회적 의사결정에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의에 모두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해진다.
그러나 혐오발언은 특정 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이다. 이런 발언은 특정 소수자들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그들을 사회적 참여의 기회로부터 "폭력적으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게 혐오발언이 가져오는 해악이다. 즉 혐오발언을 허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목적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를 "혐오 발언"으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사회의 문화적인 수준의 발전 정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부분만큼은 사회적 논의에 맡겨 그때 그때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 논의 결과 혐오 발언으로 규정된 것들은 "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위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아닐까?
민주주의는 결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