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호 Jan 05. 2017

GMO는 실제로 위험한가?


다양한 진보계열의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GMO이다.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즉, 유전자 변형 생물체, 혹은 Genetically Engineered Organism 유전자 가공 생물체의 약자이다.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유전공학적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탄생한 새로운 결과물로 기존에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던 교배를 통한 개량종과는 많이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생물체를 이용한 식품, 즉 GMO Food는 과연 인체에 유해할까? 혹은 무해할까? 이 유무해 논쟁의 결론을 내기 이전에 이미 세계적으로 이 GMO 식품은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이미 다량의 GMO가 수입되어 가공되고 공급되고 있는데, 콩, 카놀라 등이 수입되어 식용 기름으로 만들어져 공급되고 있으며 옥수수 등의 곡물이 수입되어 사료로 쓰이고 있는 중이다. GMO는 주로 식물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동물 중에서도 GMO 연어가 만들어져 널리 공급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특정 회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광고비를 주신다면..


즉, 유무해 논쟁이 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GMO 식품은 우리 주변에 공급이 되고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찬반의 의견


찬성 쪽의 의견은 단순하다. GMO 식물은 더 빨리 자라고 병충해에 더 강하고 더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거다. 이는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 아니다. 굉장히 큰 장점이다. 지금도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다름 아닌 “기아”이기 때문이다. 값싼 곡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기아 문제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건강, 웰빙, 지속 가능한 삶, 이런 고민들은 당장 오늘 저녁 먹을 빵이 없는 기아 지역의 난민들의 문제에 비하면 하품 나오는 수준의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찬성론자들은 “특별한 위험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GMO 식품의 재배나 GMO 연어의 재배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그 결과 여러 나라에서 GMO 식품들이 제한적인 테두리 내에서 생산 및 유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도 허점은 있다. GMO 곡물이 인간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국적 농업회사들의 자본 축적을 위해 이용되고 있고, 그 곡물로 가축을 먹여 고급 육류 공급을 위해 소모되고 있으며 오히려 식량 양극화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몬산토는 몬산토인데.. 작물이 좀 이상하다. 저.. 저거슨.. 마리화….나?)


또한 GMO 식물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변형된 유전자가 잡초에 전이되어 수퍼 잡초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들, 그리고 역설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 등의 문제, 제초제나 농약에 내성을 가진 병균들의 등장 등 다수의 부작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퍼잡초라니.. 잡초 어벤저스인가.


결정적으로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가장 크게 흔들고 있는 지적은, 우리가 GMO 기술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모른다는 점이다. 유전자 변형은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모르고, 당장의 위험은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란된 생태계가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태계 차원의 변이는 인류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생물학적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무지에 의한 불안감의 근원이 된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정당하다는 근거 역시 부족하기 짝이 없다.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GMO 식품의 위해성은 제대로 입증된 적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노벨상 수상자들 다수가 집단적으로 GMO의 무해성을 주장하며 그린피스 등 단체들을 상대로 GMO 반대운동을 중단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정도라면 다국적 기업과 정부, 자본이 내통한 음모라고 치부하기 힘든 수준이다.


http://www.hankookilbo.com/v/d0d4a9f8452244ae8e0d299c69dea8ec


실제로 과학계의 중론은 “GMO가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라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GMO를 반대할 근거가 없는 것 아닐까?


GMO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부작용들은 사실 GMO 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초제나 농약의 과다 사용 문제는 결국 영농기업 간의 경쟁의 문제에 다름 아니고, 곡물 시장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이지 GMO 기술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다. 종자 특허를 독점한 몬산토나 카길 등 다국적 기업들의 문제는 역시 자본의 독점욕과 탐욕의 문제이지 그게 GMO 기술의 문제는 아니다.


GMO만 없어지면 저런 문제들이 해결될까? 심지어 GMO 기술로 생산된 식품을 완전히 근절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서 튀김용 식용유가 엄청 귀해질 것이고 그 결과는 사뭇 재앙의 수준에 가깝게 된다. 치맥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주 고가의 고급 음식으로 바뀌거나.. 감당할 수 있겠는가?


(치맥이 사라진다. 치킨과 맥주가 사라진다. 그리고 인류 문명은 멸망했다.)


유전정보를 건드린 결과로 초래될 (지도 모르는) 미래의 생물학적 재앙에 관해서는 찬반 양측 모두 아무런 입증을 할 방법이 없다. 한쪽에서는 “에이, 설마 그럴 리가~” 하는 수준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그럴 수도 있으니 무섭지 아니한가?”라는 입장이라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는 학술적인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만든 문명세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문제로 변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난감한 현실


과감하고 솔직하게 말을 하기로 하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GMO 관련 논란의 현주소는 시궁창에 불과하다.


환경단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GMO 유해성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 것이 몸에 좋은 것이여~ 하는 신토불이 수준의 주장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 자본의 대리인인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관한 음모론, 그와 결탁한 정부기관에 대한 혐오와 비하 등이 버무려져서 총체적인 불신의 소용돌이만 몰아치고 있을 뿐, 명쾌한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더라 하는 카더라만 난무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보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61852.html?_fr=mt2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한 기사다. 전체 내용에 걸쳐 과연 GMO가 왜 해로운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대신 아래 부분에 보면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 왜 나빠?
우리나라가 지엠오를 수입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자폐증·성인병·비만·성조숙증·당뇨병·소아암·갑상선암·뇌졸중 등 각종 질병률이 급증하기 시작했어. 지엠오가 진짜 무서운 건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 나중에 어떤 더 큰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거야.

GMO가 수입되기 시작한 시점에 다양한 질병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 통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게 GMO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증거가 없으면 아무 의미 없는 진술이다. 그 질병률의 상승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것인지, 수질 오염으로 인한 것인지, 방사능 오염인지, 비만의 결과인지, 사회 문화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


거기에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 나중에 어떤 더 큰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거야”라는 문장은 그대로 따다가 찬성론자들이 써도 되는 문장이다. 부작용이 나타나질 않고 미래에 어떤 피해를 유발할지도 알 수 없다면 안전한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아직 GMO가 인체에 정말로 유해한 것인지, 유해하다면 어떻게 해를 끼치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위험을 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정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며, 그럴 때 사회는 “맥시멈 리스크”를 가정하고 저것의 안전이 입증되기 전에는 대량 유통시키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정부가 이런 “맥시멈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비난을 한 것이라는 점 기억하시는가?


GMO에 관해서는 어떨까?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논쟁할 때, 조금이라도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구비하고 논쟁을 하자는 것이다.


찬성하는 쪽은 정부와 기업의 힘을 등에 업고 자꾸 남몰래 뭔가 일을 벌이려고 들고, 반대하는 쪽은 천지신명이 반대한다는 뉘앙스로 상대를 무조건 음험한 음모꾼들, 거대한 악의 무리로 모는 식으로 해서는 아무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즉, 논쟁의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논쟁을 어떤 근거를 가지고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가 하는 “논쟁의 방법론”이 백배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제대로 된 논쟁이 벌어지고 수많은 전문가, 학자, 현장 운동가, 시민단체 회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모아지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 전에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urutukus




매거진의 이전글 까나리와 양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