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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Mar 04. 2017

저들을 닮아야 하는가?



직업의 특성상, 잔소리에 가까운 이야길 많이 하게 된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꼰대질이 되어 버리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자유당을 비판하면서 "자유당 해체!"를 외치는 것.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탄핵 인용 판결이 나게 되면 그 순간 대선 일정이 결정된다. 60일 이내에 대선을 하라고 헌법에 정해져 있다. 그러면 바로 법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일반인들은 정당이나 출마한 후보자들에 대한 비난이나 칭송 등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특히나 공공의 장소에서 외치는 행위는 더욱 그렇다. "불법 선거운동"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과열되기 쉬운 선거운동을 제어하기 위해 온갖 규제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지적들이 있어왔고, 그래서 선거법도 지속적으로 좀 더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현행법이다. 현재 정해진 법 조항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 장소에서 자유당 해체를 외치는 행동은 현행 선거법상 금지된 행동이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되고, 누군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선관위가 규제에 나서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 처리이다.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그건 그렇지 않다고 반론하는 것. 잔소리이자 꼰대질인 것은 맞는데..

여기에 더 골치 아프고 힘든 질문이 따라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깐깐하게 법 지키고 도덕 지키는 거 다 좋은데, 저들은 법도 무시하고 도덕과 윤리도 무시하면서 제멋대로 이 사회를 유린하고 있는데, 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우리는 맨날 법 지키고 도덕 지키다가 저들과의 싸움에서 지게 된다는 것.

우리도 어느 선까지는 법과 도덕을 좀 무시하고 싸워서 저들을 일단 무력화시킨 뒤에 사회가 평화로워지면 법과 도덕을 지키는 모습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렇게 얌전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겠어? 하는 뼈아픈 질문.

그래서 맨날 우리가 지는 거야, 난 그렇게 지지 않겠어, 라는 가슴 아픈 다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슴이 아프더라도 그런 태도에는 끝까지 동의해 줄 수가 없다. 그러면 안된다. 아니 계속 그렇게 우긴다면 나는 당신들을 오히려 저들보다 더 나쁜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의 옳고 그름을 규정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 사람이 옳은지 틀린지는 무엇으로 확인할까? 진정성? 그런 건 애초에 없다. 사람의 마음은 자기 자신도 속여 넘기는 무서운 것이다.

사람은 그가 행하는 말과 행동으로 규정된다. 이것은 철칙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착한 사람 없고, 처음부터 악당인 사람도 없다. 옳은 일을 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쁜 일을 하면 악당이 되는 것뿐.

악당을 비난하며 악당과 싸워 이기기 위해 악당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건 바로 또 하나의 악당이 탄생하는 순간일 뿐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그 목적이 정당하다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그가 사용하는 수단이 그가 주장하는 목적의 옳고 그름을 보여주는 법이다.  

악과 싸워 이기겠다며 악한 방법을 쓰는 것,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악한 방법을 써서 이긴다 한들, 당신은 이미 악당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승리는 또 다른 악의 승리일 뿐이다.

도대체 왜 싸우는가?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당장 정당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지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최소한 저들을 닮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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