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래기가 날아왔어요.^^
뉴저지에서 친구가 시래기를 소포로 보내왔지 뭡니까.
가을철 싱싱한 무청을 말려서 차곡차곡 박스에 담아 우편으로 부친 시래기랍니다.
제 토종 식성을 꿰고 있는 친구라, 시락국도 끓여 먹고 정월대보름 나물하라네요.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에서보다 더 절기음식 챙기는 제 취향을 친구는 익히 알고 있거든요.
우편요금이 $18.90씩이나 들었으니 산술적 계산으론 차라리 사 먹는 게 한결 헐하게 치겠지요.
하지만 친구는 우리가 함께 누렸던 뉴저지 가을 양광의 내음을 나눠주고 싶었을 겁니다.
해마다 늦가을엔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리는 국화 전시회를 같이 찾았는데요.
귀갓길에는 한인 농장 들러 바다같이 너른 채소밭에서 무청을 몇 박스씩 사 오곤 했었지요.
정갈하게 손수 무청을 다듬어 일일이 펜스에 걸쳐두고 말려가며 정성껏 건사했을 친구.
가을비 뿌리면 재빨리 걷었다가 볕 들면 다시 널기를 되풀이했을 호노리나 얼굴이 떠오릅니다.
친구는 저보다 한 살 많을 뿐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푸근해 마치 친정 언니 같았어요.
이른 봄 첫 순 발그레 돋아난 부추는 피가 되는 보약이라면서 한 소쿠리씩 베어다 주던 친구였고요.
온갖 화목 어우러지던 친구 집 뜰에서 라일락이나
무화과나무 새 움이 올라와 실하게 자라면요.
우리 집 정원에도 심으라며 튼실한 묘목 뿌리째 살살 뽑아신문에 도르르 말아가지고 와 직접 심어주던 친구.
날씨 굿은 오후엔 뜨끈한 월남 국수로 저녁 때우자며 차를 몰고 왔으며 대설이라도 쌓인 날엔 경상도식 두터운 찌짐 부쳐 식기 전에 먹으라며 건네주고 갔지요.
시래기가 든 소포는 아주 가뿐했어요.
우체부로부터 박스를 건네받자마자 친구한테 잘 받았노라 사진찍어 보내고는 포장을 뜯었어요.
바싹 마른 시래기를 살살 걷어올려 압력솥에 시래기가 잠길 만큼 칠 흡 넘게 뜨물을 붓고는 뒷마당에서 프로판가스불 켜고 올려놨어요.
주방에서 삶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거든요.
한 시간쯤 삶다가 불을 끄고는 뜸이 충분히 든 다음 저절로 식도록 그냥 놔뒀지요.
뒤뜰 수돗가에서 삶아진 시래기를 훨훨 헹궈 한 번씩 해먹을 양으로 뭉쳐
지퍼백에 담아선 냉동실에 갈무리해 두었답니다.
물론 당일로 시래깃국 구수하게 끓여 고봉밥에 국 한 대접 시원하게 먹었고요.
호노리나 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