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재해 있는 여러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해수욕장은?
제주의 3대 해변으로 꼽히는 함덕해수욕장이다.
함덕해변은 바다 빛깔이 유난히 아름답다, 수심이 매우 얕다, 물결이 잔잔하고 고요하다, 로 집약된다.
이 세 가지 장점 외에 고운 백사장, 알맞게 나있는 방파제, 서우봉이란 산책로까지 거느린 함덕해수욕장이다.
카약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키 큰 야자수는 해외여행지로 잠시 착각을 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함덕해수욕장의 으뜸 자랑거리는 오묘하기 그지없는 바다 물빛이다.
색상 이름을 죽 열거해 봐도 코발트블루, 스카이블루, 마린블루, 네이비블루, 푸샨 블루, 터키블루, 하와이안블루, 로열블루, 인디고블루....
푸른 보석 상자를 다 열어봐도 옥, 비취, 에메랄드, 사파이어, 지르콘, 터키석, 토파즈... 또 뭐가 있을까.
그 모든 색채가 신비로이 어우러진 바다, 함덕에는 그래서 쾌청한 날 가야 제격이다.
해변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수심 얕고 경사도 완만해 물놀이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는 바다이면서 한편에선 파도 제법 일어 서핑도 할 수 있는 바다가 여기다.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25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넓게 펼쳐진 패사질의 하얀 모랫벌과 청청한 바다가 눈 맛 시원하게 해 준다.
국내이지만 해외처럼 먼, 바다 건너 제주는 방문객 거의가 항공편을 이용하는데 공항과 가깝다는 이점과 대중교통 접근성까지 좋다.
더구나 일찌감치 투자 개발의 손길을 탄 지역답게 각종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졌으며 교통편 역시 용이하다.
1983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명실공히 전역이 국민관광지가 된 제주다.
유명세가 괜히 붙겠는가.
그에 따라 제주의 악명 높은 바가지 상혼이 지탄 대상으로 떠오른 작금이다만 SNS 유혹부터 떨쳐낸다면 과히 지나치지도 않은 물가다.
한국으로 리턴한 후 부산에서 이태를 살아봤기에 그 지역 물가와 자주 비교를 해보곤 한다.
렌트비, 음식값, 전체 물가 등 생활비 결코 생각만큼 높은 제주가 아니다.
여행정보에 관한 검색 철저히 한다 해도 관광객들이 전적으로 의지하는 건 시대 조류가 그러하니 SNS뿐이다.
뷰가 멋진 카페에 독특한 맛집 리뷰만 믿고 '여행은 즐거운 소비다' 기분 내며 들어갔다가 옴팡 쓰는 거다.
먼저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을 의지력과 과장되이 떠벌린 화려한 포장 사진에 비틀대지 않을 자신감으로 무장만 하라.
그런 다음 아예 폰에서 눈길 뗀다면 기분 잡치는 일 없이 즐겁게 제주를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얻을 수 있으리니.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의 집밥을 찾는다면 기본인 맛은 물론 가격도 착하기 그지없으니까.
요즘엔 전국 체인화된 업체가 많아 따지고 보면 어느 경우든 바가지는 쓰고 싶은 기분파들만 뒤집어쓰게 돼있다.
오늘날은 사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온갖 레저 시설 골고루 들어서 힐링섬으로 각광받는 제주도다.
하지만 절해고도라서 걸핏하면 왜인들 집적댔으며 몽골은 아예 주인 행세하며 대놓고 군마를 풀어 키웠다.
조선말까지만 해도 대역죄인만 보내는 최악의 유배처가 제주였다.
외딴 화산섬의 특성상 척박한 환경에 곤궁을 면하기 어렵던 옛날 옛적.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 하였다.
그처럼 함 씨 성을 가진 할머니가 흉년 들어 모두가 배곯던 해에 자기 곳간을 풀었다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죽을 쒀서 고루 나누어주는 등 덕을 베풀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그래서 지명이 함덕이다.
또 다른 썰로는 함씨라는 이가 함다리라는 돌다리를 놓아 사람들 안전하게 건너가게 한 월천공덕(越川功德)을 쌓은 데서 유래했다고도.
천민인 기녀에서 배포 큰 조선 최고의 거상에 올라 나눔과 베풂을 널리 실천한 만덕의 적선만 있었던 게 아닌 듯.
괸당문화가 꽃 핀 제주에는 공동체 연대의식이 강해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모진 어려움 헤쳐 나왔던가 보다.
물론 육지 어디나 품앗이 문화가 정착돼 작업 공동체 성격의 두레로까지 발전했듯이.
연고주의 따위가 아닌 보다 좋은 의미로 그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하는 마음, 생각의 갈래를 따라오다 보니 함덕 뜻이 여기에 이르렀다.
어디에도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상념 이쯤에서 각설하고 결론인즉슨, 이곳이 계절 없이 붐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이바구다.
해변 초입의 돌하르방, 세상 편안한 자세라 한 컷씩 담았다.
다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함덕해수욕장의 매력 하나 더 추가한다.
관광타운으로 정착하며 상업화된 감이야 어쩔 도리 없지만 그래도 함덕이야! 엄지 척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시크릿 포인트.
바로 곁 듬직하게 들러리 서있는 서우봉 산책과 산비탈에서 맞는 환상적인 선셋이리라.
오름 둘레길 서쪽 언덕에 서서 망연히 바라본 일몰 풍경은 매번 찬란하면서도 비장미의 극치를 보여주니까.
서우봉 중턱에서는 페러글라이딩도 할 수 있어 상쾌하게 하늘을 날며 가슴 가득 푸른 바다를 안아볼 수도 있다.
제주에 여행온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액티비티로 새처럼 창공을 날아보는 패러글라이딩.
특별히 함덕 서우봉에서는 바다 위를 알바트로스 되어 유유히 날 수가 있으니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저 높은 곳에서 훨훨 날며 순간이나마 만끽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니.
이십여 년 전 태국 파타야에서 패러세일링에 도전했던 생각이 났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흉금 후련하고 씨원해지며 강렬한 통쾌감에 마구마구 환호성을 질러댔었다.
기실, 액티비티 즐기거나 카페에 앉아 풍광 감상하는 바다 말고 모래벌판에서 멍 때린 채 무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바다가 함덕이다.
일몰 풍경은 물론 야경 역시 함덕에서 놓치면 절대 손해다.
불타오르던 염제가 스러지자 서녘 하늘 구름이 점점 수채화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듬뿍 물 칠해서 큼직한 붓으로 창공에 좌악 붓질하자 흘러내릴 듯 주황빛 물기가 번졌다.
그러고는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묘기를 부리는 서녘.
주황빛 혹은 홍시 빛으로 뭉뚱그려 이름 짓기 어려운 찬연하도록 매혹적인 황혼.
삼원색 블루가 그러하듯 레드와 옐로 역시 오묘한 색의 조화로 숨 막히는 비경을 연출해 냈다.
색채의 향연 황홀하게 펼쳐지는 밤바다의 매력에 빠져 얕은 물가에 발을 담근 채 시원한 해풍을 즐겼다.
완전히 노을이 지자 먼바다에 어선 집어등 하나 둘 떠오르고 활짝 핀 문주란 곁 도심 불빛은 황금색으로 화려해졌다.
도로변 버스킹 음악소리가 한층 더 흥겹게 울려 퍼졌다.
청남빛 창공 높직이 은색 상현달 새하얗게 빛났다.
그제야 마음이 급해져 곧바로 서귀포행 급행 버스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