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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Oct 21. 2024

세상을 바꾸는 작은 일

니트컴퍼니가 끝날 무렵 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지만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화성시에서 청년정책협의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이 무슨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청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무언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 그렇지만 당장 참여를 할지 고민했는데 회의에 참여하면 수당을 준다는 말을 듣고 덥석 참여하기로 했다.


센터에서 발대식을 했는데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에 놀랐다. 50명을 모집했고, 거의 그 정도의 인원이 왔기 때문에 센터가 시끌벅적했다.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지역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입장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 직장인이 많았고, 활동가가 거부감이 든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협의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거나 모니터링하는 곳이었다. 그렇다 보니 절차가 강조됐다. 당시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와서 하는 이야기도 이곳에서 뭔가를 바꾸려고 하면 느리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비슷한 활동을 여러 개 해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의제로 모인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의견을 일치시키기가 어렵고, 그렇게 하더라도 관에서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화성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모였지만 지역이 워낙 넓어서 사람이 모이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당시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권역별로 모이기로 합의했지만, 막상 그렇게 모이고 나니 같은 동네에 산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랐고, 회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래도 회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어찌 됐든 지역 내의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소극적이어서 회의가 잘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거의 후반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회의에 참여하고 싶어도 열리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 못했다.


그때는 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일이 끝나고 나면 회의에 참여했다. 꼭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렇지만 다음 기수에도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였다. 워낙 실망하기도 했고,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애인이 다음 기수에 합류했고, 덩달아 참여했다.


그 와중에 지역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협의체에도 참여했다. 참여 자격은 예술인이나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었지만 대부분 예술인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만났다. 내가 참여한 분과는 청년이 많아서 청년예술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때 만나고 나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공연 쪽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조차 나 같은 사람은 예외적인 사람이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킹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 그렇지만 나 같은 글을 쓰는 경우에는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작가의 대부분은 개인 활동을 선호하고, 지역에서 글을 쓰는 작가를 찾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직접 단체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고민했다.


물론 단체를 만들어도 그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내 역량도 부족하고,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단체를 만든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반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어떤 단체를 만들어야 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꾸준히 활동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이런 활동이 내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대한 정보도 듣고, 삶의 동기부여도 돼서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 이런 활동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꼭 당장 나에게 이득을 안겨주지 않아도 사회를 나아가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각자 생각은 달라도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다소간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정치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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