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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n 21. 2018

엄마의 노트

색과 빛과 언어

                                                                                                                                    

신랑은 독일로 출장을 갔고, 난 일주일 내내 이걸 부둥켜안고 있다.


우리 엄마가 나 태어나기 전부터 플러스펜으로 글을 썼던 노트다. 여기엔 문학을 사랑했던 소녀가 있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이 있고, 첫 아기를 낳아 어쩔줄 모르는 초보 엄마가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젊은 날의 그녀는 유독 삶의 의미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지금의 내 일기장과 너무도 닮아있어 코 끝이 자꾸 시큰거린다.


"또 책을 이렇게나 샀어?" 거실에 책을 가득 쌓아놓고 글쓰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딸을 볼 때마다 엄마는 혀를 내두른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차곡이 쌓여가는 책을 보면서 엄마가 내심 안도하고 있다는 것들. 젊은 날 자신이 꿈꾸었던 글을 써나가는 딸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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