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전염을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 연극, 콘서트, 페스티벌 등 관객 밀집도가 높은 공연예술 분야는 전면 휴업상태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6월 7일까지 폐쇄를 연장했다. 공연 중단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연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영상을 통해 공연을 생중계하고 있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했다. 랜선을 통한 방구석 관람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유튜브 채널 - THE SHOWES MUST GO ON!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지난 3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을 통해 매주 금요일 오후 7시(한국시간 기준 토요일 오전 3시)마다 그가 제작한 뮤지컬 작품의 공연 실황 영상을 한 편씩 48시간 동안 공개하고 있다. 채널에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부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4월 18일 오전 3시부터 48시간 동안 공개된 영상은 전 세계 1,000만 명의 온라인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 중단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배우, 스텝이겠지만, 우리에게도 예술이 이 없는 삶은 매우 건조하고 힘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음악이 필요했던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영상이 공개된 이후, 사무실에서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아마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 영상은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으로 앱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wavve에서도 4천원으로 영구적으로 스트리밍 이용이 가능하다. 공연 막바지에 역대 팬텀들의 특별공연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비롯한 많은 스텝이 등장하기에 소장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4대 뮤지컬'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나도 예전에 무척 궁금했던 부분이라 내가 아는 수준에서 정리해본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해보면, ‘서울 3대 탕수육’이나, ‘전국 5대 짬뽕’과 같은 수식어로 설명하는 식당들이 있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O대’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신뢰가 간다. 절묘한 홍보/마케팅 방법인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수식어가 뮤지컬 분야에도 있다. 바로 ‘세계 4대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세계 4대 뮤지컬’을 알고 계신 분들은 많다. 네 작품 중에서 한두 작품 정도 보신 분들도 꽤 많다. 특히, 뮤지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4대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 ‘세계 4대 뮤지컬’의 기준은 무엇일까? 맛집이라면, 손님들의 입소문을 통해 검증되기도 하고, TV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그 맛을 널리 알리게 되면서 맛집으로 통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 4대 뮤지컬’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그리고, 어떤 작품들일까?
우리가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작품은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다. 대부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빅4(Big Four)’ 또는 ‘매킨토시의 빅4’로 표현하고 있다. 왜냐하면, 영국 출신 뮤지컬 제작자(Producer) ‘카메론 매킨토시’가 1980년대에 발표해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세계 4대 뮤지컬’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영미권에서 ‘매킨토시의 빅4’로 부르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세계 4대 뮤지컬’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네 작품 다 지금까지 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출처 : 인터파크 티켓 -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포스터 이 작품들은 1980년대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며, 잘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미국의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여전히 흥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들이 현존하는 뮤지컬 작품 중에서 최고의 네 작품일까? 아마도 일반 관객들에게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꼭 관람해야 하는 훌륭한 작품’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가미된 마케팅적 용어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의 어떤 요소가 ‘빅4’라고 칭할 만큼 관객들을 매혹시켰는지 살펴보자.
뮤지컬 ‘캣츠’는 1981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T.S 엘리엇 (Thomas steam Eliot)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1년에 단 한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목 그대로 30여 마리의 개성적인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천상으로 향할 단 한 마리의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각자 풀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도 있다.
뮤지컬 ‘캣츠’의 매력은 화려한 의상 및 분장, 역동적인 안무,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특히,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Memory)’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큼 너무나 유명한 곡이다. 다만, 스토리라인이 명확하지 않기에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 고양이들이 공연 도중에 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다른 공연처럼 무대 위의 배우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들을 만져볼 수도 있다. 앞좌석 통로에 가까운 ‘젤리클석’에 앉는다면, ‘캣츠’만의 또 다른 매력을 빠질 것이다.
이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이 작품은 1985년에 런던에서 초연되었으며,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지금까지 공연 중인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장발장’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불쌍한 사람’을 뜻하는 ‘miserable’에 복수 정관사 ‘les’가 붙어 ‘불쌍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가 아니라, 신념, 자비, 정의, 사랑, 열정 등을 잘 표현해낸 한 편의 대서사시이다.
특히, ‘I Dreamed A Dream’을 비롯하여 ‘One Day More’, ‘On My Own’,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이 작품의 뮤지컬 넘버는 감동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중에서 ‘I Dreamed A Dream’은 가난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판틴’이 부르는 노래이다. 2009년 영국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수전 보일’이 부르면서 화제가 되었다. 당시 47살의 나이와 볼품없는 외모로 심사위원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이 노래를 통해 뛰어난 가창력을 선사하여 극찬과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한, 김연아 선수는 2012~13 프리 프로그램에서 ‘레미제라블’의 음악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그 외에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음악은 영화, 광고,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뮤지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아마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일 것이다. 1986년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1988년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공연되고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최다 공연 기록으로 월드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이 작품도 ‘캣츠’와 마찬가지로 ‘카메론 매킨토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들었다.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였다.
이 작품에는 ‘The Phantom of the Opera’, ‘Music of the Night’, ‘Think of Me’등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노래가 많다. 특히,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의 노래는 매우 음역대가 넓기에 웬만해선 소화해내기 어렵다. 1대 ‘크리스틴 다에’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아내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였으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그녀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고 한다. 이 작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샹들리에’이다. 공연 시작 부분에서 샹들리에가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공연 중에 관객석으로 뚝 떨어지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 외에도 이 작품에는 놀라운 특수효과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1989년에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었으며,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마찬가지로 작곡가 ‘클로드 미셀 쇤베르그’, 작사가 ‘알랭 부빌’과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같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베트남 전쟁 직후 퍼진 한 장의 사진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제작진은 여자 주인공 ‘Kim’을 찾기 위해 1년여간 수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적합한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당시 17세였던 ‘레아 살롱가’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미스 사이공’의 초연 배우가 된다.
이 작품의 포스터가 헬리콥터를 형상화한 것 같지 않은가? 사이공 함락 장면에서 실제와 똑같은 크기의 헬리콥터가 무대에 등장하는데, 이 장면 역시 압권이다. 요즘은 영상기술이 발달하여 3D 영상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주인공 ‘킴’과 ‘크리스’가 결혼식 후에 부르는 ‘Night Of The World’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엔지니어’의 ‘The American Dream’이 명곡이다.
위 네 작품 모두 추천해드리지만, 모두 대작이기에 네 작품을 모두 관람하려면 꽤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보통 2~3년에 1 작품 정도가 공연하기에 기다림의 시간도 길고, 주로 서울에서 공연하고, 지방은 몇몇 도시에서만 공연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것은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보는 것이다. 다행히,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콘서트(2010)’,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2011)’, ‘미스 사이공 : 25주년 기념공연(2016)’ 영상은 1만원의 이하의 비용으로 소장용을 구매할 수 있다. 공연장의 감동을 실제 관람하는 기분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에 써왔던 글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목 :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공연 이야기'
(202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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