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으로 존재하는 음악: 프롤로그

음악, 나를 듣고 느끼다

by 이재희

여러분의 ‘인생 음악’은 무엇인가요? 글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저의 ‘인생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가 8살이던 그 시절.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소년은 어느 한 순간의 경험을 통해서 평생 기억될 그 순간 들었던 ‘인생 음악’과 함께 감정으로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알아가게 됩니다.


저와 동시대를 향유하신 독자분들께선 기억하실 겁니다. 천*안, 나**리와 같은 PC통신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터넷 서비스 시대가 한창 붐이었던 그 시절. 소년은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에 인터넷 홍보차량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았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터넷 세상과 마주합니다. 들뜬 마음에 인터넷을 탐색하며 머무른 곳은 바로 음악 감상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홈페이지에서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듣게 됩니다. 동요만 듣던 어린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어린 그 시절 짙은 사랑의 경험이 없었음에도 온전히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 아마도 어린 시절 저는 온전한 감정의 흐름을 몸소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 저는 음악의 주는 기쁨을 알게 되어 날마다 조성모의 노래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재생하며 듣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음악은 저와 떼려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출하고, 위로받았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이후 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며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나에게 가까이 있었던 음악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음악 활동을 하고, 또 음악을 가르치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부르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저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음악 활동을 하며 남들에게 보여지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음악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데 급급한 모습으로 음악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빠져있었던 거죠.


이런 저에게 어느 날 운명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학위 취득을 위해 들어간 박사과정에서 를 성찰하는 사유의 힘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공자, 퇴계, 스피노자와 같은 고전을 공부하면서 말이죠. 이후 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니, 어쩌면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할 수도 있겠어요. 저는 나 자신’에 집중하며, 나의 ‘감정’을 사유할 수 있게 되었고, 어릴 적 느꼈던 음악의 힘, 음악에 흐르는 감정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감정으로 존재하는 음악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듣는 모든 음악이 제 ‘인생 음악’이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생각의 힘이란 정말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위대했습니다. 저조차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그 힘을 몸소 체험하며 느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온 세상이 아름다워졌습니다. 지금도요! 그렇게 저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중요성과 그 힘을 다시금 깨달으며 매 순간 새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기억과 삶의 체험을 동기로, 제가 경험한 사유의 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글의 힘을 빌려 여러분과 함께 느껴보고자 합니다. 제가 느낀 생각의 힘, 즉 사유의 힘을 말이죠.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유의 힘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던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는 이 사유의 힘을 칼럼,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전달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느낀 사유의 힘의 기반에는 학술적인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할 글에서는 복잡한 학술, 음악 이론은 잠시 접어두고, 사유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자 합니다.


온전한 사유에 다가가는 길은 때로는 어렵고, 때로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또 처음이 아닌 중간부터 읽으셔도 충분히 사유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서 제가 느낀 사유의 힘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제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고 약속해 주세요. 제 글을 읽는 순간, 음악을 듣는 순간에는 꼭 여러분 자신을 생각하고, 여러분 '자신의 감정'을 느껴주세요. 모든 편이 마무리될 때, 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나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시길 간절히 바라며, ‘감정으로 존재하는 음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 음악과 삶의 감정이 여러분 곁에 다시 머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