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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새벽 Dec 14. 2018

이제 사후세계를 믿을 수 밖에 없다

영화음악의 거장 요한 요한슨을 추모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어떻게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입술을 빼쭉 내밀고 위 문장을 이렇게 고치겠다.
요한 요한슨이 죽었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2월 20일.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커트는 죽었고 나는 살아서 계속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 건 죽어간다는 뜻이다.

요한 요한슨이 죽었다.

빛을 가지고 노는 화면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빛을 사용한 영상예술이라고 생각했다. 몽환적인 공간 속 베일듯한 콧날의 여성도 아름다웠다. 그 다음엔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영화 <컨택트(원제 : Arrival)>를 본 감상이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빠져 나왔을 때, 나는 똑바로 걸을 수가 없어 한참을 전봇대에 기대 서 있어야했다. 어지러웠다. 그리고 그 영화의 음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두 달 가까이, 요한 요한슨의 음악만 듣고 다닌 시기가 있었다. <컨택트>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됐다. 나는 그가 만든 세계에 살았다. 그가 만든 음악의 음원은 남아 있지만 그는 죽었다. 그것이 왜 슬픈지 나는 설명을 못 하겠다.

요한 요한슨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컨택트>를 내 인생 영화로 꼽지는 않았을 것이다.


슬픈 와중에 안타까운 건 이 슬픔을 같이 견뎌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있지, 요한 요한슨이 죽었어... 그러면 반 정도는 벌게진 눈을 하고 "나의 블랙 위도우가 죽었다고!?" 라고 묻거나 "아, 나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재밌게 봤는데...라며 혀를 찰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도 요나스 요나손도 아니고 요한 요한슨이 죽었단 말이다 젠장. 

나는 근거도 없이 믿었다. 언젠가 그를 만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아이슬랜드에 가서 그를 만나 차를 한 네 잔 쯤 마시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악기와 장비, 그가 새로운 사운드를 얻기 위해 해온 실험, 그가 가진 철학, 그런 철학에 영향을 준 사람과 작품들, 음원을 만들면서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청해 듣게 될 거라고 믿었다. 





내가 슬픈 것은 그 지점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이다.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람은 살아서만 만나지는 게 아니며, 죽은 뒤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거기서 먼저 떠난 사람들을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제, 나는 사후세계를 믿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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