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좋니'와 민서의 '좋아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네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윤종신, <좋니> 중
흔히 있는 일인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가 가장 아픈 사람이 되었다.
남자는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라며 괴로운 마음을 분명히 전한다. 거기다 '네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라며 체면을 잊은 투정까지 서슴치 않는다. '변색된'이란 수식어를 붙인다한들, '이것도 사랑'이라는 주장을 듣는다면 나는 끝내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리라.
좋아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내가 그렇게 예쁘다면서
그 모습을 그가 참 좋아해 너무 날 사랑해줘
아팠던 날 알면서도
좋아 참 그 사람 솔직히 너무나 고마워
너도 빨리 행복하면 좋겠어
다음 사람 내 열 배만큼 사랑해줘
다시는 그러지 마
좋아 정말 좋아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야
난 딱 알맞게 너를 사랑했어
뒤끝 없는 너의 예전 여자 친구일 뿐
길었던 결국 안 될 사랑
-민서, <좋아> 중
한편 여자의 답변은 매몰차다. 새로운 사랑을 해서 '좋으니'라고 물었던 남자에게 날카롭게 '좋아'라고 답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발 유난 좀 떨지 마'라고 남자의 치기 어린 행동을 비난한다. 그런데 지금은 좋다고, 사랑받는다고, 나는 '예전 여자친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쓸쓸한가.
그것은 사랑이란 행정구역의 경계가 모호해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사랑이 아닌지 알 수 없는 탓에 아직 그곳을 정확히 그려낸 지도가 없는 까닭이다. 하여 그곳을 여행하는 이들이 종종 길을 잃고 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