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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새벽 Dec 14. 2018

당신의 똥꼬 깊숙한 곳으로 나의 위로를 보낸다

임성순 장편소설 <자기개발의 정석>




<자기 개발의 정석 : ★★★>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마흔여섯, 회사원, 직급은 부장, 사춘기인 딸 하나, 네 살 연하의 아내. 부부 관계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부장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업무상 접대를 하다 종종 가게 되는 ‘2차’에서 성욕을 푼다. 비윤리적이라고 손가락질 하기에는 남자, 너무 가진 것이 없다. 그는 거대한 강물의 흐름에 부유하는 지푸라기 같다. 지푸라기처럼 무력한 그를 성매매충이라고 비난 하기 전에, 우리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아이가 캐나다에 간 것은 이 부장의 발음 때문이었다.








이 부장은 『성문 종합영어』와 새벽 6시 라디오로 영어를 익혔다. 아내와 딸은 그의 영어 발음을 “쪽팔려”했다. 아내는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 이 나라엔 답이 없어.”
긴 논쟁 끝에 아내는 이렇게 말했고, 이 부장은 말문이 막혔다. 답이 없는 곳에 자신은 왜 남겨 두는지 궁금했지만 결국 아내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전형적일 수가 있는가. 이 부장은 기러기 아빠가 됐다. “외로운 날은 야근을 했고, 말할 수 없이 허한 감정이 갑자기 몰려오는 날이면 회식을 했다.” “불행에 1을 주고 행복에 10을 준다면 대략 3.21 정도에 해당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이제 삶의 공허함을 무엇으로 달래지? 어쩌면, 자기계발이라도 시작하는 수밖에.

이런 이 부장의 삶을 보며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자,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이고 자시고 성매매충은 싫어요라고 말할 자,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라. 이것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쳐가는 이 시대 가장들을 위한 눈물겨운 헌사다. 그런데 그 헌사가 몸 속 깊은 어디로 들어온다. 그게 어디냐 하면…







거의 다 바른 건가, 하고 방심하는 순간 따뜻하고 매끄러운 손가락이 이 부장의 항문을 파고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 외롭고 지친 이 중년 남성은 전립선염에 걸렸다. 다른 곳도 아닌 ‘거기’가 문제라니, 마음도 무거운데 무엇보다 치료방식이 엽기다. OTL포즈를 시켜놓고 뒤에서 항문을 쑤셔버리니,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이 부장은 말한다. 그런데 더 아찔한 사실은, 그 와중에 ‘거기’가 벌떡 서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는 문득 무언가 터져나올 것 같은 기분에 잠긴다.








“참지 마세요, 나오는 게 정상이니까요.”








그는 남자의사의 손가락을 똥구멍에 넣은 채 사정해버리고 만다. 이 부장, “침대 아래 땅을 파 자신의 몸뚱이를 그곳에 묻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두 번째 치료를 갔을 때, 이 부장은 이 전립선 마사지를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그리고 미국산이라는 그 기계를 산다. ‘아네로스.’ 그것은 매우 이질적으로 생겼다. “외계인의 알” 같다. 그는 그것을 항문에 끼운다. 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 이제는 자위도구가 되어 버린 외계인의 알을 끼우며 그는 문득 가족을 떠올린다.







다리를 벌려 차가운 윤활액을 바르는 동안 이 시간 그의 아내와 딸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밥 한 끼 같이 먹어 본 지가 벌써 1년쯤 지난 식구들의 일상을 그가 알 리 만무했다. 아니, 가족이기는 했지만 이미 식구라고는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이 부장은 온전히 혼자였다. 갓 태어난 직후 처음 탯줄이 끊겼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다. 그것을 가리켜 누군가는 ‘모체로부터의 분리라는 기이한 트라우마’를 우리는 타고 난다고 했다. 탯줄이 끊겼을 때 느꼈을 법한 고립감을, 이 부장은 결혼도 하고 딸까지 낳았는데도 느끼고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전립선 마사지라는 핑계로 새로운 즐거움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의 은밀한 행위는 주기적인 여가가 된다. 

임성순의 장편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은 ‘중심’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그의 불운은 단지 열심히 살았을뿐인데 찾아온 것이라 연민을 느끼기 쉽다. 그런 그가 돌파구로 찾아낸 것은 전립선 마사지 중 느끼는 오르가슴이다. 남들에게는 얘기할 수 없는 이 독특한 ‘자기개발 행위’에 몰두하는 한 남자의 일상과 심리변화를, 임성순은 포장 없는 날 것의 코미디로 그려냈다.

항문에 기구를 삽입해 전립선을 자극하여 쾌감을 느낀다는 이 낯뜨거운 이야기는 처음에는 이질적으로, 그러나 나중에는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 부장이 피라미드 사기단에게 포착되는 순간이나, 그곳에서 만난 고2짜리 남자애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 그리고 그 고2짜리 남자애의 엄마가 경찰서로 와서 ‘자위는 사탄’이라며 신을 부르짖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다. 그런데, 웃음 뒤에 얼마간 씁쓸한 맛이 난다. 이 부장의 장인이 그랬고 이 부장 본인이 그랬듯, 입이 쓰다. 세계가 이토록 불완전한 곳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쓰디쓴 현실 속에서 독자를 긴장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아내의 존재’다. 캐나다에 가 있는 그녀는 왜 자꾸 돈을 부치라고 하는가. 돈이야 부쳐줄 수 있지만, 안부를 묻는 척 하며 조금씩 돈 얘기를 꺼내는 그녀의 존재는 독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못해 이제는 항문까지 너덜너덜해져가는 이 부장에게 ‘아내의 바람’ 같은 건 너무 가혹한 처사니까. 하지만 아내가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집안으로 돌아섰을 때, 그들에게 벌어진 상황을 보고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외로움, 전립선염, 우울증, 폭행, 사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끝내 그들은 사랑을 만난다. 소설에는 그려지지 않고 있지만 마지막 장면의 다음 순간부터, 아마 이 부장은 아네로스를 사용할 일이 없을 거다. 그는 다시 아내와 사랑을 나눌 거고, 성교가 치료에 좋다고 했던 의사의 말대로 전립선염도 나을 거다. 딸은, 다소 충격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영어와 수학 공부해서 잘 살아갈 거다. 그리고 훗날, ‘아빠가 엉덩이에 이상한 걸 꽂고 있어서 정말 놀랬어’라며 깔깔 웃는 날도 올 거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부디 아프지 않길 바란다. 아픈데가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윤활유를 바르며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임성순이 이렇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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