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언제나 두려워

by 아론

2020년도 10월 한글날 전후로 부서를 이동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사무실도 자주 옮겨 적응하기 어려웠다. 연차가 제법 쌓였기에 얼마 뒤 근무 조의 조장 자리를 맡았다.




일도 많은데 상사들은 부하직원 갈아 넣을 생각밖에 못하는 형국에 끼여버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밥도 못 먹는 경우가 다반사라, 나는 못 먹더라도 후배들 밥은 먹이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미안했다.


정규 근무시간이 끝나 다음 근무 조로 업무 이관 미팅이 끝난 후에야 밀린 업무를 쳐낼 수 있었다. 새벽 3시까지 자료 정리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하늘을 올려봤다. 새벽에는 도시에서도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구나.


저 어두운 밤하늘에도 별들이 있듯이 머지않아 안정화를 거치고 편안한 시대가 오리라는 희망으로 퇴근하곤 했다. 아쉽게도 그런 날은 내가 다시 부서를 옮길 즈음에야 찾아왔다.




그렇게 언제나와 같이 미친 듯이 업무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나 이외에는 업무 순서를 숙지한 인원이 별로 없었고 가능한 분배를 최대한 했지만 견뎌내기도 벅찼다.


그러던 중 옮기기 전 부서와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하다 사달이 났다. 관리 방법이 달랐기에 설비가 멈추었고 그에 대한 보고를 해야 했다. 내용을 정리한 뒤 부장님 자리로 찾아갔다.


자리로 향하니 모니터에 시선은 고정한 채로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아직 네 차례가 아니야". 고개를 숙이고 자리로 돌아왔다. 뭐랄까,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




옮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마음 붙일 곳도 없었다. 이럴 땐 술이라도 마시며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텐데. 퇴근 후 동네를 계속 걸었다. 정리되면 다 잊힐 걸 알면서도 언제나 실수는 두렵다.


신입사원 때를 제외하면 늘 실수는 바쁜 상황에서 옥죄는 마음에 치곤 했다. 늘 편안하고 안락한 상황을 바라긴 힘들겠지만, 요즘에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돌아서 안전한 방법으로만 간다.


더 오래 걸린다고, 집에 늦게 간다고 투정 부리는 후배들의 성화에도 타일러서 방향을 조정한다. 열심히 하면 사고도 잘 치고, 사고도 치며 배운다고 하지만 세상은 점점 실수에 박해지는 느낌이다.




잘해봤자 본전, 못하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게 원래 선배이고 회사임을 알면서도 힘든 시간들이 참 많았다. 오히려 모를 때는 그런 말들에 위로를 받았는데 알게 되니 그 마저도 위로를 못 받는 형국이랄까.


더 연차가 쌓이면 상위 관리자에 자리에 오르겠지. 그때는 그런 딱딱한 사람보다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받은 충격조차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울림으로 퍼져나가는 그런. 후배들에게도 비수보다는 꽃 한 송이를 건네줄 수 있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