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모래 언덕을 만들어 나뭇가지를 꽂고 쓰러지기 전까지 서로 모래를 가져가는 놀이를 즐겨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의 추억이 떠나는 자리와 비슷하다.
이사 가고 회사를 옮기고 학교도 옮기고 하는 모습들 속에서 비장함이 느껴지지만 실상 각자의 삶만이 요동친다. 그 어떤 부분에서도 격정적인 장면은 없다. 그저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것뿐.
내 자리라고 생각했던 익숙한 의자와 책상에는 다른 사람이 앉는다. 그저 나는 모래알갱이처럼 이곳에서 저곳으로 멀어져 갈 뿐인 건가, 야속하기도 당연스럽기도 하다.
즐겁다가 슬퍼지고 따뜻하다 우울함에 잠긴다. 오락가락하는 마음처럼 유난스러운 게 있을까. 내가 지금 있는 이 장소와 순간들도 언젠가 다른 이의 향기를 품게 되겠지.
당연하다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소중한,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지나간다. 순간만이 소중하고 추억만이 아련하다. 지친 내가 느껴진다.
따스함을 느끼기엔 찌질 해 보이고 혼자서 부둥키고 있기에는 아쉬운 하루다. 생각하는 모래알갱이, 딱 그 정도의 하루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