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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시츄
Jul 24. 2020
#4. 산골짜기 신선놀음 평창_이화에 월백하고 카페
#내추럴 #수공예 #작가 #시인의까페 #자연속힐링
풍경소리가 들리는 강원도의 산속 카페
'딩 - 딩 - 댕' 하는 풍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로나 덕분에 국내여행을 반 강제적으로 하는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피해
평창의 어느 골짜기 골짜기를 따라 올라오다 보면
점점 길이 좁아지는 산골짜기 길목 끝에
고즈넉한 산자 같은 카페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이 공간을 하나하나 손수 만들었을
주인장의 정성을 대변하는 듯했다.
감각 있는 폰트에 나름 감동을 했다고나 할까.
가끔 가다가 정말 유명하다고 하는 카페 조차도
저런 폰트 하나를 대충 써서 실망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작고 아담한 카페는 사소하지만 큰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감동을 받은 것이다.
작고 아담한 카페 내부
카페가 자그마해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수 없어
잠시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서는 기다리는 것조차 카페를 즐기는
과정 중에 하나인 듯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카페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곳곳에 놓여진 주인장의 수공예품들과 그의 작업실이
나의 로망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대학시절, 금속공예를 전공했던 나의 작은 로망 중 하나가
내 집을 짓고 그 옆에 작은 작업실을 하나 갖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나의 공구박스는
창고 속으로 처박히는 신세로 몰락하였고
'언젠가 너의 명성을 다시 찾아주리' 했지만
그 언젠가가 무기한으로 연장되어버린 현실에
이 순간만큼은 고층 빌딩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도
이 분이 더 부러워 보였다.
(현실도 돌아오면 고층빌딩이 더 갖고 싶겠다만...;)
부러움을 살짝 안고 카페 뒷마당을 돌다 보면
더 부러운 녀석이 나타난다.
'더위는 싫어, 그늘이 좋아'
라고 온몸으로 말해주는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세상 팔자 좋게 늘어져 있다.
사람들이 다가가도 꿈쩍도 안 하던 녀석.
개팔자가 상팔자가 아닌,
요즘은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인가 보다.
카페 앞으로 조금 내려와 보면
시멘트로 만든 정.말 예술품인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다.
배경이 환상적인 이 곳은 앉는 순간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데
실제로 저 공간에 가서 앉아 있으면
정말 정말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아, 힐링이란 이런 거구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지!
이렇게 저렇게 둘러보다 보니
금세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주인장의 정성 가득한 손길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수 작업 인테리어를 맞이하게 된다.
나무 박스 틀 안에 그려진 귀여운 그림과 조명
작은 소반하나
미시령 휴게소의 종이컵도 손길을 거치니
이렇게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프맅츠커피의 오래된 느낌의 달력도
참 잘 어울리는 소품이었다.
자연의 멋이 그
대로
느껴지는 우드 패널에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꽤나 잘 어울린다.
뭔가 딱딱 떨어지지 않는 그림체나 글씨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다 만든 이 공간에는
더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생각한다.
주인장의 취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수많은 CD 케이스들.
자세히 보면 거의 다 클래식인데,
공간을 구성 짓는 요소 중에 그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이 빠질 수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자연 속
에
파묻힌
내추럴한 공간에
정장을 입고 들어야 할거 같은 정형화의
대표적인 음악 양식 중에 하나인 클래식이
아이러니하게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게 좀 신기했다.
그리고 커피 역시
손수, 직접 내리는 드립으로.
바 테이블에 앉으며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는 특혜를 얻을 수 있다.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이 공간이 얼마나 정성이 담긴
손길로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촌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잘 만들어 내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메뉴판도 편지 쓰듯이 줄줄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 내려갔다.
좀 신경 쓰이는 것들.
응? 좀 신경 쓰이는 것들이 뭔지 한참을 읽어 보고 나서야
아, 뭔가 특별한 음료 같은 그런 거구나 싶었다.
금강밀 미숫가루와 여수 오란다의 조합이 새로웠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가면,
광주리 안에 꼬불쳐놨던 오란다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손주들한테 건네줄 것만 같은
그런 예스러운 정겨움이었다.
창가에 걸려있는 새 모양의 모빌들이
진짜 새가 잠시 쉬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단체로 앉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산을 배경 삼아 한 잔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잔을 들고 야외 데크로 나왔다.
컵 받침도, 쟁반도 모두 수공예품이다.
컵받침을 걸어놓기 좋게 하려고 고리를 만든 것인가 싶다.
오래된 의자, 아니 걸상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빛바랜 초등학교 시절 학교 의자도
이 공간에 들어와 있으니 작품이 된다.
한참을 힐링하고 먼 길 떠나기 전
들린 화장실에는 주변에 가볼만한 좋은 정보들이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다음에 오면 저 게스트 하우스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산속에 처박혀서 글도 쓰고 책도 보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갈 것만 같다.
강릉에서 베를린
???
강릉에서 베를린은 어떻게 가지?
언제 그렇게 잠시 뚫렸나 싶어서 보니
날짜가 2025년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정말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우리가 탈 수 있을 것인가..ㅎ
주인장의 바람이 느껴지는 인쇄지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화에 월백하고
매일 13:00 - 20:00
월~수 휴무
강원 평창군 평창읍 고길천로 859
033-334-8642
이화에월백하고
강원 평창군 평창읍 고길천로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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