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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Jun 26. 2024

et cetera

NPC, PK, 물약, 스크롤

기타 등등


    모험가이드는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래서 마지막은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피와 살이 되는 '... 등등'의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해. 아~ 참! 그리고 모험가들 대부분이 이 가이드 단계를 Skip 하고 넘어가는데, 끝까지 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사실 이렇게 길게 본업을 해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요즘은 다들 자기 얘기하기 바쁘고, 자기 시간 확보하기도 힘들고, 자기 계발만 해도 지치잖아? 그래서 타인에게 별로 집중하지 않는 시대인데, 이렇게 끝까지 경청해 준 배려심에 정말 많이 감동했어. 그래서 이따 남은 시간에는 특별 보너스로 '철없는박영감'의 꿀팁 대방출 시간을 꾸며볼까 하는데... 어때? 끝까지 기대해 달라고~!


NPC (Non-Player Character)


    먼저 NPC. 말 그대로야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 모험가가 아닌 캐릭터를 말해. 방금 전에 감사표시를 할 만큼, 요즘은 '나' 外에는 전부 NPC로 취급하는 시대잖아? 그래서 지금은 PC와  NPC를 구분하는 것이 좀 모호해. 게다가 일부 모험가들은 자발적으로, 혹은 부지불식간에 NPC가 되기도 하고. 나도 모험가를 은퇴하고 가이드로서 NPC의 삶을 선택하기도 했고, 요즘은 잠재적인 NPC 대상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해. 처음에는 '매뉴얼 대로...' 스킬을 우연히 시전 했다가, 이게 좀 먹힌다 싶어서 반복하다 보니 스킬 숙련도가 쌓이며 '규정대로...' 스킬로 진화했다가, 종국에는 '법대로...'라는 궁극기로 발전해서, 결국 스킬에 잡아먹혀 NPC가 되어버리고 말지.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좋다고 판단하기에는 사회가 점점 경직되어 가는 부작용 때문에 어렵다는 말이야.


PK (Player Killing)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혹은 모험을 하다 보면, 모험가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대부분은 대화로 해결하던가, 길드의 지원을 받아 중재가 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원더랜드' 운영진에게 민원을 접수해서 시시비비를 판단하곤 하는데, 그런데 말이야. 그전에 조금 원시적이고, 야만적이기는 한데 당사자들끼리, 속된 말로 '현피 뜬다'라고 하는, 그냥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옳은 걸로 간단하게 결판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단 말이지. 혹은 모험가가 되기 전, '학폭'이라는 모험가 후보생 때의 잘못된 선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둠의 길로 빠진 모험가들이 실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그냥 교만과 오만함으로 다른 모험가에게 해악을 끼치기도 해. 어찌 됐든, 해악을 끼치는 데 성공해도 운영진에 의해 강퇴당하거나, 다른 자경단에 의해 사적제재를 받기도 하고, 해악을 끼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당연히 망신만 당하는 거니까 어느 모로 보나 PK는 좋지 않은 선택이야. 그러니까 괜히 싸우지 말라고.


물약 (Potion)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스탯은 부족한데 시간이 촉박하거나, 스탯을 올려주는 장비를 구입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일 때, 일명 '도핑'이라고 하는 물약을 이용한 일시적인 능력 향상을 시도할 수 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로 알코올. 맞아! 술이야. 능력치 향상은 물론, 용기도 불어넣어 주고, 많이 마시게 되면 적의 레벨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어. 물론 실제 레벨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 진실이기는 하지만 용기 탱천에 능력치 향상, 게다가 세상이 만만해 보이는 이 효과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지. 간혹 도핑에 너무 취해 몸이 망가지거나 부작용으로 숙취도 겪을 수 있으니, 사실 사용에 매우 신중해야 해. 하지만 이상하게 모험가들은 술의 부작용에는 매우 관대해. 다만 요즘은 알 수 없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진짜 도핑용 물약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스크롤


    자 마지막 스크롤이야. 지지난 업데이트까지는 이 스크롤이 진짜 두루마리 롤을 갖고 다니면서 써야 했는데... 지지난 업데이트 이후 '스마트폰'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스크롤 사용이 편리해진 만큼 사용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죽어가던 문자 기반 콘텐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달까... 사실 책 같은 고전적인 스크롤은 아직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방식에 거의 흡수되고 있는 것 같아. 대신 이 디지털 방식은 사용뿐만 아니라 생성도 간편해서 기존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폭발적인 창의성 발현의 장이 되고 있어.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어. 일명 '가짜뉴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딥페이크'라는 감별 스킬로도 걸러지지 않은 모조품들에 의해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야. 이제는 스크롤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가 확실한지 몇 번 더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온 거지. 편리해서 많이 사용했는데, 검증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앞으로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지금의 형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


    자 이제까지 '원더랜드'에서 모험가가 되는데 필수적인 내용으로 가이드를 했는데 어땠어? 도움이 됐을까? 다음에는 초보 Zone의 몬스터 도감을 좀 알려줄게. 그리고 마지막 '철없는박영감'의 꿀팁 대방출도 기대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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