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문에는 종이 하나 달려있다. 손님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딸랑-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그 아이는 그날 그렇게 딸랑- 소리와 함께 내 관심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시선은 언제나 땅을 향해있고, 긴 앞머리가 두 눈을 거의 가리고 있다. 두 볼 역시 양쪽에 길게 늘어진 머리로 가려져 있어,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제대로 본 적이 없다. 어떤 날에는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듯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유난히 머리를 더 내려 애써 뭔가를 가린 듯할 때도 있다. 아이의 가려진 얼굴은, 언젠가 어둠에 파묻혀 울고 있던 어린 소녀의 모습을 내게 되돌려 놓는다.
아이는 늘 그런 모습으로 목요일 저녁 시간 즈음 빵집에 들러 카스텔라와 단팥빵을 사간다. 오늘은 목요일. 이제 곧 그 아이가 올 시간이다. 딸랑- 그 아이가 빵집 문을 열고 내 시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역시나 대답은 없다. 그 아이는 익숙한 걸음걸이로 빵 진열대로 걸어가더니, 망설임 하나 없이 카스텔라와 단팥빵을 집어 들었다. 왠지 나는 오늘은 이 아이와 말을 한 번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정말 덥네요.
내 인사말에 놀랐는지, 아이가 고개를 조금 옆으로 기울여 곁눈질로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재빨리 다시 고개를 숙였다.
카스텔라와 단팥빵을 좋아하나 봐요. 저희 가게 오실 때마다 늘 이 제품들을 골라서 기억하고 있거든요. 저도 저 빵들 좋아해요. 오늘 특히나 카스텔라가 더 촉촉하게 만들어진 거 같아요.
빨리 계산은 해주지 않고 내가 말을 이어가자초조함을 느끼는지, 아이의 손가락 끝이 서로 엉기며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내 끈기가 아이의 초조함을 이길 것만 같았다.
제가 늘 손님의 계산을도와드려서요. 목요일에 손님 올 시간 전에 카스텔라와 단팥빵 남은 개수가 간당간당할 때는 괜히 제가 초조해지는 거 있죠. 후훗.
내 마지막 웃음소리가 아이의 마음을 건드렸을까. 그제야 아이가 손가락 끝의 꼼지락 거림을 멈췄다.
저..저희가 새로운 빵을 내놓을때마다 단골손님들께 시식용으로 좀 드리기도 하거든요. 혹시 초콜릿크림빵 좋아해요?
난 호기롭게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이의 어깨가 흠칫하는 게 눈에 선연히 보였다. 제발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좋겠는데... 역시나 아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지도,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은 듯했다.
계산을 마치자마자 아이는빵이 담긴 봉투를 조심스레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평소보다 약간 빠른 걸음걸이로 가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던 말을 가만히 혼자 읊조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