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여인을 보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여인의 얼굴은 모두 달랐다.
언제부터 그 여인이 눈에 띄기 시작했는지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면, 글쎄 또는 아마 그때가 아니었나 정도의 답밖에 얻지 못할 거였다. 그 여인이 언제부터 그곳에 앉아있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 눈여겨본 이가 그만큼 없다는 뜻이다. 여인은 높아 솟아 있어 마을 어디에서든 보이는 종탑이 있는 교회 앞 낡은 벤치에 늘 앉아있다. 그 교회는 마을 입구에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었고, 낡은 벤치는 그 교회를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큰 나무 아래 놓여 있다.
그 여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오며가며 늘 그녀를 보아왔다. 누군가는 그녀가 노파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녀가 울고 있는 젊은 여인이라고도 했다. 어떤 이는 어린아이의 미소를 띠고 있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소녀 같다고도 했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누군가는 자신이 방금 그 여인 곁을 지나쳐 왔다며 그녀는 중년의 여인이라고 했다.
그곳을 지나며 여인의 얼굴을 봤을 마을 사람들마다 그 모습에 대해 하는 얘기가 다르니, 그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을 전체에 퍼져갔다. 마을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가 본 여인의 얼굴이 틀림없다고 우기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모두 달랐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본인이 직접 그 여인의 얼굴을 분명히 봤으니 자신이 하는 말이 맞다는 거였다.
여인이 누구이며 왜 늘 교회 앞 낡은 벤치에 앉아있는지에 대해 아는 이도 없었고 궁금해하는 이도 없었다. 여인의 얼굴을 얘기하며 그 이유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그 여인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마을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만 다들 불만이 높아져 갔다. 어디서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자신이 본 여인의 얼굴이 맞다고 우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끊임없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인의 얼굴을 정확히 안다고 우겨대는 사람들이 마을 중앙 광장에 모여들었고, 그들의 언쟁 소리는 더 많은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으게 됐다. 마을 중앙 광장에는 어느새 마을 사람 대부분이 모였고, 그들이 각자의 주장을 외쳐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울려댔다. 그러다 어느 이름 모를 이가 외쳤다.
그렇다면 우리 다 함께 그 여인의 얼굴을 보러 갑시다. 동시에 함께 그 여인의 얼굴을 보면 자신이 본 여인의 얼굴 모습만 맞다고 우겨댈 수만은 없겠지요.
사람들은 하던 말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외쳤다.
맞는 말이오. 우리 다 같이 그 여인의 얼굴을 보러 가 봅시다.
그 외침과 함께 몇몇 무리를 이끄는 사람들과 함께 마을 사람들은 여인이 늘 앉아있는 교회 앞 나무 벤치로 걸음을 옮겨갔다. 역시나 교회 앞 큰 나무 옆 낡은 벤치에는 여인이 늘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있는 게 보였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서로가 할 말을 하며 여인에게 다가가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모두의 말소리가 멈췄다. 정적에 감싸인 사람들은 모두들 여인의 앞에 선 채 여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여인의 얼굴을 쳐다만 볼 뿐 걸어오는 내내 그렇게 큰소리를 내고 자신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더 내세우려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인은 미동도 없이 그 모든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여인은...
여인의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여인의 몸은 짙은 구릿빛이 감도는 청동이었다. 여인의 손은 다소곳이 여인의 무릎에 놓여있었고, 앉은 자세 그대로 여인은 말도 없고 움직임도 없었다.
여인은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이었다.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대상이었으며, 얼굴을 알 수 없는 대상이었다. 사람들이 보았다던 여인의 얼굴은 여인을 보았다던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억하게 만들었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여인의 얼굴에 그려져 결국에는 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이다.
여인의 얼굴이여, 그대의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