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작품이라는 개념으로 글을 적어보기 시작할 즈음에는,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어색했다. 손으로 종이에다 직접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다던데, 나도 그래야 되는 건 아닐까 싶어, 그렇게 써보다 도저히 내 손글씨도 못 읽겠고 손도 아파, 컴퓨터에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글을 적으면서도 이게 정말 글이 되긴 할까 싶었고, 내가 쓰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어떤 내용이 뒤에 이어질까 궁금했던 적도 많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속도보다 내 생각 속에서 이어지는 장면들은 언제나 나는 듯 뛰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에 집중하면서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문장이 단락이 되어 있었고, 적혀 있는 단락들을 읽으면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쓴 기억이 없을 때도 많다.
머릿속 생각들을 손이 따라가지 못할 때는 공책에 주요 단어를 듬성듬성 적어 크게 동그라미를 쳐둔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그 단어들을 되짚어 글들을 이어 적는다. 고민이 될 때는 단락 첫 단어에 그 동그라미를 쳐 둔 단어들을 하나씩 나열해 두고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읽었던 책을 또 읽고, 봤던 영화를 또 본다.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냈는지, 장면 전환을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