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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특정한 집단에 대한 믿음으로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 예측하는데 쓰인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한다 라든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바느질을 잘할 것이다와 같이. 고정관념은 우리 뇌가 만들어 낸 일종의 공식으로, 주어진 자극(상황)에 대한 판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숫자가 아니기에, 공식이 항상 들어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고정관념은 타인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특정 집단에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제도적인 차별로 이어지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지만,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바느질을 좋아하는 남자 청소년이 “내가 바느질을 좋아해도 되나?” “내가 바느질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바느질을 배우는 시간에, 다른 남학생처럼 싫어하는 척, 못하는 척할 수도 있다.
“고정관념 위협”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용어는 고정관념이 누군가를 위협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정관념의 협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여자는 남자보다 수학을 못한다.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이다. 이 고정관념은 여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수학 우등생 집단에서는 성차가 종종 두드러진다. 즉, 기본적인 수학 실력은 남녀 간 차이가 없으나, 난이도가 높은 수학 시험이나 고급 수학 분야에서는 남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한 사회 심리학자 스티븐 스펜서는 고정관념이 여학생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고 일련의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 1) 수학을 비슷한 수준으로 잘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자부하기도 하는 남녀 학생들을 모아서 시험을 보게 했다. 반은 쉬운 문제를 나머지 반은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다. 쉬운 문제는 남녀 간 차이가 없지만, 어려운 문제는 남학생이 더 잘 풀었다.
실험 2) 수학을 잘하는 남녀 학생들에게 똑같이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다. 그런데 한 집단은 시험 시작 전에 “남녀 간에 수학 실력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 이 시험은 성차가 나타나는 문제들이다”라는 안내문을 읽었고(성차 있음 조건), 다른 집단은 “… 이 시험은 성차가 나지 않는 문제들이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읽었다(성차 없음 조건). 시험 결과는 성차 있음 조건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점수가 높았고, 성차 없음 조건에서는 남녀 간 유의미한 점수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과 유사한 실험을 한번 더 실시한다. 실험 3)에서는 성차 없음 조건은 동일하지만, 다른 집단은 성별과 관련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 즉 통제 조건으로 설정했다. 이때에도 통제 조건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유의미하게 좋은 점수를 냈지만, 성차 없음 조건에서는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남성은 이성적이다.
여성은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공감하고 배려하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긴다. 남성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때로 냉정하다. 남녀 차이에 대한 보편적인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여성이 여성적인 행동을 하면, 즉 감정을 드러내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은 이들의 한계라서, 유능함이나 성취 또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 그렇다고 여성이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비난받고 처벌받는다. 특히 직장에서, 공감하고 배려하는 여성은 권력을 갖거나 높은 지위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공감과 배려심이 없는 여성은 무자비한 마녀가 된다.
감정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핵심이지만, 그중 분노는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는, 남자의 감정이다. 남성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성은 참아야 한다. 그래서 남성의 화는 정당하고, 여성의 화는 부적절하다. 여자 직장 상사가 화를 내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고, 남자 상사가 화를 내면 “일을 잘되게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실제로, 화를 내는 남자는 슬퍼하는 남자보다 승진도 더 잘되고 직장에서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자율성을 갖는다. 하지만 여성의 화는 슬픔이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낮은 지위나 적은 급여와 같이 무능함과 관련이 있다. 자부심도 분노와 비슷하게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적절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분노와 자부심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지위가 낮은 여성이 지배와 힘을 상징하는 감정을 드러내면 공격(backlash) 받기 쉽다. 땅 속에 움츠려 있어야 하는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면 두드려 맞듯 분노하거나 당당한 여성은 주제넘고 오만한 것이다.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격분하여 남편을 죽이게 된 아내가 받는 법적 처벌은 아내의 외도에 격분하여 아내를 죽인 남편이 받는 처벌보다 더 가혹하다.
여성은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게임은 남성의 영역이다. 여성에게 어울리는 (쉽고 가벼운) 게임이 있고, 남성에게 어울리는 (하드코어) 게임이 있다. 게임 세상에서는 (부수적인 일을 하는) 여성적 캐릭터가 있고, (중심적인 일을 하는) 남성적 캐릭터가 있다. 물론 게임을 더 잘 만드는 사람도 당연히 남자다. 이런 게임 세상에서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는 여성 게이머가, 여성(적인) 게임 캐릭터가, 그리고 여성 개발자가 어떻게 취급되고, 어떻게 공격받고, 어떻게 주변화되고 싸워나가며,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 말해준다.
Miller, A. E. (2010). Inherent (gender) unreasonableness of the concept of reasonableness in the context of manslaughter committed in the heat of passion. William & Mary Journal of Women and the Law, 17(1), 249-275. https://scholarship.law.wm.edu/wmjowl/vol17/iss1/8
Smith, J. S., Brescoll, V. L., & Thomas, E. L. (2016). Constrained by emotion: Women, leadership, and expressing emotion in the workplace. In M. L. Connerley & J. Wu (Eds.), Handbook on well-being of working women (pp. 209-224).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94-017-9897-6_13
Spencer, S. J., Steele, C. M., & Quinn, D. M. (1999). Stereotype threat and women's math performa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5(1), 4-28. https://doi.org/10.1006/jesp.1998.1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