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그 비밀" 서평

마오에서 바흐까지, 저자의 눈물겨운 여정의 기록이다.

by 이민우

"강과 그 비밀" 서평을 남긴다.


이 책의 저자인 주샤오메이는 1949년에 중국 상하이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문화대혁명 시기에 단지 집에 피아노를 소유한 부르주아라고 낙인찍혀

내몽고 수용소에서 5년 동안이나 수형 생활을 하고,

1980년에 홍콩을 거쳐 미국 유학을 한 뒤

(미국 유학 중엔 홍등가에서 밥을 짓고 주방일과 청소일을 했다고 한다.) 1985년에 파리에 정착하는데,


특히 바흐와 노자 철학을 사랑한 주샤오메이는 파리 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1989년~2014년까지 파리 국립음악원 교수로 재직한다.


이 책은 그 눈물겨운 여정에 대한 기록이고, 바흐에 대한 찬사가 녹아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다음에는 바흐의 무덤이 있는 독일 토마스 루터교성당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주 샤오메이의 영상을 보고 들었다.

마지막 Aria Da Capo연주, 그리고 박수,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꽃다발을 받고, 그것을

바흐의 무덤에 내려놓는 헌정의 장면을 보고 더 감동하게 된다.


책에 그리고 유튜브로 있는 연주영상까지 더해지니, 더 몰입하게 되고

기록되어 있는 그때그때의 여정이 더 공감이 되어 다가온다.


629754384_33669812029329162_9212576842410736437_n.jpg <강과 그 비밀/주샤오메이저-배성옥 옮김/마르크폴로>


"풍월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호 대표는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글을 썼다.(밑줄을 그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우리 인생도 변주다.

비 오면 피하고, 바람 불면 멈추고, 추우면 쪼그리고, 더우면 옷을 벗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 샤오메이는 바흐에 노자의 사상이 다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정신을 구현하는

그녀의 깊이있는 연주는 아름답다.

어떤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화려한 기교도, 현란한 옷차림도, 눈부신 외모도

그녀의 인생을 담은 연주를 따라가지 못한다.

-추천사 중


놀랍게도 이 책은 시작-아리아, 그리고 30가지의 본문의 내용, 그리고 마침-아리아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양식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총 32개 곡이고

1. Aria, 1~30 변주곡의 연주, 그리고 다시 Aria Da Capo로 32개의 변주곡이 연주된다.


크게 1,2부로 나뉘어져서

1부-중국에서

2부-서양에서로 목차가 나뉘어져 있고, 그에 맞는 내용과 양식이 음악적 구성과 같이 배열되어 있기에,

이런 점들까지 알면서 책을 읽게 되면 더욱 이 책을 읽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주 샤오메이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들려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들으면서 음악적 감성에 푹 빠지게 된다.

참고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어린이들에게 아주 아름답게 들리는 음악이며,

클래식 편집음반에는 보통 "자장가"의 형태로 분류되기도 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하필이면 마오시대, 가장 끔찍했던 문화대혁명을 겪게 되며, 특히 클래식음악을 접했다는 이유로

반동분자로 몰려서 교화형까지 받게되어 중국 서부의 황량한 수용소까지 가게 되는 그 기막힌 현실,

숨막할 징도로 그 압박의 시간들과 느낌이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다.


저는 혁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청두로 갑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 해도 슬퍼하지 마세요.

마오 주석님께 바친 이 목숨입니다.

지금 제가 사려는 일은 제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잘한 일입니다.

-사오메이 올림


주 샤오메이는 혁명열사가 되기 위해 이렇게 부모님에게 비장하게 편지를 보냈고,

베이징에서 청두로 향하게 된다. 살기 위해 선수를 치는 주 샤오메이의 말과 행동이었다.

*문화대혁명 : 1966년 5월~1976년 10월 마오의 죽음때까지의 중국의 사회정화 정책


그럼에도 주 샤오메이는 일명 반동분자로 지목되어 열악한 노동교화소로 보내지게 되었고,

거의 죽음만을 앞둔 형태로 온 몸과 정신이 쇠약해져 가는 극단에 처하게 된다.


조금씩 느슨해져 가는 감시-통제 가운데 주 샤오메이는 다시 집이 있는 베이징으로 돌아가고,

그녀의 부모는 이제 목숨을 걸고 주 샤오메이를 탈출시키게 된다.

홍콩으로 향하는 기차를 앞에 두고, 주 샤오메이의 아버지는 외친다.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라. 여긴 정의가 아니라 불의만 판을 치는 곳이다"

1980년 2월 1일이었다.


홍콩-미국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주 샤오메이는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된다.

그리고 1985년 파리에 정착하고, 1989년부러 2014년까지 파리 국립음악원 교수로 재직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줄 음악작품과 만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이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나의 존재를 온통 가득 채워주었다.

정녕 삶의 모든 것이 빠짐없이 감겨있는 음악, 모든 것을 하나하나 내 몸으로 체험해 나가야 할 음악이었다"


"서른 개의 변주곡이 진행되는 내내 작곡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에 호소하는 가운데

긴장에 긴장을 더하여 오다가 한순간 멈추더니 이윽고 평온하고 잠잠하기만 한, 오직 하나의 음악으로

전부를 마감한 것이었다. 헤라일 수 없이 많은 고전음악 작품이 강렬한 '크레센도'로 끝을 장식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아리아'는 이제 부드럽게 살며시 무(無)의 세계로 흘러들어 갔다.

아무것도 없다거나 없어져 버린 세계가 아니라 기쁨과 빛이 넘치는 세계로,

음악이 소멸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23.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베이징에서 파리까지, 재교육 캠프에서 콘서트홀까지, 마오쩌둥에서 바흐까지.

비평가와 대중의 호평을 받은 이 책을 통해 주샤오메이는 음악 애호가를 넘어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갔다.

음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의 소유자가 문화대혁명의 시련을 이겨내고

예술가로 살아가는 특별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녀가 35세에 처음 배우기 시작한 프랑스어를 갈고닦아 58세인 2007년에 쓴 것이다.

여기 한 인생이 있고 골드베르크가 있다. 이제 귀 기울일 시간이다.


2014년 독일 라이프치히 성당(루터교 성당),

바흐의 묘소가 있는 곳에서 주 샤오메이는 골드베르크 전곡을 연주한다.

마지막 32번째 Aria Da Capo가 마치고, 박수세례 가운데, 청중으로부터 나온 꽃다발,

그녀는 그 꽃다발을 바흐의 묘소에 헌정한다. 더욱 큰 박수가 나온다.


https://youtu.be/IQK88vL6xVA?si=9Kyg4uFe2qod8kA1

<2014년 라이프치히에서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영상>


나는 내가 사랑하는 예술과 그 신념에 전부를 걸 수 있을까,

나는 이만큼 바흐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을까,

비인간적 환경 가운데 처한 현실에서 스스로의 내면에 있는 나의 꿈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


너무나 감동적인 책이었고, 그에 더한 음악의 향연이었다.

현재의 메마른 현실의 가운데서도 몽글몽글한 삶을 누리고, 감성적 습기를 잃지 않으리라~

그리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더욱 깊이 들으리라 내면에 다짐해본다.


#강과그비밀서평

#주샤오메이

#바흐골드베르크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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