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살아온 날들이 쌓이며, 만났던 사람들의 숫자들과의 경험치들이 상수처럼 머리에 정리된다. 분류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호불호의 이등분을 거쳐, 세월은 더 잘게 다지고, 나누고, 창고도 생성하며, 비밀의 문도 만들었다.
어설픈 경험치가 관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단순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내가 지친 것인지, 여러 개의 방에 분배할 꼼꼼함이 줄어든 것인지, 통찰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며, 대청소가 시작된다. 경험에 의한 판단을 확신하는 부분에 있어서, 확신보다는 경계심이 평행유지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걸어온 길의 검수를 하게 된다. 경계심이 생계 본능처럼 내 안에 자리를 잡은 건, 상처의 증거다. 확신의 눈빛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건, 그 누구와도 이별하지 않았던 새싹 같은 내 모습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웃는 사람과 웃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얼굴을 쳐다본다. 우는 사람과 울지 않는 사람사이에서 그들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내 곁에 있는 그들의 걸음걸이를 탐색하고, 어제 한말과 내 일할말들 사이에서 오류를 샅샅이 뒤져본다. 진심이 가득 차 있던 어느 행복한 날들 주변에서 미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눈을 마주친 채 하루를 지낸 벽과의 악수에서 느낀 온기를, 처음 가본 어느 마을의 바닥에 뿌려진 모래알 틈에서 찾는다. 분명한 이유는 사라졌고, 운명 같은 결과는 태어나지 않았다. 뒤통수가 마모된 동상의 얼굴을 보며, 손수건으로 닦아주고픈 마음조차 들지 않게 되었을 때, 천사의 날개가 과거의 파도 끝에 선을 그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덤덤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인사법을 배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게 심심한 길로 가야 할 것인가. 아이같은 3초만의 반가움의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는 건 사랑이다. 거기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불을 태울 수 있다. 상수를 공중분해하고, 미소에 미소를, 손에 손을, 어깨에 어깨를.있는 그대로를 그저 바라본다. 사랑은 당신의 첫눈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