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시간 : 토요일 오전 11시
수잔은 토요일 오전 11시쯤 눈을 떴다. 창밖으로 멀리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들어와 그녀가 누워있는 이불 위로 떨어졌다. 수잔은 책장에 기대 앉아 빛이 있는 곳에 손을 뻗어 따뜻한 온기를 쫴었다. 어젯밤 새벽까지 뒤척이느라 잠을 못 잔 탓인지 얼굴엔 피곤이 절어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들을 정리하려 이불 옆에 널브러져 있는 일기장을 가져와 펼쳤지만 그날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정오에 쏟아지는 햇살이 작은 방을 뜨끈하게 데우고 있었다. 그녀는 쓰기를 포기하고 머릿속의 생각들이 서서히 잠들기를 기다렸다.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잠시 가라앉은 잡념들은 또다시 그녀를 귀찮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 나름대로 견딜만할 것 같았다.
수잔은 노트북을 켜고 며칠 전 새벽에 우연히 발견한 노래를 틀었다. 이미 밤마다 들었던 노래지만 지금 나른해진 상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무료함을 살짝 깨어주기에 이 노래가 가장 적당했다.
music : Mac Ayres - Slow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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