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먹는 것.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중 하나인 식욕은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먹기 위해 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생명이라면 응당 먹는 것을 통해 삶을 위한 양분을 비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는 생존을 넘어선 식사가 등장했다. 바로 미식(美食)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장 온갖 SNS에는 다양한 음식 조합이 ‘꿀조합’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고, 음식별로 최적의 조리법을 찾아내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먹는 것에 열정적이고, 또 진심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축하할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좋아하는 음식이 함께 있다면 기쁨은 배가 된다.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먹는 맛있는 음식은 부정적인 감정의 홍수를 일시적으로 잠재워 주는 역할을 한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있는 건 맛있는 식사이며, 정성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맛있는 한 끼다. 미식은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 역시 먹기 위해 사는 사람 중 하나이다. 새로 나온 신메뉴는 당연히 먹어줘야 하고,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라는 질문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난제이며, 모든 끼니에 진심을 다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좋은 사람과의 식사 자리에는 언제나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맛집 탐방에도 꽤 열심이다. 익숙한 맛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사랑하면서도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니 해외여행에서 새로운 취향의 맛을 발견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필자는 그야말로 ‘먹짱’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필자에게 알렉상드르 스테른의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여간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맞다. 미식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 책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세계의 온갖 진귀한 맛들을 찾아다니는 맛 탐험가이다. 미식가를 뜻하는 말, 구르메. 그는 스스로를 용감한 구르메라고 칭한다. 용감한 미식가라. 언뜻 들으면 부조화가 느껴지는 말이지만 미식가에게 용기만큼 필수인 요소도 없다.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으며, 그중에서도 처음 보는 낯선 음식은 더 많으니까.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그야말로 용감한 구르메이다. 낯선 맛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세상의 700가지 음식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5대륙의 155개국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맛들은 이 책 속에 상세하게 저술되어 있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이 직접 맛보고 선별한 미식들은 이 책 속에 마치 하나의 도서관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65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로 인해 두꺼운 외관을 자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위용에 기선제압을 당한 건 사실이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압도감은 [듄] 시리즈의 첫 번째 시리즈를 읽었을 때 받았던 것 다음으로 컸다. 그렇지만 구르메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했던가? 바로 용기다.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한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그만한 보상을 주었다. 읽는 내내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식을 상상하면서, 먹어 본 음식 속에 깃든 추억을 회상하면서 참 많이 행복했다.
용감한 구르메 알렉상드르 스테른이 초대하는 미식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 책을 들어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650 페이지를 보고 뒷걸음질 칠 당신을 위해,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를 감상할 때 알아두면 좋은 감상 포인트를 다섯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자그마치 700개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700개라는 숫자를 체감할 수 있는가? 하루에 하나씩의 음식만 도전해도 700개를 모두 맛보려면 2년이 걸린다.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그 속에는 처음 들어보는 음식들, 익숙하지만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 알고 있는 맛의 음식들이 있다.
필자는 바질이나 와사비, 파에야, 퀸아망, 슈톨렌과 같은 음식들은 많이 보고 듣고 맛보았다. 리에쥬 와플이 벨기에의 음식이라는 것도 알았고, 스키야키는 국물에 소고기와 채소를 졸여 날계란에 찍어 먹는 음식이라는 것도 알았다. 최근에 맛을 들이게 된 아인슈페너 위에는 달콤한 크림이 올라가며 섞지 않고 마시는 음료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먹어보지는 않았어도 거북손이나 딜, 방울양배추 같은 음식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술인 줄만 알았던 코냑이 사실은 프랑스의 술이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즐겨 먹는 간식 추로스가 스페인의 전통 아침 식사 메뉴라는 것도 몰랐다. 연근의 구멍 수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지는 것도 알지 못했고, 필자가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인 훠궈가 몽골의 음식인 줄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자란다는 미라벨 자두의 상큼한 맛, 이탈리아의 프레골라 파스타, 영화와 소설 속에서만 봐왔던 영국의 갓 나온 피시앤칩스, SNS 속에서만 봤던 터키의 카이막 같은 경우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기에 알렉상드르 스테른의 설명에만 의존하여 맛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세한 설명은 이색적인 음식들에 대한 필자의 궁금증을 키웠다.
음식을 소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하나의 요리뿐 아니라, 곡물이나 과일의 종류, 빵과 향신료의 종류, 유제품과 디저트의 종류 등 세분화된 분류는 음식의 다양화에 영향을 끼쳤다. 더불어, 길거리음식을 따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등 독특한 분류가 인상 깊었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 종류는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루함을 느끼기도 전에 바뀌는 국가와 대륙을 오가는 전개는 독자들을 새로운 정보의 홍수로 인도한다. 이누이트 족의, 마다가스카르의 식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심지어 소개된 155개국 중에는 처음 들어본 국가도 있었다. 필자처럼 바베이도스라는 국가를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필코 이 책을 통해 그 신비로운 국가의 음식을 알아야 한다.
5개의 대륙을. 155개의 국가를, 700개의 음식을 여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이 이 책 속에서는 700배가 된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절대로 식상하게 음식을 소개해주지 않는다. 단순히 원산지와 맛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외양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먹는 방법이나 조리법에 대한 정보도 알려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음식에 얽혀 있는 문화를 전해준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무구한 장점 중 단연 돋보이는 점이다.
음식은 한 문화를 대변한다. 지형과 자연 환경, 풍습, 생활 습관을 비롯한 문화가 하나의 식탁에 담겨 있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하나의 음식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문화를 함께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덕에 독자들은 음식뿐 아니라 국가와 대륙의 자연 환경, 풍습, 축제와 같은 문화를 함께 습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도넛의 날, 페퍼(후추)의 이름이 유래된 어원, 일본의 새해맞이 소바와 같은 세계 각국의 문화가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또한 곡물의 역사, 초콜릿의 역사 등 괄목할 만한 흐름을 가진 음식의 역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왜 어떤 지역에서는 해산물이 흔한지, 왜 어떤 국가에서는 식재료를 독특한 방식으로 섭취하는지, 소개하는 음식이 해당 국가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책에서는 전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작가 알렉상드르 스테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음식의 맛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관심이 그에겐 있다. 음식의 탄생 과정은 물론이고 문화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배우고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이 그를 진정한 구르메로 만들어준 것 같다. 그는 진짜 음식을, 진짜 식문화를 안다. 우리는 그저 그가 소개하는 진정한 식문화의 세계로 한 발짝만 내디디면 된다.
이 책은 읽는 행위만으로는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누구보다도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줄 테니.
방대한 숫자는 그만큼 큰 확률을 낳는다. 그 말인즉슨, 700개의 음식 중에서 당신이 먹어보았거나 알고 있는 음식이 무조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몇 개가 됐든, 어느 국가의 음식이 됐든 말이다. 음식을 즐기지 않아 걱정되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일이다. 이 책에는 ‘한국’이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가진 국가로 분류되어 있으니 말이다. 장담한다. 무조건 하나 이상은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음식이.
음식에는 추억이 있다. 음악과 향기가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음식 역시 기억을 붙잡아두는 능력이 있다. 베트남의 포를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땐 하노이에서 정신없이 포를 먹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몽골의 훠궈를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땐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먹으러 갔던 훠궈가 떠올랐다. 멕시코의 과카몰레를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땐 아보카도는 못 먹으면서 과카몰레는 좋아하는 필자가 스스로 생각해도 웃겼고, 독일의 슈톨렌을 소개한 부분에선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친구가 대접해주었던 슈톨렌이 기억났다.
꼭 먹어본 음식에서만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영국의 토피에 대해서 읽을 땐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해리 포터>에서 보았던 토피가 생각났고, 즐겨 보는 유튜버의 영상에서 자주 보았던 오크라가 책 속에 등장했을 땐 반갑기까지 했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미국의 부들은 어느 여름, 디즈니랜드에서 만났던 허클베리 핀의 아지트를 떠올리게 했다. 스웨덴의 시나몬 롤은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인 <카모메 식당> 속 세 여성을 추억하게 했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저 활자를 읽는 것뿐 아니라, 책 속 음식과 교감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레시피’를 제공한다. 700개 중 55개의 음식은 레시피가 함께 첨부되어 있다. 집에서도 세계의 음식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그 레시피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재료를 상상하고, 요리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음식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접근성을 낮추어 준다. 그것도 독자들이 직접 그렇게 하도록 한다.
필자는 직접 튀니지의 샥슈카를 만들어 보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브런치로 인기 있다던 샥슈카를 먹으며 잠시나마 이국적인 풍취를 느꼈다. 하지만 간단한 요리 과정을 얕본 탓일까,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에는 장렬히 실패하고 말았다. (이 부분을 읽고 조금이라도 웃음을 보인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다음번에는 꼭 탈리아텔레 알 라구에 도전해볼 것을 다짐했다.
기억과 추억으로 음식과 교감하거나 레시피로 음식을 직접 요리해볼 있는 기회 말고,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모든 음식의 이름 밑에 Tasted라는 칸을 만들어두었다. 맛을 본 음식에는 체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먹어본 음식의 이름 밑에 체크를 하는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는 한국을 뚜렷한 음식 문화를 가진 국가로 분류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155개의 국가 중 어느 한 국가의 음식 문화를 개별적으로 소개한 경우는 단 5 국가뿐이며, 그 중 한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한국의 건조 및 발효 음식 문화를 독특한 요리 전통으로 보았다. 가장 대중적인 보존식품 김치를 포함한 여러 한식이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반찬 문화를 통틀어 반찬이라는 음식을 소개한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막걸리와 소주, 복분자주와 같은 한국 전통주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확실히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는 것은 흥미를 배가 되게 해주었다. 마침 끝도 없는 페이지에 약간 압도된 상태였다. 414 페이지에 등장한 한국이라는 글자는 순간적으로 가라앉은 기분을 환기시켰다. 뻑뻑한 눈을 비벼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아는 이름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돌려주었다. 그치, 이거 맛있지. 아, 이런 음식도 소개되면 재미있을 텐데. 자연스럽게 다시금 미식 도서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더불어, 외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식의 설명은 필자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추장을 페이스트라고 소개하는 것, 소주를 마시는 것을 샷이라고 설명하고 소맥을 칵테일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그랬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한국의 음식들을 잠시나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러자 익숙하다고만 생각했던 음식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익숙함에 잊고 있던 우리 음식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한국 카테고리 음식의 Tasted에 모두 체크하지 못했다. 당연히 모두 먹어보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한국의 음식들부터 겁먹지 않고 도전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내용뿐 아니라 책의 구조만 보더라도 백과사전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책의 구조는 독자들을 배려한 부분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우선, 음식들의 이름을 표기할 때 통상적인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독일의 향신료인 홀스래디쉬의 경우, 한국인에게는 홀스래디쉬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더욱 익숙하다. 반대로, 하와이의 조개 중 하나는 오피히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삿갓을 닮은 외양으로 한국에서는 삿갓조개로 통한다. 이런 경우에는 이 조개를 삿갓조개로 표기하였다. 기본적으로 국립국어원의 원칙을 따르지만,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현을 유연하게 사용한 부분은 낯선 음식들을 마주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또한, 책에 다양하고 낯선 정보들이 가득하며 문화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책의 후반부에는 용어 사전이 이어진다. 부가 설명이 필요한 용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추가해놓아 책의 접근성을 높였다. 독자들은 그 덕에 추가 설명을 통해 보다 쉽게 책 속의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책 속 삽화들도 음식의 외양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700개의 음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찾아보기 섹션이 준비되어 있다. 음식의 이름들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소개된 페이지를 적어두었다. 이를 통해 해당 음식이 어느 페이지에서 소개되어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찾아보기를 보고 흥미로워 보이는 음식들을 먼저 찾아볼 수도 있다. 나중에 이름만 기억하는 음식의 정보를 찾아보기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심하게 읽는 이를 배려한 부분은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가 섬세하고 친절한 백과사전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길고 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은 하나의 세계이다. 챕터를 오가며 필자는 5개 대륙을 여행할 수 있었다. 그 여행 속에서 필자는 ‘진짜 구르메’가 되고 싶었다. 그 누구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알렉상드르 스테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음식을 향한 그의 사랑을 여실히 느끼면서, 그는 정말로 미식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름 음식에 대한 사랑으로는 어디서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정말로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것 아닌가?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미식이 좋아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미식을 찾아냈다. 그는 움직이는 구르메인 것이다. 나 역시 진짜 구르메가 되려면, 일단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힘이 닿는 곳까지 세상의 여러 맛을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정말 용감해져야 하겠지만, 이 책이 알려준 각국의 미식들을 생각하면 용기 정도는 응당 지불해야 하는 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침대에 누워 내일 식사 메뉴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점심 먹으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꿀조합을 찾아냈을 때 누구보다 기쁜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행지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볼 생각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얼마든지 구르메가 될 수 있다.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으면 된다. 세계를 여행할 여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이 책은 기어이 우리를 세계 각국으로 데려가버리니까.
그러니 일단 두려워하지 말고 이 책을 펼쳐라. 긴 여정 끝에 책을 덮는 순간, 알렉상드르 스테른과 함께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먹어보기 전에 죽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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