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미학

두바이-아부다비 여행

by 밍이

올해 초 미국에서 귀국 후 해외살이에 지쳐서 당분간 해외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데다가,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는 편이라 모든 것이 인공적이라는 두바이에는 전혀 흥미를 가진 적이 없는데, 여기 꼭 와보고 싶다는 아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오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까지 기대는커녕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으로 떠났는데 결과적으로는 즐겁고 보람된 경험이었어요. ‘죽기 전에 꼭 와봐야 한다’ 정도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올만합니다.


평소 패키지 여행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빠르게 훑어보기만 한다고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처음 가는 중동 지역의 안전 문제도 걱정되고 미리 여행 준비할 여유도 없어서 패키지로 예약했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어요. 자유여행으로 갔어도 이보다 알찰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특히나 가이드 분이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ㄱㅅㅎ 가이드님 추천합니다) 아랍 에미레이트라는 나라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된 느낌? ㅎㅎㅎ 전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이 나라 연방의 일부인 줄도 몰랐네요.


그리고 이제 나이 먹고 체력이 딸려서 그런지 호기심이 예전만큼 왕성하지도 않아서 한 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욕구도 덜하네요. ㅎㅎ 그냥 이 정도 수준에서 경험한 걸로 만족합니다.


출발 전까지는 영 의욕이 생기지 않는 여행이라 패키지 상품 비교하기도 귀찮아서 출발일정 맞는 것으로 아무거나 했거든요. ㅊㅈㅇ 여행에서 150~180만 원 사이 상품이 있길래 ‘두바이 잘 사는 나라라더니 아닌가? 생각보다 엄청 싸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4박 6일 관광 일정 중 절반 이상이 자유일정이었어요 (이런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고 간 나란 인간...).


아들과 단둘이 일정 짜서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선택관광을 모두 신청했더니 그 비용이 패키지 기본 가격을 훌쩍 넘었습니다. 보통 패키지는 선택관광이 하루에 한 개 정도밖에 없는데, 이번 두바이 패키지는 매일 거의 3개씩 배정이 되어 있었네요. 패키지 안내에는 전일 5성급 호텔이라 쓰여 있으니 '혹시 선택관광 맘에 안 들면 호텔에서 느긋이 수영이나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시면 오산입니다. 실제로는 비즈니스호텔 같은 곳이어서 수영장도 없고, 아픈 거 아니면 호텔방에 누워 있는 게 휴양이 안 됩니다. ㅎㅎ 두바이는 12월이 성수기라 두바이 내에 호텔을 잡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하네요.


달러를 일부만 현금으로 뽑아가고 나머지는 트레블월렛 카드에 넣어갔는데, 현지 atm에서는 현지 화폐인 디르함으로밖에 인출이 안 되고, 인출수수료가 붙습니다. 선택관광은 가격이 달러로 측정되어 있어서 달러를 충분히 가져가시는 게 좋아요. 당일 환율로 계산해서 한화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다만 현지 가게에서 쓰는 비용은 달러가 통용 안 되니까 그때그때 트래블월렛으로 디르함을 환전해서 쓰시면 됩니다. 카드 안 되는 곳은 못 봤어요.


첫날 도착하니 저녁 8~9시 정도. 바로 버스를 타고 부르즈 칼리파의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데,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 시공했다고 하네요. 그 뒤 두바이몰에 들러서 유명하다는 아쿠아리움 입구에 있는 수족관만 살짝 보고 돌아왔습니다.


둘째 날에는 아부다비 관광. 두바이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요. 가는 길에 매드맥스 느낌의 휴게소에 들르는데 화장실 안에 꼭 들어가 보세요. 제대로 컨셉잡고 꾸며져 있어요.

아부다비 도착 후 제일 먼저 그랜드 모스크에 들렀습니다. 여기는 외국인 여성들도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 됩니다. 스카프 두르고 가셔요. 중동 여행할 때에는 스카프 한 두 개 들고 다니는 게 편하더라고요.

이 샹들리에 하나가 90억 원 정도 한다네요.

그다음 루브르 박물관(선택관광). 실제로 파리 루브르와 30년 계약을 체결하고 분점 식으로 냈다고 합니다. 루브르의 큐레이터들이 루브르에 있는 작품들로 전시를 꾸민다네요. 그 옆에 아부다비의 랜드마크가 될 국립 미술관과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분점(?)도 건축 중입니다. 이곳에 총 5개의 거대한 미술관 타운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람을 다 마치고 나오면 야자수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형상화한 공간이 나옵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건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더라구요.

점심은 중동식 뷔페에서 먹었어요. 저는 예전에는 각 나라와 민족별로 고유의 식문화가 발달해 있고, 내 입에 맞지 않는 것은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미국에 살면서 그 생각이 깨졌습니다. 관찰해 보니 우리나라처럼 먹는 것을 특별히 중요시하는 민족이 있고, 그런 나라의 식문화가 다른 나라들보다 폭넓고 깊게 발달하는 것 같아요.


네… 장황하게 썼지만 중동 음식 맛없단 소립니다. 작년에 미국에 있을 때 음식이 맛없는 것도 그렇지만 그 단조로움이 매우 힘들었거든요. 중동 음식은 더하네요;;; 여행 내내 중동음식 먹을 때에는 후무스만 퍼먹다 온 것 같아요. 전 현지 음식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진짜 힘들더라구요. 힘들 때쯤 한식을 준다는 점에서도 패키지가 좋은 것 같아요.


그다음 아부다비 왕궁으로 갔어요. 외국 국빈들이 방문하면서 선물한 것들이 전시관에 진열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것도 8개나 있더라구요. 달항아리와 나전칠기가 전시된 것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마지막 코스는 금커피(선택관광). 8성급 호텔이라는 에미레이트 팰리스 만다린 오리엔탈 내부를 들어가 보기 위해서는 호텔 안에 있는 식당에 예약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 예약하고 내부 구경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코스처럼 되어 있어요.


솔직히 인스타용 사진 찍는 용도일 게 뻔해서 그닥 끌리지는 않았지만, 아부다비는 두바이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 다 같이 단체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먼저 돌아갈 수가 없어요. 이걸 선택하지 않으면 두바이에 돌아갈 때까지 근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야 되는데 그러느니 그냥 해보자 싶어서 신청했어요.


8성이라는 호텔은 아마도 객실이 훌륭한 것인지 로비에서는 아랍 여인들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는, 거대한 테피스트리 말고는 볼 게 없었어요. 구조가 인천 파라다이스와 비슷하던데, 볼거리는 파라다이스가 훨씬 낫습니다.


금커피도 그저 그런 맛. 세트로 딸려 나오는 케이크는 너무 맛없었어요. 얘네들은 어쩜 이렇게 맛없는 것들을 잘 먹고 사는지… 아이들은 금박을 얹은 아이스크림으로 주문 가능했는데 이건 좀 나았네요. 야외 카페에 앉아서 보는 풍경은 좋았지만, 다시 한다면 과연 선택할지 미지수입니다.

저녁은 Sobahn이라는 한식당에서 먹었는데, 된장찌개 맛집이었네요. 여행 내내 먹은 식사 중 최고였어요.


셋째 날 첫 관광은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선택관광). 사실 부르즈 할리파가 제일 유명한 건물이라 여기 전망대 안에서는 그 건물이 안 보이지만 ㅋ 두바이의 상징적인 건물에 왔으니 전망대는 한 번 올라줘야죠.

내려와서 가이드의 인솔 하에 두바이몰로 나와서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waitrose라는 슈퍼마켓에서 선물용으로 fade out 크림과 초콜릿 몇 가지를 샀어요.


그리고 아들이 원하는 엣지 워크 체험을 하러 갔어요. sky views observatory라는 곳인데 두바이몰 2층에서 메트로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메트로역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엣지 워크는 안전장치를 하고 고층빌딩 가장자리를 걷는 것인데, 클룩에서 18~20만 원 정도에 티켓을 팔고 있어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해 줍니다. 한 20분쯤? 저희 아들이 원래 겁이 없는데, 이건 너무 무서운데 계속 안 끝내줘서 울 뻔했다며 ㅋ 나올 때 다리가 풀려 나왔어요. ㅎㅎㅎ 그래도 한 번 해 보길 잘했다고 하네요.

저녁에는 크루즈를 타고 식사를 하면서 야경을 봤어요(선택관광). 식사는 여전히 맛이 없었지만 ㅠㅠ 야경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해볼 만합니다. 제가 예전에 야경 매니아였어서 홍콩, 싱가폴 등 도심 야경 명소는 여기저기 다녀본 터라 별 기대 안 했는데, 역시 두바이는 스케일이 크더라구요. 밥 안 먹고 경치만 보는 저렴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다음 라펄쇼(선택관광). 예전에 라스베가스 갔을 때 오쇼를 못 보고 카쇼만 봐서 아쉬웠는데, 여기서 오쇼처럼 물로 하는 서커스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카쇼와 비교하면 무대 스케일이나 기술 난이도에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충분히 재밌고 예술적이었어요. 매우 만족입니다. 극장 내부가 거의 원형이라서 사이드 자리에서도 잘 보입니다.



넷째 날 아침은 두바이 프레임(선택관광). 사실 프레임 안에 굳이 올라갈 필요 없이 겉에서 보고 사진만 찍어도 되는데, 안에 뭐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이거 신청 안 하면 두바이 프레임까지 데려다 줄지 의문이라 그냥 신청했습니다. ㅎㅎ


막상 올라가 보니 전망보다는 유리로 된 바닥 사이로 보이는 프레임의 모습이 신기했어요. 하지만 역시나 굳이 올라갈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거 아니어도 전망대 오를 일이 너무 많습니다.

팜주메이라 전망대. 언론에 많이 나왔던,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별장을 두고 있어 유명해진 인공 섬입니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면 야자수 모양의 섬 조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날에 차를 타고 직접 섬 안 안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면서 집들을 구경했지요.

저녁에는 대망의 사막 투어. 중동의 모래바람을 느껴보고자 신청했지요.


사막투어는 일반 가이드들이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6명씩 조를 짜서 한 차에 배정되고 현지 가이드가 운전해서 데리고 가줘요. 먼저 사막에서 사진 찍을 시간을 주고, 그다음에는 약 15~20분 정도 마치 atv를 타듯이 차량으로 사막 한가운데를 누비면서 달려요. 그 뒤 캠프사이트에 도착하면 식사와 공연이 시작됩니다. 낙타 타기 체험과 헤나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일단 사막을 가보지 않으신 분, 그리고 중동의 사막을 꼭 보고 싶은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꼭 해야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전 미국의 데스밸리에서 사막을 경험했었는데, 중동의 사막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더라구요. 그냥 이렇게 생겼어요.

그리고 식사는 역시나 맛이 없어요. ㅠㅠ 한국분들은 컵라면 챙겨가서 다들 그거 드시더라구요. 공연은 3가지로 진행되는데 한 공연당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대단한 공연은 아니라는 거지요. 다만 이 날이 크리스마스였는데, 전 예수님 생신에 중동 사막지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네요.


낙타 타는 건 재밌었어요. 말과는 다르게 움직이니 가시게 되면 한 번 꼭 타 보셔요.

마지막 날 아침, 패키지 일정 중에 미래박물관 근처를 지나는 시간이 없다고 하길래 저희는 이 날 일찍 일어나서 얼른 택시를 타고 미래박물관 앞으로 가서 건물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파키스탄 분이셨는데 26년째 두바이에서 혼자 살면서 고향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돈을 부쳐주고 계신다고 해서 울컥했네요. 이분이 따뜻한 차이티도 주시고, 포토스팟도 알려주시고,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호텔로 다시 데려다주셔서 편하게 다녀왔어요.

그다음 체크아웃. 그 뒤 공항까지 다 같이 움직이는 거라 이 날은 선택관광이 따로 없었어요.


먼저 대통령궁으로 갑니다. 두바이는 신분에 따라 차량 번호판이 다른데, 7번 숫자는 왕만 쓸 수 있다네요. 왕궁 내 경찰차에 붙어 있었어요.

그다음은 요트 타기. 요트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가서 대관람차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쉬다 왔어요.

그다음 쇼핑몰로 이동. 여기서 전 세계 최초로 7성급이라는 이름을 붙인 '버즈 알 아랍' 호텔 건물의 전경을 볼 수 있다네요.

쇼핑몰 입구 쪽에서 낙타 젖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팔아요. 한 스쿱에 20 디르함인데 두 스쿱에 25 디르함이라 대부분 두 스쿱을 삽니다. 다른 맛은 낙타가 아니라 일반 아이스크림이니 꼭 낙타 바닐라로 사라고 합니다. 근데 맛있긴 했지만 꼭 먹어봐야 하는 맛은 아닌 듯요.


그다음 알시프라는 민속촌으로 갑니다. ‘다 이루어질지니’라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에요. 영화에서만 보던 중동의 전통가옥 스타일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여기서 쇼핑하면 바가지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상택시 아브라를 타고 강을 건너서 마지막 관광지인 재래시장으로 갔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 같은 곳이에요. 선물용 초콜릿이나 향신료 등을 여기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두바이 초콜릿은 fix라고 쓰여 있는 것이 원조인데 온라인으로만 팔고, 여행자들은 현지에서 리셀러들을 통해 구입하는데 가품이 많다고 하네요. 저희는 가이드 님 통해 개당 35달러씩 샀어요. 두바이몰에서도 많이 파는데 대부분 가품이더라구요. 뭐 가품도 1개에 16,000원이 넘어가고 맛도 나름 있긴 했습니다. 암튼 재래시장에는 없습니다.


금시장 입구 쪽에 세계에서 제일 큰 금반지로 기네스북에 오른 물건이 전시되어 있어 한 번 구경하고 왔네요. 이것으로 여행 끝.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재밌었고, 특히 첫 중동 여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듯해요.


여행 오기 전까지는 중동에 대해 막연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많이 깨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두바이는 중동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곳이니 한 번쯤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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