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늘도 비

재재의 하루 2020년 11월 2일

by 재재

11월이 되니 본격적으로 비의 계절이 시작되려나보다. 파리는 어제도 비, 오늘도 비다. 이런 날씨에 꽤 익숙해졌다 생각하지만 비바람을 뚫고 조깅까지 할 자신은 없다. 난 그냥 평소처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 앞 공원에 사람들 구경이나 해야지. 짧은 반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거센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프랑스인들. 볼 때마다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게 여기 사람들이 겨울을 나는 방법일지도.


'올해는 제발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야지' 그렇게 결심했었는데. 이번 겨울에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게 될지 참 궁금하다. 지금껏 살면서 가까운 미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막막했던 때가 있었던가. 12월에 나는 어디 있을까? 파리에 있을지, 릴에 있을지, 리옹에 있을지, 서울에 있을지, 옥천에 있을지, 포항에 있을지. 옵션은 참 많은데 나는 아무런 선택도 할 수가 없다.


예전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의 중단기 계획을 세우고 그걸 이루어가는 목표나 재미, 삶의 원동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계획이 아무 소용없는 세상이 되었다. 계획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리 놀랍지 않다고나 할까? 그냥, 이젠 그런 세상이 돼버렸다. 난 오늘을 살아야지. 비가 내리는 게 싫다고 해도 비는 어쨌든 내리니깐.


따뜻한 바닐라 차 한잔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프랑스어 공부를 할까 보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오니 편안하면서도 땀을 조금 흘릴 수 있는 요가를 해보려고 한다. 요가 소년 선생님 영상은 매일 다른 시퀀스를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를 수 있어서 참 좋다. 인터넷만 되면 이렇게 좋은 요가 수업을 공짜를 들을 수 있다니. 아 좋은 세상이여. 그리고 오늘은 꼭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볼 거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요즘 채식이나 비건 식단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