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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4. 2022

나의 봉쇄일지|머릿말

한 달 째 봉쇄중입니다만 

 나의 봉쇄일지




머리말


봉쇄 구호품으로 만든 상하이 루자주이 (출처: 인터넷 )




너의 하루는 48시간이냐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호기심 많고 관심 많고 오지랖 넓은 나에게는 외부로부터 오는 다양한 자극을 받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그걸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걸 유독 즐겼으며, 타인과 공유하며 다양한 생각을 듣는 걸 애정한다. 결과물이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함께 하는 시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나에게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은 삶의 원동력이다. 


 재밌는 것은 서른 하고 몇 년을 살면서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며 ‘정의하지 않고 그냥 맘 가는대로 살 거야‘하고 부유하던 내가 스스로에 대해 이처럼 정의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바로 저 문장 속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된 타의적 칩거 시간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뭐가 없어지니, 할 수 없게 되니, 결핍이 생기니, 비로소 알았다. 내가 좋아하고 것, 에너지를 얻는 것, 나의 가치관, 꿍꿍이, 없는 줄 알았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나에 대해 점점 더 알게 되고, 새로운 상황에서 처음 보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참 신기하다. 


 그렇다고 자기애 넘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같이 이 비를 맞고 있을 분들과 랜선 대화를 나눌수록,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런 내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 그리고 잡념들, 또는 사고와 사유들, 그리고 다시 겪을 수 없을(그래야 하는) 다양한 환경의 이야기들과 하루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혼자 놀다 지쳤는지, 기자놀이를, 서기놀이를, 역사의 현장의 기록자 놀이를 해보겠노라며 볕드는 창가에 앉아 노트북 키보드를 투닥투닥 거린다. 한편으로는 나의 글이 같은 격리와 봉쇄 중에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시기를 보낼 누군가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까, 너무 얕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세포가 밑바닥에서 꿈틀대지만, 그건 읽는 분의 몫으로 맡기고, 이래도 저래도 항상 있는 걱정세포는 잠시 재우고 그냥 투닥투닥 적어보련다. 


  어른이 되고 능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선과 최고를 선택하며 있는 힘껏 삶을 일궈오다 만난 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희한한 상황. 그리고 핵심은 회고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내일 풀려도 이상하지 않고, 내일 봉쇄가 연장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상황. 30일 그리고 그 이상의 타의에 의한 칩거 생활 중의 생각과 이야기이다. ‘22 봉쇄 아카이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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