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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8화 봉쇄인생의 정반합

내어준 소중한 시간 대신 얻은 것 

나의 봉쇄일지




제8화 봉쇄인생의 정반합



현재 상하이에서 귀한 식재료로 만든 루자주이 모습 (출처: 인터넷)







이 시간에 내어준 것들 대신 소중히 얻은 것



 봉쇄와 격리는 분명 힘들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봉쇄로 인해 정말 힘든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너무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봉쇄로 인해 지켜지고 있는 것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을 먼저 말할까. 장점을 먼저 말하고 단점을 말하면 단점이 부각되고 단점을 먼저 말하고 장점을 말하면 장점이 부각되고 순서에 따라 내 의식의 흐름이 나온다. 



자가항원검사, 검사키트를 정말 무료로 너무 많이 줘서 거실 한 켠에 쌓여 있다.

오미크론으로 사람이 죽는다. 그러나 다른 병으로도 사람이 죽는다. 요즘 시대에 죽지 않을 병임에도 봉쇄와 지나친 오미크론에 대한 인력 쏠림으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죽는다. 음료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이 줄었다. 그러나 그동안 세상에 없던 새로운 쓰레기가 나왔다. PCR 검사 면봉이며 항원검사 키트며 지난 한 달 간 상하이에 사는 모든 이들의 코를 찔러댄 수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응당 힘들어야 할 일이면 기꺼이 감수하겠노라만 그 부분에 대한 동의가 되지 않나보다. 장점이 먼저 나오고 단점이 나오는 걸 보니 나의 뉘앙스는 편향적이다. 지나친 방역 지침으로 오미크론이 먹어야 할 비난을 다 받고 있는 이 정부, 그러나 분명 오미크론이 두려운 사람들에겐 이 격리가 감사한 정책일 수 있다. 인생의 정반합을 여기서 또 만나는 구나. 정과 이것에 모순되는 또 다른 판단 반이 서로 투쟁하여 결국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말하는 정반합의 핵심은 ‘결국 합의에 이르는 과정’인 합이다. 현재 우리의 ‘정’과 ‘반’이 투쟁하여 결국 ‘합’에 도달하길 바란다. 


종종 그런 말을 듣는다. 철없는 부모 밑에 아이들이 일찍 철들고, 선생님이 잘 못 가르치면 학생들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고 찾아가는 힘이 커진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마음에는 모두 ‘부모님을 또는 선생님을 믿고 있다가는 안 되겠다.’라는 위기의식이 선행한다. 개인의 변화나 성장, 성숙의 강력한 동기 중 하나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혹은 ‘다르게 살아야 한다.’라는 위기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걸 통해 개인이 성장한다면 그건 그 개인의 역량이지 그런 환경에 일조한 누군가가 잘 한 건 아니다. 그리고 위기의식이나 분노로 인한 성장은 인생이라는 페이지 어딘가에 꼭 부산물을 만들어 그 사람의 아픈 손가락이 된다. 그래서 반드시 성장, 성공, 성숙 이후에는 그 아픈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치료하고 치유해야 개인은 비로소 편안에 이른다. 

봉쇄가 연장되면서, 집 앞 마트 사장님 배달이 가능하다 해서 비싼 배송비 주고 시킨 음료들. 정신건강엔 이게 필수다.

나의 삶으로 말하자면, 봉쇄 전 시각적인 것이 많은 걸 좌우하는 시간 속에 보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영감도 많이 얻고 배움과 아이디어의 연속이기도 했으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부유하고 들뜬 삶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 반대를 이뤄간다.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울 것 같던 내가 앉아서 글을 쓴다. 정리를 한다. 생각을 한다. 별일 없는 삶에 지루하다 또는 답답하다는 생각에 빠졌다가 할 일 많은 삶에 다시 몸을 움직여 하나 둘 하다 보면 하루가 참 잘 간다. 내 삶의 정반합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몸을 일으켜 부지런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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