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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13. 2022

나의 봉쇄일지|제11화 봉쇈데 쇼핑은 어떻게 해?

공동구매도 쇼핑이라 해도 될까요? 

나의 봉쇄 일지




제11화 봉쇈데 쇼핑은 어떻게 해?


소고기 구이 구매하는 공동구매 프로그램



그래, 이렇게 언어는 우리의 생활을 투영한다. 


'짜요우' 이모티콘

중국어에 재미난 표현이 있다. 바로 우리말로 ‘파이팅’을 의미하는 ‘짜요우 加油 ’다. 직역하면 ‘기름을 넣다’라는 뜻인데 자동차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이후 생긴 표현이라고 한다. 기름을 넣듯 힘내라는 뜻이다. 그래, 이렇게 언어는 우리의 생활을 투영한다. 그리고 2022년, 상하이에는 갑작스레 맞이한 새로운 생활을 반영하듯 새로운 단어가 또는 사용 빈도가 낮았던 단어가 사람들의 입과 손가락 끝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바로 ‘퇀고우 团购(공동구매) ’, ‘퇀장 团长(공동구매 대장)’, ‘청퇀 成团(공동구매가 성사됨)’ 일 것이다.  공동구매를 의미하는 ‘퇀고우 团购’는 5일로 예정되었던 ‘정적 관리’ 후 단지 내 확진자 여부에 따라 연장되는 단지 봉쇄 또는 단지 격리라는 상황에 삶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에게 매일 이름보다 많이 불리는 단어가 되었다. 업무가 가능한 배송원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긴 해도 개별구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부족하고 기타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이 많은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공동구매,  ‘퇀고우 团购’이다.      

물건이 오면 서로 챙겨주고, 퇀장은 공구 링크를 만들어 방에 배포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입장해서 구매한다.


  퇀고우의 방식은 짧은 시간 내에 인류의 진화 뺨치는 질적인 성장을 보였다. 처음에는 단지마다 구성된 위챗 단체방에서 자발적 리더가 구매하고자 하는 대상 물품과 판매처를 확보하여 공지하면 ‘그룹노트’ 기능을 활용하여 필요한 가구가 자신의 동호수를 적어 판매처에서 제시한 최소 단위를 맞추면 구매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었다. 퇀장이 되려면 무엇보다 정보력이 있고 판매처만 확보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퇀장을 한다고 커미션이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인류애와 오지랖도 필요했다. 한편 어디에나 빌런은 있는 법. 시스템의 사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간 마진을 폭리로 취하는 퇀장에 대한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과 이웃의 구매를 위해 시간을 들이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행하는 분들이었다. 한 번에 많은 세대가 구매하므로 생길 수 있는 혼선을 방지하고자 사람들의 구매 목록을 기꺼이 엑셀에 정리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방식의 진화 

  위챗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만 사실상 아날로그에 가까웠던 이 방법은 별안간 기술과 만나 스마트하게 진화되었다. 이런 방식이 정책을 만들 듯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탕탕 만들어져 배포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놀라운 발명인 ‘인터넷’에 의한 정보 공유와 집단 지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사용의 시작점과 정확한 출처를 알 수는 없으나, 단지마다 대부분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구매방식으로 점차 진화해왔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정보와 정보의 공유가 실로 홍익인간을 실현하는 것을 목격하는 매일이었다. 그래서 기술을 만난 공구의 다음 단계는 위챗 미니 프로그램의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콰이퇀퇀(快团团)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한국의 것으로 비유를 든다면 카카오톡에 다양한 앱들이 연동되어 원래 앱보다는 그 활용이 제한적이지만 기본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 위챗 미니 프로그램이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카카오톡의 잠재력은 위챗의 다양한 기능에서 예측할 수 있다. 이미 기능이 많은 카카오톡이지만 위챗만큼 그 기능이 확대된다면 카카오톡의 주가는 또 한 번 퀀텀 점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카카오 주식 보유하고 있지 않는 모순) 콰이퇀퇀은 사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원래 누구나 구매 페이지를 만들어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위챗 구매 방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공동구매가 필수가 된 이 상황에서 각광을 받고 그 사용이 넓어진 것이다. 위챗 그룹노트에 일일이 적던 시절에 비하면 연동된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구매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재하면 그만이다. 퇀장의 역할은 구매 페이지를 구축하는 것. 홈페이지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아니다. 판매처에서 제공하는 제품 정보 사진을 넣고 공동 구매 성공 개수를 설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나도 지금까지 야채, 계란, 유제품, 기호품 등을 구매했다. 비교적 개설이 쉬워서 공동구매가 아니어도 배달을 해줄 수 있는 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주문을 받아 개별 배달도 해주고 있다. 관건은 그런 업장의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느냐이다. 우리 단지는 지금도 이 방법을 제일 많이 쓰고 있다. 어떤 제품의 정보를 누군가 단체방에 올리면 원하는 사람들이 슬쩍슬쩍 답장을 단다. 일종의 시장조사다. 같은 제품이면 더 저렴한 것을 서로 비교도 한다. 앞장서는 고마운 분들이 있어서 나는 조용히 보고 있다가 필요한 게 뜨면 구매를 한다. 종종 먹고 싶은 게 있거나 사고 싶은 게 있으면 포스터를 슬쩍 방에 올린다. 그러면 외국인 특혜로 난 수고에서 제외되고 어떤 능력자가 더 좋은 물품을 더 좋은 가격에 가져와 주신다. 덕분에 나는 격리 전 내가 개별 구매했을 때보다 더 좋은 양질의 재료들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하고 있어 격리에 따른 상하이 물가 상승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핀둬둬'에서 단지 내 최소 구매자가 성사되면 구매가 이루어진다

  내가 목도한 그다음 단계는 바로 기존의 쇼핑앱인 ‘핀둬둬(拼多多)’를 활용한 공동구매 방식이다.  봉쇄 전부터 2인 이상의 공동구매 방식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인민 쇼핑앱 타오바오(淘宝)와 차별화된 방식을 선보인 핀둬둬는 지난 3년 간 자신의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확장해가고 있었다. 택배가 막히면서 타오바오는 상하이 고객을 거의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핀둬둬는 공동구매라는 점을 살려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바로 “단지 구매” 방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고객들 중 같은 단지 주소를 가지고 있는 고객끼리 묶어주는 것이다. 판매자는 제품을 올리고 최소 구매 가능 인원을 설정해둔다. 구매자는 단지 구매 코너로 들어가 아파트나 동네 주소를 설정하면 배달 가능한 물품 목록이 뜬다. 그중에 필요한 것을 구매하여 단지 위챗 방에 보낸다. 위챗 방에서 그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은 각자 구매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최저 구매 수량이 채워지면 배송이 시작되는 것이다. 보통 2~3일인 주어진 구매 시간 동안 공동구매가 성공하면 배송이 시작되고, 최저 구매 수량에 도달되지 못하면 공동구매가 성사되지 않아 기존에 구매한 사람들은 지불한 금액을 자동으로 환불받는다. 특별히 퇀장이 어떤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나처럼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사람도 필요에 따라 공동구매를 시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주류와 과일 공동구매를 시작했는데 하나는 인원이 달성되어 성공했고, 하나는 실패해서 돈을 환불받았다. 글을 쓰면서 공동구매 걸어놨던 소다수가 생각났다. 글을 마무리하고 구매 성사 여부를 확인해야겠다. 



물품의 진화


집에서 일반 식당처럼 고기를 먹도록 불판과 버너를 함께 판매한다. 


   공동구매다 보니 구성원의 대중성이 중요하다. 취향이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성사율이 높다. 그래서 계란이나 유제품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성사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한인이 거의 없어 김치 공구는 꿈도 꾸지 못한다. 반대로 한인타운은 김치, 한국 과자, 한국식품 등의 공구가 매일 성사되고 있다고 한다. 한 번은 한국 식당에서 20인분 이상 주문하면 배달되는 BBQ 세트메뉴가 있어서 이웃들에게 홍보했는데 최대 실적인 5인으로 내 첫 퇀장 도전은 실패했다. 한편으로는 어쩌다 비비고 만두 공구가 올라왔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냉동 만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만두의 쓰임과 가치를 이번 봉쇄를 통해 다시 한 번 발견했다. 


Shake Shack 공동구매 포스터. 5000원 이상 구매하면 배달.

  격리 3~4주 차부터는 유명한 음식 프랜차이즈점이 공동구매를 시작해서 집에서 유명한 맛집의 음식이나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5000원, 10,000원 이상 구매하면 배달해주는 형태라 해당 브랜드 담당자와 퇀장이 연락을 하고 콰이퇀퇀을 활용해서 구매자를 모은다. 그렇게 단지마다 쉐이크색 버거도 먹고, KFC도 먹고, 심지어 줄 서는 카페로 유명한 버터풀앤크리머러스(한국 베이커리라 괜히 뿌듯하다.)도 줄 서지 않고 집에서 먹었다는 간증들이 넘쳐난다. 대중적인 훠궈 프랜차이즈점인 하이디라오도 공동구매 훠궈세트를 판매했다. 베이징 덕 세트도 있었고, 쏸차이위 세트도 있었다. 어머니날을 맞아 꽃 공동구매도 한참 실시되었다. 공동구매의 방식과 품목의 발전은 괄목상대할 만했다.     

줄 서먹는 한국 빵집,  버터풀앤크리멀러스 공동구매

  처음 공동구매 방에 입장했을 때는 재미있기도 하면서 눈이 아팠다. 처음 보는 단어도 많고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어 번역기도 여러 개 돌려보고 주변에 물어보고 하면 정말 먹을 것 하나 사는데 이렇게 애쓸 일인가 싶어 '에이 안 해 안 해' 하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처음 구매한 빵 세트를 받고는 오랜만에 받는 외부 물품이라는 새로움과 ‘빵’이라는 소울 푸드와의 재회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돈 쓰는 재미에 구매하기도 하고, 택배 받는 재미에 구매하기도 하다가 이젠 좀 자중하며 정말 필요한 것만 사자며 금욕기에 접어든 6주 차다. 이어지는 ‘식식주’의 삶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먹는 것에 진심이다. 그리고 백방으로 노력하여 구축한 우리가 사는 세상, 웃프면서도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위기 앞에 이렇게 단결하고 헤쳐 나가는 우리가 대견하고 신기하다. 그러나, 어서 이 난리의 끝을 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언제나처럼 우린 답을 찾을 거고, 이번에도 다 같이 이겨내요..."

놀랍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은 지난 5주간의 역사다. 인간은 강하고 우리는 대단하다. "언제나처럼 우린 답을 찾을 거고, 이번에도 다 같이 이겨내요..."라는 이태원 클래스의 대사로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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