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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17. 2022

나의 봉쇄일지|제13화 봉쇈데 어린이날 선물은 어떡해?

상하이 엄마아빠의 봉쇄일지라도 어린이날 대작전

나의 봉쇄일지




제13화 상하이엄마아빠의 비밀 대작전




어린이날 선물 후보, 킥보드 (滑板车, 화반처 [huábǎnchē]) 




중국의 어린이날, 얼통지에가 바로 6월 1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공구방에 새로운 물건과 새로운 공구가 올라온다. 필요한 건 딱히 없는데, 필요한 걸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올라온 것 중에 필요할 것 같은 걸 구매하는 방식이라 업데이트를 확인하며 구매를 결정하고, 또 공구방 구경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종종 본다. 그러다 쌩뚱 맞은 물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아이들을 위한 탈 것들이다. 소형 자전거, 킥보드, 어린이용 자동차 등 평소와 확연히 결이 다른 품목에 호기심이 생겨 다시 보니, 아하, 곧 어린이날이다. 한국의 어린이날이 5월 5일이라면 중국의 어린이날, 얼통지에(儿童节)가 바로 6월 1일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고민이 모여 어린이날 선물 공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이미 공구를 마친 다른 단지의 배송 모습: 卡丁车(카딩처, 미니 경주차/카트)


 봉쇄 중 기념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월 둘째 주에 어머니날이 있었고 이 기간 2주전부터 꽃 공구가 시작되어 어머니날에 많은 어머니들이 적어도 꽃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보통 꽃이 전부였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봉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고, 꽃으로 마음을 받고, 봉쇄 후 더 좋은 곳에서 어머니날을 보낼 것에 더 기뻐하셨고, 또는 위챗 홍바오(红包, 용돈봉투)가 있었기에 자녀들의 어머니날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네 어린이들은 다르다. 홍바오의 가치를 알기에 너무 어린 어린이도 있고, 어린이들에게 6월 1일을 봉쇄니까 일상이 돌아오면 그 때~하고 넘어가는 것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데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정작 아이들보다 어린이날을 챙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더 애가 닳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부모가 아직 되본 적 없기에, 그 마음 다 어찌 헤아리겠는가마는 자녀의 어린이날 로망을 지켜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도 상당할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마마먼(妈妈们)과 빠빠먼(爸爸们)의 봉쇄 중 맞이하는 어린이날 선물 준비 대작전이 펼쳐졌다.   


후보로 올라온 자전거


 선물의 후보가 다양하게 올라오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나이대가 비슷한 자녀를 둔 엄마들끼리 뭉치고 업체와 연락해서 거래를 성사해나가는 장면이 위챗이라는 플랫폼에서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괜히 이 모습을 보는 내가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심이 일었다. 성장기인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이 제한된 상황에서 먹을 것을 공수하는 것에 들이는 에너지도 일상의 절반인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꿈과 웃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까지, 상황을 이기고 새로운 방법을 헤쳐나가는 이 개척자의 정신. 결코 유난 떠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낭만을 지켜주고 싶은 엄마아빠의 큰 마음이었다.    



지키고 보호해야 할 아이들과 함께 이 시기를 이어가는 모든 부모님들에게는 존경하는 마음과 응원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렇게 단지마다 중지를 모은 마마빠빠먼 덕분에 비록 봉쇄로 디즈니랜드나 놀이동산은 가지 못하지만 마마빠빠랜드에서 단지네 어린이들은 이번 어린이날도 무사히 웃고 뛰어 놀며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올해 어린이날의 단지 어린이들이 연령대 별로 비슷한 선물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 도시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사되길 두 손 모아 빈다. 한 가지 더 빈다면, 6월 1일 어린이날 당일에는 모든 어린이들이 단지가 아닌 넓은 공원에서 비슷한 선물들을 들고 뛰어 놀기를 바란다. 그렇게 희한한 상황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삶을 듣고 보며, 위로가 되고 용기가 생긴다. 오늘도 무사히, 안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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