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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19. 2022

나의 봉쇄일지|제14화 드디어 열렸다 참깨! 해방의 날

사진으로 전하는 자유의 순간 



나의 봉쇄일지




제14화 드디어 열렸다 참깨! 해방의 날


상하이에는 여기 저기 물이 많다.




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단지내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짝궁이 나를 보고 씩 웃는다. 그는 분명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는 분명 뭔가를 들었다. "외출가능" 5월 16일 월요일, 그렇게 해방을 맞았다. 반경 400m의 삶의 제한이 해제되었다.  야-호.  단지마다 동네마다 해제 여부가 달라서 완전한 해방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취(区 qu)라고 불리는 행정구 안에서도 쩐(镇 zhen)의 개념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는데 방역 방책이나 세부사항이 동네마다 다르게 적용되어 왔고 이 또한 그랬다. 상하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호불호, 케바케, 동바동이었다. (*동네바이동네) 아무튼 이번 주부터는 50%의 식당이 영업을 재개하고, 기차와 비행기편이 확대되고, 학교마다 등교를 위한 방침이 안내되고, 그동안 간절히 바란 소식들이 들려온다. 봉쇄일지가 끝나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듣자하니, 어떤 동네는 외출이 허용은 되나 시간 제한이 있다고 하고, 어떤 동네는 동이나 단지마다 오전/오후 외출이 다르다고 한다. 21세기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이 무슨 외출 제한이란 말인가 싶지만 뭐, 이런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에 또 한 번 웃고 만다. 사실 저런 세부 방역 정책은 일괄 적용 정책이 아닌, '확진자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위해 동네마다 정책 결정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구역별 세부 정책인지라 그들의 성향에 따라 이런 세부 정책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중앙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을 쓸지는 행정구역의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같은 상하이라는 도시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래 주로 차만 다니는 길이 해제 후 사람들만 가득



우리 동네 정책자는 다행히도 우리에게 온전한 하루를 허락(?)했다. 퇴근하고 바로 채비를 하고 나갔다. 최대한 많이 걷겠노라 다짐하며 가장 편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건강코드를 보여주고 통행증이라는 종이로 된 아날로그 신문물에 담당자 문지기의 확인을 받고, 꽤나 체계적인 절차를 밟고서야 그 문을 넘을 수 있었다. 동네가 인구밀도가 높은 곳은 아닌지라 평소에는 지나다니는 차가 더 많지, 길 위에 사람이 더 많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길에 산책을 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걷거나, 달리거나, 킥보드, 보드, 자전거 등 저마다의 탈 것을 이용하여 오랜만에 누리는 넓은 공간의 바깥 공기와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차가 없다. 차를 타고 지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 그리고 자유다. 그렇게 우리는 소중한 것과 다시 만났다. 


두 달 간 사람 손길 없이도 잘 피어난 식물들
동네 근처에 있는 상업지구, 리도웨이, 연 상점은 없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을 연 식당은 거의 없었다. 영업하는 편의점이 두 곳이 있었는데 주차된 자전거가 매장 앞에 한 가득이었다. 길 중간에 위치한 마트가 열었는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다. 입장인원에 제한이 있는 모양이었다. 상가가 모여 있는 곳에 가니 거의 키즈 카페 또는 놀이 동산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한껏 들떠 오랜만의 나들이를 만끽하고 있었다. 문을 연 식당이나 카페는 없었다. 다만 손님은 가득했다. 집에서 공수해온 것인지,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것인지 식당 앞 테이블마다 한 상 거하게 차려 낮 또는 초저녁 술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얼핏 보면 식당이 영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뛰어 놀고, 어른들은 앉아서 볕 아래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유일하게 영업하는 편의점(왼) /  길맥의 행복(중앙) / 간식타임(오)
이 봉쇄의 최대 수혜는 잡초들이 받고 있었다. 무럭무럭 자란 들꽃이 만드는 도시 조경



그 전엔 평범한 하루의 일부였던 한 시간 반의 산책으로 봉쇄로 인해 매일 비슷한 하루의 반복이었던 5월의 월요일이 나름 새롭고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원래 당연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당연해야 하는 것들의 정상화를 기다리며, 그리고 나의 봉쇄일지의 완전한 끝을 기다리며, 봉쇄에서의 해방을 기다리며! 또한, 행정적인 봉쇄 외에도, 스스로가 만든 심리적인, 정서적인, 관념적인 봉쇄에서 하루 하루 해방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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