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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Jun 05. 2022

나의 봉쇄일지| 마지막화 그래도 나는 상하이를 애정한다

봉쇄된 것이 몸이었는가? 마음이었는가? 

나의 봉쇄일지





마지막화 그래도 나는 상하이를 애정 한다


상하이 시내 중심부, 시크릿 가든 마냥 숨어 있는 조용한 카페의 야외석. 모기가 많아도 포기할 수 없다.




   비 오늘 일요일, 오늘도 집콕이다. 비가 그치면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다. 출근을 하려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멍청한 정책에는 끝까지 버텨보겠다며(이전화 참고) 소심한 반항을 했지만 시스템 안에서 살아야 하는 나의 ‘1인 시위’는 이걸로 종지부를 찍는다. 4일 천하로 종료. 시작한 것도, 끝낸 것도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봉쇄 후, 친구가 보고 싶어 달려간 옆동네, 남이 타준 거 먹자고 바리바리 사주는 내 인생친구, 이런 인연을 만난 상하이를 어찌 미워할까.



   콘텐츠는 특급인데 정책과 지도층은 망급인 상하이의 이번 일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지 말고, 이 전도유망한 도시의 발전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도시 내외적으로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혼란스러운 대륙의 정치판에 앞으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내 코가 석자라, 나는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일과 사람과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며 그렇게 상하이 라이프를 이어 가련다.   



샨시난루의 iApm 지하1층에 새로 오픈한 쉐이크색 버거 



   행정적으로 봉쇄가 되었든, 해제가 되었든 분명한 것은 내 마음과 생각과 정신이 ‘봉’해있지 않고 ‘개방’되어 있다면 집에 머물러 집이라는 공간 안에 봉해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훨훨 날아갈 수 있다는 것. 즉, 마음은 해방되었다는 것,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감옥에 갇혀서도 마음은 갇히지 않았다고 했던 호찌민처럼 말이다. 비록 나는 봉쇄의 시간 동안 마음이 갇히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또 어느 날은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던 것처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 꾸준히 연습해보자. 마음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불행은 없도록 말이다. 그러니 물리적인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신적인 해방에도 에너지를 많이 쓰자고 스스로 이야기해본다. 해방이 어디 쉬운가. 안 되면 될 때까지.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속 해방 클럽 회원들처럼. 그리고 해방이라는 어려운 두 글자가, 그렇게 쉽게 된다면 그것도 재밌는 일은 아니기에 난도 높은 인생의 프로젝트가 생겨 뭔가 신이 난다. 내 마음은 어디에 봉해져 있고 무엇이 나를 막고 있는지 속지 말고 살피며 하나씩 게임 퀘스트를 깨듯 나가보자.           



붉은 지붕이 매력적인 쉬후이구의 한 동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여행 한 번 와보고, 겁도 없이 여기서 살아보겠다고 내가 선택한 도시가 바로 상하이다. 상하이는 이곳에서 지낸 5년 간 소중한 인연을, 시간을, 추억을, 그리고 보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도시다. 봉쇄는 봉쇄고, 아무튼 나는 여전히 상하이를 좋아하고 애정 한다. 상하이에서 지내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더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머무는 동안 평소처럼 마주하는 것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살피며, 다름은 다름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인정하고, 틀림은 근거를 가지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상하이가 가진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공감하며 적당한 온도로 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행복하게 나답게 지낼 것이다. 봉쇄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한 것들은 아쉽지만 놓아주고, 언제나 그랬듯 ‘앞으로’와 ‘지금’에 집중하며 살겠노라. 그래서 환경이나 외적인 요소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결국엔 나를 잘 돌보고 나의 행복을 주변과도 나누고 싶다. 결국은 나답게. Be Yourself.


2022년 6월 5일. <나의 봉쇄 일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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