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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3화 봉쇄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가장 중요한 것은 '식', 식료품 사재기, 혼돈의 바잉

나의 봉쇄일지




제3화 2022년 봉쇄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2022년 4월 1일. 도시의 반쪽, 푸시가 방학했다. 처음 안내된 정적관리의 기간은 청명절 연휴인 5일까지로 총 5일이었다. 영어 vacation은 ‘비어있음’을 뜻하는 프랑스어 vacance에서 유래해 방학이 되면 주변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도시가 비어 생긴 단어라고 한다. 상하이의 반쪽, 푸시가 정말 영어 단어 vacation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 방학을 한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목적지가 주변이 아닌 집이라는 것. 그렇게 집을 제외하고 도시를 이루는 길과 공원과 명소와 상가가 많은 공공장소가 텅 비게 된다. 이 방학을 맞이하기까지 구성원 모두가 참 바빴다. 쏟아지는 정보에 멀미가 났고, 또 다시 일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분명 모두가 힘들었다. 우리의 일상의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봉쇄 전 한인마트에서 구입한 대기업 시리즈 (그외 다수)


  내어준 일상의 빈자리에 얻은 것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풀어본다. 덕분에(?) 수년째 휴일 없이 일하던 사장님들도 모처럼 가족과 함께 며칠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물론 생계를 위협하는 기간까지에만), 일이 바빠 한 번도 봐준 적 없던 아들의 숙제를 봐주며 신기하고 묘한 감정을 느꼈다는 아버지도 있고, 친구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아빠와 엄마의 껌딱지가 될 수 있어 행복한 꼬마도 있고, 같은 단지에 살아도 대화 한 번 섞어보지 못한 이웃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이웃사촌이 생겼다는 새댁도 있고, 그동안 해야지, 해봐야지, 봐야지, 했던 것들을 사부작사부작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직장인도 있다. (추가 연장 기간에 대한 것이 아닌 정적관리 5일에 대한 의견이었다.)      


  한편 상하이 시정부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사례가 없어 생활고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여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하며 이 방학기간에 대한 의료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사과’를 하고 인정한다는 면에서 공공의 지자체로서의 성숙함을 느낀다. 그러나 장기화가 됨에 따라 많은 생활고와 어려움이 급증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정확히는 알 수 없는 조직과 정치의 일들이 국가의 기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화차오쩐에 사는 지인이 받은 구호품(왼쪽)과 서양인 거주 밀집지에 사는 이태리 친구가 받은 구호품(오른쪽)

  상하이시 안에서도 행정구역마다 각각 세부 정책이나 방역지침을 운영하기 때문에 지급되는 구호품도 구역마다 다르다. 구청 또는 지역 자치위원회마다 구성이 다른 구호물품을 서로 인증하는 사진들이 인터넷을 달궜다. 구호품 구성의 알참으로 따지면 1등은 화차오쩐이다. 구호품이 담긴 가방부터 달랐다. 중국 유일 코스트코가 있는 상하이의 화차오쩐답게 코스트코에서 모든 구호품을 준비하여 보통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튼튼한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코스트코 소고기 또는 닭고기, 조기, 블루베리 등이 각 집으로 전달되었다. 구호품을 받은 화차오쩐 주민들의 인증샷과 코스트코에서 구호품을 나누는 작업을 하는 영상이 화제였다.    


봉쇄 전 한인마트에서 평소 사지 않던 제품도 가득 샀다

  5일 또는 더하기 며칠이 될지 모르는 시간을 위해 며칠간 모두가 사재기에 가까운 식재료을 구매했다.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주변 마트와 멀리 대형마트까지 가서 구매하고,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크고 작은 마트 모두 정신없는 며칠을 보냈다. 평소 외식을 많이 해서 집에서 요리를 잘 안 하던 나도 양념장부터 고기, 야채, 과일, 간편식품, 음료, 과자 등 어느 때 보다 많은 식재로 쇼핑을 했다. 여름휴가 가는 마냥, 장을 보며 무섭고 걱정되기 보단 철없는 아이처럼 신이 나기도 했다. 마치 명절 기분도 난다며 먹을 게 없냐, 누울 자리가 없냐, 걱정 말고 잘 지내자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 방학을 맞이하기까지 모두가 애썼고 고생했다. 그래서 대부분 피로하다. 그러니 적어도 이 방학기간 동안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아닌 나름의 쉼으로 채우며 충전하는 시간이길. 먹는 것에 진심인 나는 앞으로 먹을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정리한다. 돌밥도 잘 해내리라. 아무튼 방학이라 부르겠다. 힘들다고 하고 무섭다고 하면 정말 그렇게 될까봐 편안한 이름을 붙인 건지도 모르겠다. 마침 1일~3일은 금요일을 낀 주말이고 이어지는 4일과 5일도 공휴일이라 내가 노트북을 열지 않는 한 주어진 재택근무도 없으니 시간이 없어 못했던 것들을 하자. 다만, 이 방학은 5일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은 제발, 아니되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완벽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전염병 예방과 경제(일상), 두 가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결정권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에 대한 ‘둘 다 먹는다.’라는 명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우리를 위한 4월 봄방학,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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