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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4화 봉쇄가 봉봉봉봉쇄가 되나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뚜-시!!

나의 봉쇄일지




제4화 봉쇄가 봉봉봉봉쇄가 되나니




현 상황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꾼들이 많다. 출처: 인터넷 






상하이 송가, 어마어마한 너의 이야기에 바치는 노래   



  5일만 집에서 예쁘게 놀면 될 줄 알았는데, 점점 길어지고 있다. 검사를 통해 단지에 확진자가 나오면 그 단지는 격리가 길어진다. 감염력이 워낙 높으니 양성 판정자가 살고 있는 동 외에도 아파트 단지 자체에 적용이 된다. 단지가 클수록 확률이 높아진다. 단지가 비교적 작은 편인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한 분이 양성 판정을 받아서 +7 연장이 됐다. 매일 발표되는 공지나 방역 정책이 달라지는데 방역 당국도 머리가 아프겠다 싶지만 과연 이렇게 해서 제로 코로나가 될 수 있을까, 오미크론 변이는 2020년도의 코로나와 또 다르다는데, 또 과연 제로 코로나를 달성한다고 해도, 전 세계는 점점 위드코로나로 가는데 그 다음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질문이 많아진다.     

 



  그래도 PCR이라도 하러 나가는 날은 산책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신발을 신고 나가는 것이 꼭 소풍 가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잠깐의 산책에 들뜬 나를 보면 웃픈 피식이 나온다. 그래도 베란다에서 이 봄의 볕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음식도 충분하고, 오히려 우린 그동안 너무 잘 먹어 와서 옆으로 크지 않도록 안 먹는 게 낫다며 우스갯소리도 하며 밝은 면을 보며 긍정적으로 하루를 지낸다. 꼭 어떤 조건 때문에 감사하기보다, 오늘 하루에 감사한 것은 누가 어찌 못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감사한 것은 감사한 것이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큰 것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내 한 사람이라도 양성 판정이 되면 기간은 더 연장되고, 언제 해제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우리 단지만 해제된다고 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당장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굉장한 스트레스다. 게다가 삶을 이어가기 위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하나 둘 생기는 공구방, 이렇다 저렇다 난무하는 정보, 구호품과 격리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소식 등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 실제 상황 이상으로 미디어를 통해 상하이의 상황이 전달되는 한국에서 가족들이 보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할까봐 잘 지낸다고 상황을 말씀을 드리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아무튼 그래도 나의 하루는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고 알차다. 조건 없이 말이다. '내일은 풀리겠지'하며 저 달에 빌고 기대하며 하루를 보냈지만 사실 그것도 에너지라, 그냥 '오늘만 살자'로 종목 바꾸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몰입한다.     


  


하루를 즐겁게 할 것들은 많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 결핍을 찾아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게 어른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어른에게도 가끔은 여과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어 해소하는 ‘아이’의 순간이 필요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답답하면 답답하다고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이들끼리 둘러 앉아 서로 빵하고 터트리는 것도 필요하다. 완전한 어른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불금인 오늘을 핑계로 봉쇄 전 넉넉히 사둔다고 사두었지만 나도 모르게 아끼게 되는 마실 것들을 아끼지 말고 마시고, 바보 같은 이야기라도 그냥 꺼내 보고, 슬픈 영화라도 보련다. 마른 눈물샘이라도 자극해서 펑펑 울고 나면 뭐라도 시원해지겠지 하고 말이다.     

 

가장 그리운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브런치, 그리고 남이 타주는 커피


 그간 내 삶을 채웠던 만족과 풍요가 나 혼자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과의 연결로 가능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 요즘이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실감하진 또 못했던 것 같다. 식재료가 넉넉하지 않아 걱정이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기에, 내가 느끼는 결핍은 끼니를 채울 건 넉넉한 상황에서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이기에 배부른 투정일 수도 있다. 쌀도 있고, 라면도 있고, 미역도 넉넉하다. 미역은 정말 최고다. 장기 보관도 가능하고, 라면이라도 말이다. 미역국만 먹고 산다면 난 두 달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밥만 먹고 사는가. 남이 공들여 만든 케이크 한 조각, 정성으로 내린 커피 한 잔, 사장님이 취향껏 세팅한 테이블에서 곱게 받는 한 상, 팔뚝 근육 자랑하며 힘껏 퍼올려주던 아이스크림 한 스쿱, 아니 두 스쿱,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진 타인과의 만남. 그런 것들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에 연결의 위대함을 느낀다.          



이 기간이 끝나면 모두의 욕구가 소비로 터질거라 본다. 나부터 말이다. 평소 즐기던 많은 것들을 중단하고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마치 라마단 같다. 상하이 라마단. 우린 무엇에 무엇을 빌고 있는가. 적어도 오늘 밤은 상하이에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의 평안을, 그리고 해제, disclosed!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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