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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5화 이 시국에 공자 왈 民无信不立

공자님의 말씀을 아로 새기는 중입니다 


나의 봉쇄일지




제5화 이 시국에 공자 왈 


봉쇄 전 야채 사재기 현상으로 치솟은 야채값을 풍자하는 사진 (출처: 인터넷)







 民无信不立 민무신불립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국가와 정치는 백성의 신뢰로부터 성립할 수 있다



  이번 오미크론 상하이 사태는 2020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전염력은 강하고 치사율은 낮은 새로운 적에 대한 2020년의 그것과는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상하이에서도 봉쇄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여기 관계자들도 그간 만나지 못한 대상을 연구하느라 바쁘고, ‘주적’과 싸우느라 다들 너무 바쁘고 힘들다. 그런데 확진자 한 명만 나와도 그 단지 자체에 내려지는 봉쇄 연장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이렇게 해서 과연 이 재빠른 바이러스를 멈출 수 있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상하이 제로 코로나를 실천한 들 언 발에 오줌누기 아닌지, 하염없이 길어지는 봉쇄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줄 것인지, 점점 주적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코로나에만 몰두한 방역 정책을 풍자한 작품 (출처: 인터넷)


  개인적으로 제로코로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기 때문에 제로코로나도 이제 마냥 달가울 수 없다. 비단 이건 상하이의 외국인인 내 생각만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이에 대한 자국민의 여론도 뜨겁다. 인민을 위한 것인지, 국가의 자존심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고, 이해관계에 따라 지금 무엇이 더 문제인가에 대해 깨닫고 있다. 오미크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년층 외에는 봉쇄에 대한 물음표와 그 이상의 것을 던진다. 하루 봉쇄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 랜선을 보면 이곳 네티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과 낮은 치사율에 대해 알리고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오미크론 취약층은 여전히 나라의 쇄국을 찬성한다. 나도 만약 바이러스가 나의 죽음과 밀접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비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를 보고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과 이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의 연장이 사람들로 하여금 바이러스 감염 이상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 없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현 상황을 담아낸 만평부터 만화, 사진, 영상 등 풍자 작품이 쏟아진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장기화된 격리로 공동구매가 실시되면서 이름보다 집주소 몇동몇호로 불리는 현상을 풍자한 그림 (출처: 인터넷)

  

 지금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보면 내부도 심상치 않다. 세상일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때가 있고, 보이는 것보다 훨씬 단순할 때가 있는데 이번엔 전자인 것 같다. 아무튼 오미크론을 계속 우리 삶의 첫 번째 적으로 두어야 하느냐, 우선순위로 두느냐, 더 이상 상대해주지 않느냐는 각 정부의 결정에 달린 시점이다. ‘부담과 문제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오랜 시간 공유되어온 명언을 요즘엔 ‘피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피한다.’는 말로 바꿔 인기가 되기도 했는데, 피하고 막는 건 임기응변이지 결국엔 또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걸 배운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문제, 인민의 삶, 상하이는 지금 너무 뜨겁다.     


나라와 당, 인민, 권력자, 역사,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는 긴밀한 요소지만
분명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구분해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도 이 나라에 대한 감정이 점점 부정적으로 치닫는 것을 본다. 중국을 대할 때 거대한 총론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아래에서 세부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예의주시 해야 하며 당과 권력자, 인민을 구분해야 한다. 나라와 당, 인민, 권력자, 역사,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는 긴밀한 요소지만 분명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구분해야 한다. ‘단일민족’을 교육 받고 자란 한국인인 내가 국민, 인종, 민족이 서로 다르다는 걸 구분하는데 한참 걸렸듯 우리도 구분해야 하며, 이곳에서도 다르다는 걸 점점 알아가고 있다. 적어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겐 비난보단 위로가 닿았으면 좋겠다.      


 사람으로 북적이던 안푸루의 평소 모습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民无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가장 우선이라고. 공자님이 지금 상황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나는 상하이가 여전히 좋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개방’과 ‘해납백대 유용내대(海納百川 有容乃大)’를 상실한 잠깐의 시기라 지금은 조금 많이 마음이 아프다. 이번 봄의 상하이를 이루는 ‘우리’가 던진 수많은 질문들로 구성원들의 의식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나 역시도. 그리고 또 사람 바글바글한 안푸루, 가루 날리는 ‘4’월의 가로수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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