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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6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나라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나의 봉쇄일지




제6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이번 기간에 처음 시도한 요리들: 청국장 돼지고기 찌개(왼), 청경채 나물(가운데), 장어김밥(오)





매일 요리를 한다. 유일하게 허락된 즐거움이기에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보통 메뉴를 고르고 장을 보지만 지금은 반대다. 현재 있는 식재료로 무엇을 해먹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메뉴가 정해지면 인터넷의 많은 요리 선생님들에게 배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먹는 행위’를 위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연구에 가까운 조사와 공부를 하며, 실습까지. 학위를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재료 손질을 하고 조리를 넘은 요리를 하고 기분 좋게 먹겠노라 플레이팅까지 한다. 그렇게 한 끼를 양껏 먹는다. 스스로가 기특하고 내가 이런 요리까지 하다니 감격의 연속이다. 기쁘고 즐겁다. 그러나 숟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이상한 경험을 한다. 난 분명 먹었는데, 왜 또 허기가 질까?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다. 내 공간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거 해먹는 나도 이렇게 허기지는데 유학생들, 특히 기숙사 있는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까. 상하이에서 어쩌면 가장 봉쇄 생활에 취약한 사람들이 유학생, 특히 기숙사에 거주하는 유학생이다. 좁은 기숙사 방에서 타인과 계속 함께 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물품을 추가로 구매할 방법도 없고 정부 방침에 학교 방침에 더 철저한 관리 속에서 지낸다. 4월 정식 정적관리 전부터 확진자가 있어 2~3주를 먼저 자체 격리하고 있던 학교도 있다고 한다. 물론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그래도 학생이기에 피교육자는 항상 배고픈데, 더 허한 상황이다. 자꾸 마음이 쓰였다. 나도 발이 묶인 상황인데 어찌 도울 방법이 없나 자꾸 마음이 쓰였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몇 분이 유학생 도움 위챗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물어물어 방에 입장했다. 당일에 만들어진 방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정원 500명이 가득 찼다. 후원금을 모으기 전에 지원 물품과 가장 중요한 배송방법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것은 영사관이 주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항상 보면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이번에도 영사관에서 공식 배포한 문건에는 영사관 직원들 또한 격리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대한 긴급 전화 안내가 전부였다. 어쩔 수 없다는 누구나 아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영사관에 대해 속상하지만 상황을 알기에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실 어쩔 수 없기만 한 것은 없다는 걸 알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못하는 영사관의 상황에 많이 속상했다. 


이번 봉쇄로 SNS에서 평소 상하이를 해시태그로 사진을 올려온 나에게 몇 몇의 기자 분들이 취재를 요청하여 시간을 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하나였다. 영사관이 조금 더 자유롭고 편한 상태에서 교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의 상황이 글을 쓰는 기자의 손 끝에서 더욱 더 비극화되어 누군가의 안주거리가 될 수 있기에 보통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탁을 드리며 인터뷰에 응하며 내 시간을 쪼개 한 번 지면 대답을 하고 나면 그것도 진이 다 빠지는데, 저렇게 일을 추진하려면 자기 일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쉽고, 시간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마음을 같이 하고자 유학생 도움방에 초대를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초대를 하고, 초대를 하고, 그렇게 하루가 바삐 지났다.     


이런 민간 후원은 사실 위험 요소가 많고 이런 시기적인 이슈로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경우도 우리는 그간 많이 듣고 목도했기 때문에 이런 기부에 대해 쉽게 마음 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안 하는 것 보단 하는 게 났다며 방에서 상황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진행측에서는 물품을 구성하고 비용을 산정한 뒤 공개하고 위챗 페이를 통해 후원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여 공지했다. 순식간에 많은 분들의 기부금이 모였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방에서 시작된 기부활동은 한인단체와 영사관 등 민관합동의 형태로 이어졌다. 먼저 캠퍼스 밖에서 지내는 학생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후원이 시작되었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단지 배송 문제가 아닌 학교와의 협의가 필요했다. 학교 측에서는 외부 물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염려 외에도 한국 유학생들에게만 구호품을 주는 것이 다른 나라의 유학생들과의 형평성도 우려의 사유가 된다고 했다. 이럴 땐 나라에서 움직여주면 안 되나?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영사관이 미워지기도 했다.      


     

나는 체계화 되는 것을 보고 방을 나왔다. 후에 듣기로 보다 확실한 방법을 위해 1:1 후원자와 유학생 연결 방식으로 진행했고 후원자가 직접 기부 받을 학생에게 구호 박스를 꾸려 전달하는 형태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곳곳에서 보았다. 학교마다 방침이 달라 아예 받지 못한 유학생들도 많지만 아무튼 도움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작은 위로가 되어 이 기간을 잘 보낼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라고, 닿지 못한 곳에도 유학생들끼리의 연대와 힘으로 잘 이겨내길 바란다. 그저 힘들고 힘들었던 상처의 시간이 아닌 단단한 마음으로 잘 이겨낸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이 모두 거창한 포부와 대의적 명분을 가지고 해외 살이를 하는 건 아니다.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개인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런 개인의 선택이 모여 어떨 땐 국가 경쟁력으로 통계되기도 하고, 그냥 우리가 이렇게 어딘가의 소속으로 쥐꼬리만할 지라도 세금을 내고,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어디 가면 한국인 욕먹을까 처신하고 괜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 가면 뿌듯하고, 잘 유지 보수 되라고 기부도 조금씩 하고, 그러는 건 꼭 위해서 한 것도 아니지만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일일 것이다. 그렇다할 큰 책임을 지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직무 유기를 하고 있지도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 영사관의, 내 나라의 도움을 바라고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그래, 비극이다. 21세기에 겪을 수 없는 '안전'을 위하여 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비극' 맞다. 그치만 누군가의 안주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지 비극이 비극으로만 회자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달갑지 않을 때가 많지만 취재 요청을 하는 기자님들의 디엠에도, 그래도 어린 학생들이 겪고 있는 환경이 조금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들여 잠깐 내 일을 멈추고 물음에 응한다. 근데 이제는 그것도 안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항상 정부 탓을 하는 건 아니다. 조금 제스처를 빠르고 크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영사관이 더 맘 놓고 일할 수 있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교민 중 사회인들은 답답하긴 해도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고, 위챗의 연결 덕분에 우린 가족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닿아야 한다.          




추가소식


민관합동 대응팀 신청링크(왼쪽, 가운데)와 신청해서 구호물품 받은 분의 인증샷

민관합동 코로나대응팀에서 구호품 신청링크를 받아 신청한 사람들에게 

구호품물품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외국인 커뮤니티에도 올려 자랑했다. 



[유학생 도움방]도 진행 과정에서 문제나 말이 많았다고 한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기사화만 한다고 비난하는 소리도 들었다.

방을 나온 이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함께하고자 했던 모두의 마음은 남기련다.


관련뉴스 : "상하이 유학생을 구하자"...현지 교민들, 하루 만에 5천만 원 모금 / YTN

https://youtu.be/tnTcWqVTFmo


관련기사 : 덕분에 극복할 힘이 생겼어요 -상하이저널 - 

https://mp.weixin.qq.com/s/9SNLyrhkMuz2SQiE-_J3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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