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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후후후 May 05. 2022

나의 봉쇄일지|제7화 과한 보호 아래 샘솟는 물음표

격리 21일차의 일기요  


나의 봉쇄일지




제7화 과한 보호 아래 샘솟는 물음표 



상하이 시정부의 3단계 구역 방역 정책을 풍자하는 짤





오미크론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의 21일이 지났다. 처음 5일은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라고 명절처럼 축제처럼 지냈다. 확진자 1명이 단지에서 나오면 연장되는 기간에 대한 공지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도시 전체가 일상을 찾지 않고는 나 혼자, 우리 단지만 해제된다고 해서 그게 전과 같은 일상일 수 없기에 단지해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언제든 양성 확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해제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 마치 파랑새를 찾고 기다리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나의 전전긍긍이나 힘이 발톱만큼의 영향이라도 끼칠 수 있다면 뭐라도 해보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나를 지키는 것. 우리를 지켜내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난무하는 인터넷 이야기에서. 그리고 상하이 사회 곳곳에는 오미크론 확산 방지에 집중된 인력과 비용과 시간에 따른 기회비용이 다양한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3단계로 방역지침이 실시되고 있다. 확진자 결과에 따라 단지를 기준으로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14일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구는 방범구로 정해진 거리 내에서 외출이 가능하다. 확진자와 일수에 따라 관리구와 봉쇄구로 나뉜다. 이 3단계 방침이 나오자 재미있는 짤이 돌았다. 3단계 구를 야생동물원(사파리), 동물원, 애견미용샵에 비유한 것이다. 웃프다. 정확하다. 우린 서로에게 너희 집은 지금 동물원이니? 애견샵이니? 하며 너스레를 떤다. 이번 봉쇄를 끝나면 얼마나 우리는 업그레이드 될 것인가? 



고 1차 구호품(왼), 2차 구호품(가운데), 3차 구호품(오) 3차 구호품은 삼겹살과 쌀 10KG도 주었다. 4차로 며칠 전 국수와 쌀, 소지지를 받았다.



 국가를 부모에 비유한다면, 지금의 상태는 모든 바이러스를 다 차단해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부모의 과한 보호를 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젠 어휘를 바꿔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대’로 말이다. 자녀를 위한 보호인지, 본인의 명예를 위한 보호인지, 그리고 제로 코로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론, 이러한 선택을 찬성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분들은 그럴 것이다. 이건 나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한국에 계신 80세의 할머니는 방역 규제가 해제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시며 자식들의 방문도 최소화 해달라고 부탁하신다고 한다. 그러니 분명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봉쇄의 연장도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아니다'라고 말하겠다. 


   

구호품으로 받은 쪽파의 뿌리를 화분에 심었다(왼)      일주일만에 이만큼 자랐다(오)  파테크 성공


훌륭한 부모만 훌륭한 자녀를 키워내는 것은 아니니 이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원격으로 일을 하고, 자급자족을 위해 파를 키우고, 마늘을 키우고, 정보를 공유하고, 물물교환을 하고, 돕고, 살피고, 살아간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가를 볼 수 있다는 말이 그저 좋은 글귀에 불과했다면 이젠 그 말의 무게를 조금은 느끼고 있다. 과한 보호를 넘은 학대 아래 자신을 지키고 주변을 살피며 ‘왜’를 곱씹으며 4월이라는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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