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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e Oct 27. 2024

3월2일이 목요일임에 감사해

#1주-2 3월이 1년을 좌우한다고?

#3월3일(금)

신규교사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학급안내 및 학급규칙정하기, 일명 '학급세우기'가 되게 부담스럽고 어렵다.

'학급 규칙 안내'부터 '1인 1역 정하기', '학생들의 첫 반장 선거'까지.

한 교실의 1년은 3월에 어떻게 했느냐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중요하다는 말도 있고,

교과서 없이 교사 혼자 이끌어가야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이 날 아침에도 나의 긴장을 풀어준 귀여운 모녀가 교실로 찾아왔다.

엄청 작고,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왔다.

3반이라며 들어와서 '어? 전학생인가?'싶어 자리를 안내하고 있는데

'E알리미' 속 학년을 보니, 1학년 3반이었다.

1학년 3반 교실이 아직 열리지 않아, 교실을 찾다가 3학년 3반에 들어온 것이다.

'어쩐지 엄청 작더라~' 아이 손을 잡고 어머니와 같이 1학년 3반에 데려다주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이런거 생각하면 3학년은 진짜 어른이지~! 열심히 해보자!!’ 의지를 다지고, 신학기 2일을 시작했다.


학급규칙 안내도, 1인 1역 정하기도 무난했다.

문제는 '첫' 반장선거였다.

2학년까지는 순번을 정해서 학급 반장을 하다보니 이번 선거가 학생들이 참여하는 첫 반장선거였고, 학생들이 생각보다 열심히 준비해왔다.

소견발표를 미리 준비해서 프린트 해온 학생도, 외워온 학생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떨어진 학생의 속상함도 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역시나 선거가 끝나고 후보로 나온 한 아이가 조용히 나를 찾아왔다.

1차 투표에서 최고득점자가 동점이 나와 2차투표까지 했는데 2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된 아이였다.


'선생님 전 안되나봐요... 반장하고 싶었는데...'


반장 선거 전에 본인이 꼭 반장이 되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아이라 더 안타깝고 귀여웠다.

'아니야~ S도 잘했어! 2학기에도 기회가 있으니까 그 때 또 도전하면되지~'라고 말했지만

'2학기에도 안될 것 같아요.. 안할래요..'하면서 울먹이는 거다.

'우리 S도 정말 멋진 아이니까, 1차에도 많은 표를 얻고, 2차투표까지 간거야~ 다음에도 또 도전해보자!'라며 겨우겨우 달랬다.


'이 아이들... 정말 순수하고 정말! 여리구나!'


학생 모두가 선생님 말을 잘듣고, 심한 장난치지않는 반? 그런 반을 유니콘반이라고 부른다.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반도 역시 모두가 내 말을 잘 듣는 학생일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았다.

첫날부터 짝꿍에게 화가 나서 책상을 엎은 우리 M.

보통 초등학생들은 선생님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이 학생은 선생님의 사랑에 관심이 1도 없는 듯하다.

'강적을 만났구나.'싶지만 아직 첫 날이니까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M에게 '첫날이라 그런거지? 앞으로 멋진 3학년의 모습 보여줄거라 믿어'라고 세번정도 말했다.

믿는다.

나를 얼마나 큰 보람을 주려고 처음부터 이렇게 놀라게 하는건지, 앞으로 얼마나 변화를 하게될지 믿고싶지 않아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믿는다.

수업을 시작한 지 겨우 하루인데 이 일로 M 어머님과 연락도 했다.

다행히 너무 협조적이신 어머니셔서 한시름 놓고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목요일이 시업식인 덕분에, 이틀 만에 주말을 맞이했다.

진심으로 3월 2일이 목요일임에 감사해!

(앞으로 3년동안은 전부 월요일 또는 화요일 시업식이더라)

멘탈 회복하고, 재정비해서 다시 만나 3반!^^ 앞으로 잘부탁해!


(1주차 반성 및 다짐)


1. 학생의 장점 바라봐주기

내가 안내할 것, 해야할 것에 치여서 학생들 한명한명을 바라봐주고, 학생들의 장점을 많이 봐주지 못했다.

한참 칭찬받고 싶을 나이일텐데!

여유갖고 학생 한명한명 바라봐주기.

학생의 장점 찾아서 행복한 학교생활 할 수 있게 돕기.


2. 성급하게 마음먹지 않기

학급운영은 중간에 추가하면 되지.

잘 통하지 않으면 바꾸면 되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함께 만들어가는 학급이니까 성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안되면 바꾸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맞춰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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